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페미니스트협회가 지난해 4월 19일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했다.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발족식을 가진 한국페미니스트협회는 “국민 캠페인 결혼합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문화운동, 남자 없는 밤 제정, 국회 여성의원 늘리기 운동, 페미니즘의 각급 학교 교과과정 선택, 여성 모의국회, 소녀상 문제 완전
해결, 문화 전략 20개년 계획” 등 야심찬 목표를 전면에 내걸었다. 김재원 월간 여성지 <여원> 전 발행인, 이상의 전합참의장,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 성대석 전 KBS 앵커 등 원로급 남성 3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김재원
혁명이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유사 이래 억눌려 살아온 이 나라 여성들의 혁명이다. 이 혁명은 쿠데타보다 더 강한 위력으로 나라를 흔들고 역사 전체를 뒤집어놓을 것이다.
사실 나는 1970년대부터 “아내를 사랑하라”는 구호를 부르짖었다. 그로 인해 그 시대 여성들의 뜨겁고 눈물 어린 찬사와 함께 남성들의 마땅찮은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나라 여성을 위한 투사이고 싶었다. 너무 힘든 과목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확실히 ‘아내 사랑’이라는 테마는 결코 쉬운 과목이 아니다. 사실 어떤 법률, 경제, 외국어보다 더 많이 연구·개발하고 전공해야 할 대상이 바로 아내 사랑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도 이를 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남자 중심이어서 그런 모양이라는 나의 주장도 과히 억지는 아닐 것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잡지<여원>과 방송을 통해 “아내를 사랑하라”고 끊임없이 외치며 때로는 외롭고 권력층의 눈 흘김도 많이 받았다. “여성이 행복한 곳에서는 짓궂은 운명의 여신도 미소 짓는다”, “여성의 삶에 불편함이 없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남녀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외침은 이제 외롭지 않다. 1970년대 여성지 <여원>의 지면에서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단어를 완전히 추방할 당시에는 “너무 앞서간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남편들에게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를 하라”고 외쳤을 때 여성들은 환호했고 남편들은 외면했다. 이미 1980년대에 그랬으니 40여 년 전 얘기다.
지난해 4월 19일에는 뜻 맞는 지인들과 더욱 의지를 굳게 하며 한국페미니스트협회를 창립했다. 페미니즘의 완성은 혁명하듯 목숨 걸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에서 4?19 혁명일인 4월 19일을 택했다.
그리고 이제 ‘미투’의 시대로 들어섰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혁명의 수레바퀴에 몸을 싣고, 나는 이제야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잘했구나’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릴 수 있게 됐다. 남자들이 자기 몸 관리를 잘못하면 한 방에 훅 가는 시대, 이런 시대의 유일한 구원책은 역시 아내 사랑이다. 아직도 도처에 ‘변사또’가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시대… 그럴수록 남편을 구제하는 유일한 방편은 아내 사랑뿐이다.
남녀가 완전히 평등하지 않으면 어떤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제쳐놓고 한 사회를 완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권력도, 심지어 전쟁이나 신까지도 여성과 평등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 민주주의, 평등사회, 완전사회… 그 시작과 중심과 완성에 아내 사랑이 있다. 이는 ‘하늘이 푸르다’는 진리 이상의 완전 진리임을, 우선은 위정자들이 알고 실천해야 한다. 이 나라 남성들이여~ 우리 다 같이 아내를 사랑하자! ‘아내를 사랑하자’는 바로 ‘아내만 사랑하자’이다.
김재원│한국 페미니스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