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패럴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8일 영화 ‘예스 평창!’이 개봉했다. ‘예스 평창!’은 평창이 올림픽 유치를 처음 시작하던 2003년부터 약 15년간의 기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예스 평창!’에는 많은 사람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중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평창에 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향해 ‘예스 평창!’을 외치는 강원도민이다. 강원도민은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유치하는 과정부터 대회가 무사히 치러지고 폐회할 때까지 갖은 노고를 아끼지 않은 일등공신이다.
강원 지역 주민들의 노력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무대였던 평창, 정선, 강릉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리는 동안 경기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던 것이 ‘문화올림픽’이다. 평창 문화올림픽이 관광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강원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공이 컸다. 이들은 크고 작은 버스킹 공연을 펼치며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문화올림픽을 완성했다. 지역의 대학에서는 대학응원단이 ‘뜨거운 열정, 하나 된 함성!’을 주제로 치어리딩 공연을 마련해 올림픽 응원 열기를 더했다. 춘천 민예총풍물굿협회, 원주 전통예술단, 강원도 무용협회 등 강원 지역에 있는 전통예술단체는 창작아리랑, 살풀이춤, 진도북춤 등을 선보이며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섰다.
▶ 평창올림픽이 열린 지난 2월 12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 라이브사이트에서 이색 응원 복장을 한 초등학생들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퍼레이드 및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평창올림픽 일등공신 ‘강원도민’
대관령과 횡계에서는 70, 80대 어르신들의 묵묵한 도움이 있었다. 대한노인회 대관령분회 소속 주민인 어르신들은 올림픽 관광객이 다녀가는 대관령 환승주차장과 횡계 주차장에서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도 버티기 힘든 추위 속에서 올림픽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려는 마음으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위해 하루 8시간 동안 청소하는 어르신들의 사연이 알려진 후 김정숙 여사가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으로 오찬을 열기도 했다.
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강원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컸다. 강원도 자원봉사자는 올림픽 개최도시인 평창, 강릉, 정선을 중심으로 설치한 88개 안내소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교통안내, 주요 관광명소 안내는 말할 것도 없고 환경 정화,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활동 등을 맡았다.
▶ 2월 12일 강원 강릉시 일원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문화행사로 영월군의 단종국장 제례의식이 열린 강릉도호부 관아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캘리그래피 체험을 마친 후 자원봉사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강원 정선군 제8부스에서 자원봉사를 한 강원도 주민들 ⓒ오유경
강원도 자원봉사자는 조직위 자원봉사자 유니폼과 달리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영어·일어·중국어·러시아어 등 통역 자원봉사와 지역안내 자원봉사자로 구분해 활동했다. 강릉역·평창역·진부역·시외버스터미널·주요 관광지와 교통 요충지 등에서 외국인을 보거나 만나면 서로 솔선수범하여 찾아가는 봉사활동으로 많은 외국 관광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1400여 명의 강원도 자원봉사자들은 혹독한 추위와 바람 등 악조건 속에서도 저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데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강원 지역 지자체도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방위로 뛰었다. 강원도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시작했던 때부터 패럴림픽의 막이 내렸던 지난 3월 18일까지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강원도는 올림픽 시작 전부터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도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또한 정부, 올림픽조직위, 공공기관, 개최도시 간에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윤활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강원도의 힘은 올림픽이 시작되자 빛을 발했다. 강원도는 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조직위원회 비등록 내외신 기자들을 위해 조직위의 메인프레스센터와 별도로 강원미디어센터(GMC)를 운영했다. 강원도는 GMC에서 올림픽뿐만 아니라 문화올림픽, 강원도 관광지 등 홍보 자료를 꾸준히 제공해 올림픽 알리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안전올림픽을 구현하기 위해 각종 사고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올림픽 개회 2년 전부터 안전순찰, 응급처치와 이송체계를 확립해 다양한 안전대책 노하우를 마련해 평창올림픽이 안전올림픽으로 기억되는 데 일조했다. 또한 겨울철 건조한 대기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 지역에 야간순찰을 도는 등 화재 예방에도 만전을 기했다.
올림픽 기간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철새가 북상하면서 경기도 평택, 충남 아산 등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발병한 것이다. 강원도는 AI가 도내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방역 활동을 벌였다. 경기장 반경 3km 이내 가금 농가와 산란계 1만 수 이상 농장에 통제인력을 배치해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강원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친 숨은 노력이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성공 개최에 큰 원동력이 됐다.
“평창올림픽은 모든 강원도민이 함께 치른 축제였죠”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 오유경
나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정선군 일본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정선에 있는 버스터미널, 정선역, 강원랜드 하이원 등에 10개 부스 중 여덟 번째 부스인 공설운동장 환승장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 올림픽을 보러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통역을 해주는 일을 담당했다. 일본에서 온 2020도쿄올림픽 서포터즈에게 정선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장, 관광지, 식사 안내 등을 하면서 올림픽이라는 축제가 한창인 정선을 알린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을 느꼈다. 그들이 평창올림픽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일했던 기억이 난다.
올림픽 기간은 사실 모든 강원도민이 팔 걷어붙이고 함께 올림픽을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는 정선만 해도 성화 봉송 행사가 열리거나 올림픽이 시작된 시점부터 거의 모든 주민이 부녀회, 운전자회, 대한적십자회 등 다양한 형태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정선 곳곳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올림픽 성공을 위해 함께 애썼다. 나와 우리 이웃들에게 평창올림픽은 강원도와 정선의 자부심으로 평생 남을 것 같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