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과 주요 외신은 이번 북미회담을 ‘세계사적 사건’으로 주목하고 그간 적대적이었던 북미관계의 해빙과 외교프로세스 시작의 단계로서 일제히 큰 의미를 부여했다. 끊임없이 북한과 대화를 추구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한 북미 회담의 불씨를 살린 점 등 문재인 대통령의 ‘가교’ 역할도 재조명됐다.
▶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발간된 현지 석간신문과 13일자 조간신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 사진을 일제히 1면에 실었다. ⓒ연합
주 변 국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미래 등을 약속한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지속 가능한 평화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을 통해 “모든 당사국은 지금의 중대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앞으로 놓인 길은 협력과 양보,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맞춰 현재 그리고 이전의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인내와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북미 간 공동합의문 내용에 대해 향후 추가 협상과 신뢰 구축,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엔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 외교라는 강한 확신을 재확인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도력과 지혜, 결심 덕분에 지금까지 남북관계와 한반도에서 성취한 긍정적인 발전들을 더 일으켜 세우기 위한 중대하고 필요한 조치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성명은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EU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등 국제적인 핵비확산체제의 강력한 지원자”라며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안보, 번영을 확실히 다지기 위한 다른 조치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 바뀔 것
프랑스도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프랑스 CNEWS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나서기로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전”이라며 “북한은 이전에도 비핵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지만 무위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더 좋아졌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또한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비핵화 원칙은 실제로 불가역적이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핵화, 남북 화해 등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착수할지 서두르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주변국들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북미 회담이 순조롭게 성사돼 한반도 비핵화외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며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북한을 둘러싼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포괄적이고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북미정상회담을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김 위원장의 의지를 문서로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공동성명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약속이 확인됐다”며 “IAEA가 북한 핵 사찰 활동을 재개할 경우 초기 비용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을 둘러싼 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희망의 아침이 도래했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하며,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결과”라고 강조했다.
▶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의 ‘F1 핏빌딩’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모습 ⓒ뉴시스
외 신
전 세계 주요 외신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헤드라인으로 삼고 양국 정상의 역사적 첫 만남을 전했다. 외신들은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나 북미 관계 개선 함의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곳이 많았다. 프랑스 AFP 통신은 “남북 대화가 북한의 핵무기 추진을 둘러싼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은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두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방송했다.
또한 두 정상의 만남을 “새로운 역사를 만든 만남”이라고 표현하며 “완벽하게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정상회담이라는 놀라운 도박을 통해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정책을 바꿔놓았다”며 “그의 개인적인 관심사 덕분에 군사적 대치 상황을 피하고 핵 관련 벼랑 끝 전술의 사이클을 끊어냈다”고 평했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의 합의로 영속적인 긴장 완화가 가능하다면 이는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긍정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향후 북미 간 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합의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주석과 만나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연 것과 비교하며 “만약 이를 통해 영속적인 긴장 완화가 가능하다면 이는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한계도 있었다. 미국 언론들은 공동성명 내용이 개요 수준이고 검증과 같은 주요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AFP 통신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부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언급되지 않고 모호한 약속을 반복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이 합의한 사항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세부적 내용이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체로 성과가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양국 정상이 후속회담을 언급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공동성명에 대북제재나 평화협정에 대한 내용이 빠졌지만 6·25 전쟁 당시 실종된 전쟁 포로와 전쟁 실종자의 유해 송환을 명시한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장가현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