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다.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요즘 초등학생들은 과학자나 선생님이 아닌 유명 크리에이터라고 답한다. 누군가에겐 선망의 직업이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히 생소한 직업이다. 크리에이터란 동영상이나 방송 등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1인 미디어 사업이 취업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풍부한 삶의 지혜와 경험을 보유한 시니어, 다문화, 경력단절여성, 귀농귀촌 청년 등 다양한 계층으로 대상을 특화해 1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꾀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이런 가운데 방송 진흥 및 교육 연구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위해 노력해온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의 ‘1인 방송 제작스쿨’(이하 제작스쿨)이 화제다. 창작자의 창의적 콘텐츠를 산업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1기 신입생 모집을 시작했고, 2018년 2기 신입생을 교육 중에 있다. 1기 제작스쿨은 농어업 및 사회 혁신 등의 공공성과 공익성에 보다 특화된 교육과정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수료생 중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농산물을 홍보한 청년농부 최성용 교육생이 ‘제3회 맛있는 토크’에서 피칭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산업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현재 2기 교육과정은 풍부한 삶의 지혜와 경험을 보유한 시니어, 다문화, 경력단절여성, 귀농귀촌 청년 등 다양한 계층으로 대상을 특화해 1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관련 분야의 진입을 돕는 것이 목표다. 제작스쿨 교육과정은 전액 무료로 진행되며, 수료 후 제작 장비 지원금 100만 원도 지급된다. 교육생들은 워크숍, 스튜디오 실습, 특강 및 멘토링 수업을 통해 1인 방송 촬영과 편집 등 제작에 대한 기초부터 전반적인 과정을 배우게 된다. 특히 현직 1인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제작자로서 활동하는 의미와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공유하고, 현장의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특강 수업의 인기가 높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누구나 1인 방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1인 미디어 시대의 단단한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1인 크리에이터 인재 양성 프로젝트인 ‘1인 방송 제작스쿨’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만난 제작스쿨 교육생들은 어딘가 남달랐다. 카메라 앞에서도 뒤에서도 자신감 넘치고 활력 넘치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큐리어스(curious, 호기심)라는 제 닉네임에서 많은 걸 짐작하시겠죠? 저는 정말 호기심이 많아요.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요. 다양한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경험을 ‘콘텐츠화하고 싶다’는 마음과 ‘방송이 참 재밌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어 1인 방송 제작스쿨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더라고요. 교육과정도 훌륭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선생님과 동기들을 만나 배우고 자극받으면서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집에서 편집하는 생활을 했어요. 이전엔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이젠 영상을 찍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콘텐츠화할까 궁리해요. 늘 크리에이터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해요.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유튜버세요?’, ‘어떤 방송이에요?’ 하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즐거워요. 지면이지만 마지막 인사도 ‘유튜브에서 큐리어스 제이미’를 검색해보세요~라고 하고 싶어요.
