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긴박한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 아래 북한의 도발에 강력 대처하는 한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 기조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8월 23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외교·통일부 핵심 정책 토의에서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주기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로 철저한 주인의식과 국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일부에 남북관계를 다루는 주무부처로서 주도적이고 능동적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통일부 폐지 움직임도 있었고 주요 정책 결정에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경제구상을 실현하는 데 통일부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군사당국 회담 및 남북적십자회담 등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을지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안보 상황 어려울수록 통일부 역할 막중”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통일부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막중해지는 사명감을 갖기 바란다”고 당부하며 “특히 통일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구상이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근거가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핵 억제’와 ‘비핵화 대화’라는 투-트랙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안에 참여하는 책임국가로서 우리 국격을 높이는 당당한 외교도 펼쳐나가야 한다”며 “아울러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부가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강 장관은 8월 22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을 만났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의 공헌을 평가하며 “지금은 매우 도전적인 시기(challenging time)로, 미국 대사관 및 워싱턴과 밀접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동맹의 발전과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조속한 이행과 미사일 지침의 개정 필요성 등을 설명했고,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양국의 외교·국방 당국 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낮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외교적 수단이 지금 한반도에서 김정은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며 “이런 외교 수단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돼야 하고, 우리는 군사력으로 외교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해리스 사령관을 비롯한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 등 방한 중인 미군 고위인사 3명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함께 참석했다. 민·관·군의 전시 방어태세를 점검하는 을지연습은 지난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한미 FTA 개정, 상호 호혜 원칙 존중키로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1일 청와대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을지연습 기간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과 관련해 “을지연습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인 훈련이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북한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를 빌미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도발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 8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첫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 양측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공동의장을 맡았으며,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일정상 한국을 방문하지 못해 영상회의로 참여했다. 지난 7월 12일 USTR가 한미 FTA로 인한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제기하며 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를 요청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김 본부장은 “양측 10명이 공동위에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가 8시간 만에 종료됐다”며 “합의된 것은 없지만 서로 이견을 확인한 채 회의가 끝났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 FTA의 효과,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 한미 FTA 개정의 필요성 등에 대해 상호 간에 이견이 존재함을 확인한 셈이다.
김 본부장은 “(자동차, 철강, IT 등)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미시적·거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한미 FTA가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객관적 통계와 논리로 적극 설명했다”면서 “한미 FTA 효과에 대해서도 상품, 서비스,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양측에 상호 호혜적으로 이익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측의 일방적인 한미 FTA 개정 제안에 대해 한국 측은 동의하지 않았고, 한미 FTA의 효과 등에 대한 양측의 조사·분석·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협정문 22조 7항에도 공동위의 모든 결정은 양 당사국의 합의, 즉 ‘컨센서스(consensus)’로 정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 하반기 정상외교 시동…
9월 러·미 연쇄 방문
▶ 문재인 대통령이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하반기 정상외교에 돌입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8월 22일 “문 대통령이 9월 6~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에 이어 푸틴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양자회담을 가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재차 만난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같은 달 중순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유엔 총회 개막식은9월 19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 기간에 주요국 정상과 다자·양자 회담 등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는 6월 말 워싱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또 11월 10∼11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트남을, 13∼14일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각각 방문하는 등 다자 정상외교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아세안, 인도와의 외교를 4강과 유사한 수준의 경제적·정치적·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한다”고 강조했고, 취임 이후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아세안에 특사로 보냈다.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