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1월 1일 2019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살자’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으로 ‘잘 살자’는 꿈은 어느 정도 이루었으나 ‘함께’라는 꿈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함께 잘 살기 위한 구조적 전환은 시작했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물은 웅덩이를 채우고 나서야 바다로 흘러가는 법”이라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라며 “2019년도 예산안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예산상의 큰 숫자만으로 ‘포용국가’가 직접적으로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며 “2019년도 예산안이 시행될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느 4인 가족을 가정해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아이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출산을 앞둔 30대 부부’라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4인 가족’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에서 출산과 육아는 가족과 국가, 모두의 기쁨”이라며 “따라서 부담도 정부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 9월부터 만 6세 미만의 아이에게 월 10만 원, 아동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이로써 아기 분유와 기저귀 값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다”고 했다. 또 엄마를 위한 정책인 출산급여에 대해서는 “정부는 그동안 고용보험 가입자에게만 지원하던 출산급여를 내년부터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산모에게도 지급한다”며 “매달 50만 원씩 최대 90일간 지급하며, 산모는 건강관리사에게 산후조리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인 아빠를 위한 정책으로는 “아빠는 기존 3일에서 10일간 유급 출산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가 5일 치 급여를 부담한다”고 했다. 또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육아휴직을 할 때, 두 번째 휴직 부모의 혜택을 더 늘렸다고 했다. 다시 말해 첫 3개월간 상한액 250만 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받고, 이후 9개월의 급여도 통상임금의 50%를 받게 된다.
만약 ‘4인 가족’이 내년에 도입하는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신혼희망타운에 입주를 희망할 경우, 최저 1.2%의 저금리로 30년 분할 상환으로 대출부담은 덜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부부 중 한 명이 올해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할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해 3년간 3000만 원의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어르신을 위한 정책에서 기초연금도 강조했는데, “65세가 넘으신 어머니는 매달 기초연금 25만 원을 받는다”며 “내년에 시작하는 사회서비스형 어르신일자리 사업은 어머니의 삶에 활력을 드릴 것이며, 기존 어르신일자리보다 월급도 두 배나 많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에 중점을 두어 편성한 정부 예산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며 “결혼에서 출산까지 평범한 신혼부부 가족의 어깨가 많이 가벼워졌다”고 포용국가 중심의 정부 예산안을 소개했다.
2019년 예산안의 특징과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총지출은 470조 5000억 원 규모로 올해보다 9.7% 늘었다. 2009년도 예산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산 증액 이유로 저성장과 대외 여건 악화 등을 꼽았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대의 성장을 달성했지만 올해 다시 2%대로 되돌아갔고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 분쟁,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내리막으로 꺾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는 것이다.
재정 여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와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도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수를 안정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늘어나는 세수에 맞춰 지출 규모를 늘렸다.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재정 건전성을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재정이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예산으로 편성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은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자리 ▲혁신성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충 ▲사회안전망 확충 ▲저출산 문제 대응 ▲국방 및 미세먼지 대응 포함한 안전한 사회 만들기 등에 방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
우선, 일자리 예산을 올해 19조 2000억 원보다 22% 증가한 23조 5000억 원 배정했다. 청년, 여성, 어르신, 신중년,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었다. 이직이나 재취업을 희망하는 신중년에게는 맞춤형 훈련을 지원한다. 어르신 일자리는 61만 개, 아이·어르신·장애인 돌봄 일자리는 13만 6000개로 늘렸다. 장애인 일자리는 2500개를 신설해 2만 개로 확대했고, 중증장애인 현장훈련과 취업을 연계해주는 지원고용사업을 25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렸다.
청년일자리와 자산 형성 정책도 계속 추진한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70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는데, 올해 9만 명을 포함하면 대상자가 18만 8000명으로 확대된다. 청년을 한 명 더 추가 고용할 때마다 3년 동안 연간 최대 900만 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대상도 11만 명에서 23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공공부문 일자리도 확충한다. 5년간 공무원 17만 4000명 증원 로드맵에 따라 내년에 공무원이 3만 6000명 충원된다. 정부는 내년 국민 생활, 안전 분야에서 국가직 공무원 2만 1000명, 지방직 1만 5000명 등 모두 3만 600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예산에는 국가직 공무원 충원에 따른 인건비 4000억 원이 반영됐다. 지방직 공무원 채용에 따른 인건비는 고려하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보건·영양·상담 교사 등 교원 3300명, 파출소·지구대 등 순찰인력 중심으로 경찰 5700명, 질병 검역, 미세먼지, 세관 등 국민생활·안전 밀접 분야에 6000명 등을 증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통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경찰·교원·집배원 등 치안이나 국민 생활과 관련된 공무원 17만 400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선취업·후진학을 활성화한다.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 등 사회보험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13만 6000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만 6000명에게 고교취업연계장려금을 지급하고, 고숙련 일·학습병행제의 지원을 확대하는 등 선취업·후진학 풍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2019년도 예산안 가운데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성장과 일자리에 함께 도움을 줄 ‘혁신성장’ 예산은 20조 4000억 원이다. 연구개발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혁신적 창업은 혁신성장의 기본 토대”라며 “특히 기초연구, 미래 원천기술 선도투자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연구개발을 대폭 확대했다”고 했다.
▶ 8월 28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서 모델이 ‘세계최초 핸드페이 탑재 인공지능 결제 로봇 브니(VENY)’를 이용해 결제 시연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인공지능 등 3대 전략 분야와 핀테크 등 8대 선도 사업에 총 5조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연합
혁신성장을 위해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의 3대 전략 분야와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드론, 핀테크 등 8대 선도 사업에 총 5조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혁신적 창업은 혁신성장의 기본 토대인데 지난 8월까지 7만 개의 법인이 새로 생기고, 2조 2000억 원의 신규 벤처투자가 이뤄졌다. 이는 단지 혁신성장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희망을 주는 지표들이다.
청년 창업의 꿈을 더 키운다. 시제품 제작, 마케팅 등에 필요한 자금을 바우처 형식으로 최대 1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창업부터 성장과 재창업에 이르기까지 기업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창출촉진자금을 신설하며 창업성공패키지 지원을 확대해 창업생태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한다.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데 그동안 의료기기와 인터넷은행, 데이터경제 분야에서 규제혁신이 이뤄졌다.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의 신기술과 신제품의 빠른 출시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