‘큐리어스 제이미’ 조희란(32)
▶ 진짜 주부, 중년 유튜버의 롤모델로 거듭납니다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 생방송을 하면 부끄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서면 카메라 신경 쓰느라 주변을 의식할 여력이 없어요. 물론 저도 처음엔 너무 떨려서 말도 못하고 포기할까도 했죠.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면 뭔가 짜릿한 활력이 느껴져요. 저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0원 한 장 벌어보지 못한 진짜 주부이자 경단녀입니다. 워낙 배우는 걸 좋아해 상담도 배우고, 사진도 배우고, 블로그도 했죠. 그러다 우연히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SNS 마케팅 교육을 받게 됐고, 오픈마켓이나 온라인 쇼핑 등을 공부했어요. 그때 선생님을 통해 제작스쿨이란 곳을 알게 됐는데, 문득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사진 말고 영상으로 물건을 올린다면 색상이나 질감, 크기 등이 보다 생생하게 전해져 사람들이 무척 신뢰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1인 미디어가 뭔지도 모르고 덜컥 지원했습니다. 교육과정 중에는 중년을 위한 짧은 여행 콘텐츠를 올리고 있는데, 이번 가을엔 여행을 못 갔는데 영상만 봐도 힐링이 된다는 댓글을 보고 일의 재미와 보람을 느꼈어요. 사실 1인 방송에 50대 이상 중년 유튜버는 많지 않은데, 열심히 해서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희망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셀러제이’ 백현정(50)
◀ 나는야 경력단절 유튜버, 레오짱 티비 장치혁입니다
23년 동안 출판계에 종사하면서 오래전에 유튜브에 영상을 몇 개 올린 적 있어요. 영어 원서 쉽게 읽기라든지 하는 교육 관련 콘텐츠였죠. 어느 날 유튜브에서 연락이 왔어요. 돈 준다고 계좌번호 알려달라고요. 그때 5000원인가, 1만 원 받았어요. 물론 처음이자 마지막 입금이었지만 유튜브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유튜버랄까요. 우연히 지인이 알려줘 1인 방송 제작스쿨을 알게 됐어요. 지원 조건을 살펴보니 ‘시니어 우대’가 눈에 띄기에 도전했습니다. 원래 출판계 사람들이 부끄럼도 타고 내성적인데 제작스쿨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처음에는 편집기술 실무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수료해보니 마인드와 기획, 방송을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만이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아요. 저는 출판인으로서 출판 자체를 알려주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책을 소개하는 방송은 많지만 책을 쓰는 법부터 출판사 콘택트 하는 법, 원고 투고에서 마케팅까지 책을 만드는 세밀한 내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아직 많지 않거든요.
‘레오짱’ 장치혁(48)
▲ 낚시 이론의 교과서 같은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낚시 강사이자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건강 문제로 한동안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가지 못했어요. 물론 강의는 하지만 배를 타지 못하는 갈증에 포털 지식인에 낚시 지식을 2년 정도 답해주면서 초보자들이 무엇을 어려워하고 궁금해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낚시의 특성상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때마다 영상을 올려 예를 들어주니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우연히 1인 방송 제작스쿨을 알게 됐습니다. 제작스쿨은 제게 아주 좋은 시작이 되었어요. 우리나라는 계절이 뚜렷하고 물도 많고 어종도 다양해 낚시 인프라가 세계 어느 나라와 겨뤄도 뒤떨어지지 않는데도 크게 발전을 못했어요. 강의는 옛날식이고 이론은 경험 위주지요.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용어가 어렵습니다. 저는 현재 ‘아들과 함께하는 쉬운 낚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7개월 된 어린 아들이 있는데요. 그 아이가 커서 본다 해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강의를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현대화된 낚시 강의를요. 포부요? 제 강의 방송이 낚시 이론의 교과서이자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불새’ 박병근(46)
▼ 유명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돼
공익적인 일에 앞장서고 싶어요
원래 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 일을 하다 프리랜서로 전업했는데,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일을 많이 못했어요. 불러주는 방송을 기다리기보단 내 방송을 만들자 싶었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인형의 꿈’을 부른 일기예보 그룹의 멤버 가수 나들 씨와 ‘책 읽어주는 여자, 노래 불러주는 남자’라는 방송을 2017년 3월부터 했는데요. 이 방송이 BCPF 대한민국 1인방송대상 공익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그때 관계자분들이 1인 방송 제작스쿨에 지원해 제대로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해주셨어요. 방송 일을 했지만 라디오와 영상은 또 다르더라고요. 현재 유아나 티브이를 운영 중이고, 주요 콘텐츠는 책이에요. 편집영상인 메이드 필름으론 단순 북 리뷰가 아닌 책과 드라마와 영화를 접목시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어요. 라이브 방송은 출근시간에 책 한 구절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으로 여는 아침’을 하고 있어요. 책이라는 콘텐츠가 쉬운 게 아니어서요.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재밌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목표요? 구독자 3만 이상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TV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받침요정’ 유보연(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