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금융위원회가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편의점 업주와 소상공인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담뱃세를 카드수수료 산정에서 제외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사와의 단체 협상권 확보 등 추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현행 연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까지 확대하고 신설 우대구간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등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용카드의 경우 연매출액 5억 원 이하 가맹점은 현 수준(0.8∼1.3%)을 유지하고, 연매출 5억~10억 원 구간 가맹점의 경우 수수료율을 기존 2.05%에서 1.4%로, 10억~30억 원 구간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2.21%에서 1.6%로 인하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연매출 30억~500억 원인 일반 가맹점도 신용카드 평균수수료율을 2% 이내로 인하하도록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81개 업종, 600만 명의 사업자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협·단체들은 이번 개편방안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여러 관계자들과 당정의 노력으로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획기적으로 경감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카드사 마케팅 활동의 대상과 혜택이 대형 가맹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개선했다”며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율이 대기업의 최대 3배라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정한 룰이 아니면 소상공인들이 대기업 마트와 경쟁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문 대통령의 말씀처럼, 이번 조치는 공정경제의 첫걸음을 떼는 계기가 아닌가 싶어 자못 기대가 크다”고 했다.
“담뱃세 수수료 산정 제외 땐 부담 확 줄어”
정연희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책실장은 “슈퍼마켓들은 물가상승으로 상품의 단가가 높아져 전체 매출액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줄었다”며 “슈퍼마켓 연간 매출은 대부분 5억 원 이상 구간에 들기 때문에 수수료가 1.4%로 낮아져 회원들의 30% 정도가 수혜를 볼 것 같다”고 했다. “동네 슈퍼와 편의점 등 소상공인의 전체 매출 중에서 담배 판매가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중 담뱃세가 70%를 차지한다”며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면 7%가 남는데, 카드수수료 2%를 제하면, 사실상 동네 슈퍼와 편의점은 국가에 세금 대납 업무만 하는 셈이 된다”고 했다. 정 실장은 “매출 구간에 따른 카드수수료 인하는 적극 환영하나,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도록 담뱃세에 대한 수수료 산정을 제외하는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 11월 2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안은 연매출 5억~10억원의 편의점 업주와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카드 결제를 하는 모습 ⓒ연합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역시 “그간 편의점 업계는 소득수준이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장이 연매출 5억 원을 상회해 우대혜택을 받지 못했다”라며 “영세·중소 자영업자들의 숙원 사업으로 대기업과 다르게 차별받는 카드수수료 문제를 해갈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15년 전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 의정부센트럴타워점을 운영해오고 있다. 계 회장은 “15년 전만 해도 카드수수료를 월 10만~15만 원 냈으나 최근에는 월 120만 원을 내고 있는데, 이번 정부의 조치로 평균 연매출 6억 원(월평균 165만 원)을 올리고 있는 편의점 업계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원짜리 비닐봉투도 카드로 결제하는 등 신용카드 결제가 전체 결제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카드수수료는 편의점 운영에서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계 회장도 담뱃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담배가격이 2500원에서 배로 인상되고 나서 편의점 매출이 담배 때문에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며 “예전에 현금으로 담배를 사던 분들도 한 갑에 5000원으로 인상되니 카드결제를 하는 바람에 카드수수료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고 했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 종로구지회장은 종로 세운상가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한다. 그는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안은 40만 명에 달하는 식당 운영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연매출 5억~10억 원 구간은 전체의 35%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수수료 1.4%의 혜택을 받게 됐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7년 대출·할부·신용카드 등을 관리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업을 제정하고, 이듬해 카드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의무수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의무수납제를 폐지한다면, 카드가맹점들이 카드를 선택적으로 받게 되고, 이에 따라 카드수수료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며 “코스트코가 카드사 간 경쟁을 통해 삼성카드를 수수료 0.4%에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단체협상권 생기면 개별협상 가능
이번 금융위원회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에는 고비용 마케팅 관행 등 카드산업 건전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의 마케팅 활동의 대상과 혜택이 대형 가맹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최승재 회장은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은 기존 적격비용 구성요소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 중에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항목을 제외해 비용을 재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항목에는 카드사의 접대비 및 기업 이미지 광고비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여야가 부가가치세 납부 세액공제한도를 상향조정하는 세법개정안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도록 조치해주기를 바란다”며 “더불어 카드사들은 소비자의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정말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들은 대형 백화점과 달리 카드사와 협상권이 없어서 개별적으로 카드사를 상대하다 보니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것”이라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카드사들이 대형마트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다”며 “카드사들은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에 반발하기보다 불필요한 리베이트에 대한 거품을 빼 구조조정을 하면 중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연희 정책실장은 업종 전환이나 재창업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정말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분들은 이 업종에서 손 털고 나가면 갈 곳이 없다”며 “정부는 이들의 취업과 폐업, 재창업이나 업종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