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인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 (좌)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우)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선수를 비롯한 김우식 심판, 박기호 코칭스태프 대표가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 9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2월 25일까지 17일 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동·하계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연 세계 5번째 나라가 됐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치르는 평창올림픽에는 총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남성이 1708명, 여성이 1212명이다. 참가 국가와 선수 수에서 모두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였던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88개국 2858명)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15개 전 종목에 걸쳐 선수 145명과 임원 75명 등 총 22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렸다. 에콰도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나이지리아 등 6개국은 평창에서 첫 번째 동계올림픽을 치른다.
소치올림픽에서 국가 주도로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한 168명의 선수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소속으로 참가했다.
평창 대회는 동계올림픽 역사상 100개 이상 금메달이 걸린 최초의 대회다. 선수들은 평창에서 소치 대회보다 4개 늘어난 총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4년간 키워온 기량을 겨룬다. 소치 대회 종목 중에서 스노보드 평행회전(남·여)이 제외되고 스노보드 빅에어(남·여),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남·여), 알파인스키 혼성 단체전, 컬링 믹스더블이 새로 추가됐다.
우리나라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등 20개의 메달을 획득해 역대 최고인 종합 4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개회식에서 전달하려 했던 핵심 메시지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였다. 한국인이 보여준 연결과 소통의 힘을 통해 세계인과 함께 행동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2시간 20분가량 진행된 개회식 공연에서는 강원도에 사는 다섯 아이가 과거와 미래를 탐험하며 평화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동화 같은 판타지로 펼쳐냈다. 아이들이 떠나는 시간여행에는 다보탑, 거북선, 해시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과 사신도에 나오는 백호, 청룡, 현무, 주작 등 사신이 등장했다.
개회식 공연은 우리나라의 ICT 기술이 십분 발휘돼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ICT 강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4차 산업혁명 리더십에 대한 메시지를 디지털아트로 형상화해 호평을 받았다. 이날 오륜기를 형상화해 평창 하늘을 수놓은 1218대 드론은 미국 인텔사가 제작한 ‘슈팅스타 드론’이었다. 개당 무게가 배구공보다 조금 무거운 330g 정도로 발광다이오드(LED)조명을 내부에 장착한 것이다. 드론 퍼포먼스는 ‘최다 무인항공기 공중 동시 비행’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두껍아 두껍아’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개회식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ICT와 평화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
세계 최초로 구현된 ICT올림픽은 올림픽 현장이 아닌 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KT의 IPTV 서비스를 통해 경기 생중계와 다시보기 서비스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또한 올림픽을 보러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IPTV 지상파 채널에서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독일어 등 6개 국어 자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난 후 골프 여왕 박세리, 프로야구 홈런왕 이승엽,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황영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8명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등장했다. 이어 그리스를 시작으로 가나다 순으로 92개 참가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마지막 순서는 남북한 공동 입장이었다.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북한 수비수 황충금이 함께 든 한반도기를 따라 남북한 선수단이 한데 어우러져 입장했다. 북한은 피겨스케이팅을 포함한 5개 종목에서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총 46명을 파견했다. 남북한은 여자아이스하키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개회식 다음날인 2월 10일 스위스와 첫 경기를 치렀다.
국제 스포츠 무대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입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작으로 역대 10번째이자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내빈은 물론 관람객들까지 남북한 선수단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남북 공동입장이 끝난 후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바흐 IOC 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바흐 위원장은 “이제 평창에서 대한민국과 북한 선수단이 공동입장을 함으로써 강력한 평화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했다”며 “올림픽이 주는 경험을 모두 함께 나눴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전용기편으로 방남해 개회식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남북한 선수단을 맞이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개회선언과 함께 불꽃이 피어오르며 평창올림픽의 공식적인 개막을 알렸다. 성화 점화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장식했다. 전이경, 진선유, 박인비, 안정환 등 스포츠 스타들에 이어 마지막 주자인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으로부터 성화를 건네받은 김연아는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제작한 성화대에 화려한 불씨를 옮기며 개회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70억 세계인의 겨울축제 평창동계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