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행정기관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 옥외전광판 하다못해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국가안전대진단 홍보영상을 방영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수단이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무의식적으로 영상에 노출되곤 한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홍보물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많이 보던 것인데, 꼭 실천해야 되는 것인데’ 하면서도 ‘시민들은 이것을 어떤 생각으로 보고 있을까’,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까’, 아니면 ‘안전대진단에 대해 얼마나 친근하게 느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용어는 2014년 11월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면서 탄생했다. 2015년부터 봄철에 얼었던 토양이 해빙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고 연중 다양한 재난관리 방안을 마련하고자, 매년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교량·터널·상하수도·건축물 등 각종 시설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폭발·붕괴 등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온 국민이 참여해 실시하는 안전점검을 일컫는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화재, 폭발, 타워크레인 전도 등 각종 안전사고가 대형화되어 빈번하게 발생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사고는 예방이 불가능한 것도 있겠지만 종사자나 시민들이 조금 더 안전 확보를 위해 주의를 기울인다면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학자들의 국민소득 수준에 따른 안전 수준 분류에 의하면 1만 달러 시대는 환경의 일반화, 2만 달러 시대는 안전의 일반화, 3만 달러 시대에는 보건에 대해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간절한 바람은 우리나라도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니, 당연히 안전환경 조성이 보편화되어 이제는 화재·건축물 붕괴·폭발 등으로 인한 사고가 최소화 또는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서울시는 2016년 2월 시설물 안전점검을 통해 대형 재난을 사전에 방지한 사례가 있다. 교통 통제로 인한 불편도 있었지만 선제적 대응으로 커다란 재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에는 남과 북, 동과 서를 오가는 데 편리하도록 건설된 내부순환도로가 있다. 이용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도로는 지면에 설치된 곳도 있고 터널 구간과 교량 구간도 있다. 이 중 정릉천 고가도로 교량 구간을 지탱하던 대형케이블(텐던) 하나가 끊어진 것을 국가안전대진단 일환으로 시행된 해빙기 안전점검을 통해 발견해 즉시 통행을 금지하고 보수공사를 시행했다. 대형재난이 초래될 수 있는 불씨를 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만약 발견하지 못했다면 교량 상판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제2의 성수대교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시작 첫해엔 구조 분야와 비구조 분야로 나뉘어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모든 영역을 전수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진단 대상은 안전관리대상 시설이나 물질, 여객선·철도·고속버스 등 교통수단, 급경사지·축대·옹벽·쪽방촌 등 재해취약시설, 통신망·금융전산망·행정전산망 등 사이버 국가기간망도 포함했다. 그 후 해를 거듭하면서 해빙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집중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잇단 대형화재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었다. 그리하여 보다 더 확장되고 촘촘한 그물망식 국가안전대진단을 추진하기 위해 시설물 점검 및 시민과 함께하는 안전진단으로 분류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서울시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우선 1월 말까지 시설물 일제 조사를 실시해 교량·터널 등 기반시설, 요양병원·종합병원·숙박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시설, 공동주택·학교·초고층빌딩 등 관리대상으로 3만 5000여 개소를 확장했다. 2월 5일부터 3월 30일까지 시민과 함께 안전진단을 추진한다. 위험시설물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를 위해 살피미, 도우미, 지키미로 구성된 750명의 ‘더 안전시민 모임’, 안전 위해요인 발굴·캠페인·예찰 활동을 하는 1024명의 ‘우리 동네 안전감시단’, 도로시설물·가로 정비·치수방재 등 일상생활의 불편사항을 발견해 제보하는 608명의 ‘시민 거리모니터링단’과 함께한다.
건축·토목·전기·가스 및 소방 분야 기술사로 구성된 65인의 서울시 안전점검위원도 동행해 시설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인이 발견될 경우, 소유자에게 보수·보강하도록 요구하는 등 사전에 안전사고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점검 방법도 육안 점검의 한계를 극복하고 점검 신뢰성 확보를 위해 콘크리트 압축강도측정기, 균열·기울기 측정기, 철근탐사기, 열화상 카메라 등 안전점검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해빙기에는 각종 공사장에서 균열로 인한 인접 건축물 붕괴 등 다양한 형태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공사장 안전점검은 행정기관과 시공주체가 일체화되어 균열 요인 부분을 계측하여 관리하고 화재 발생 요인을 차단함과 아울러 소화기·산소마스크 비치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과 함께하는 국가안전대진단으로 승화시키고자 인터넷 검색창으로 접근하는 ‘안전신문고’를 통해 안전 위해 시설을 신고하거나 안전 관련 아이디어 및 정책 등 모든 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 물론 안전점검을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점검표를 배포해 민간시설을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유도하거나 국민합동점검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국가안전대진단을 민관이 합동으로 주도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화합과 참여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시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점검을 이끌어가고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국가안전대진단이 재난 예방 시스템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와 자치구 같은 행정기관과 기업·단체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시민이 협력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안전대진단을 사회 전반의 안전 수준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기폭제이자, 인명과 재산 손실을 막는 안전관리 거버넌스로서 지속 발전해나가야겠다.
박철규│서울시청 시설안전과 안전점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