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8일간 3대륙을 경유하는 ‘지구 한 바퀴’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은 숨 가빴다. 지난 11월 28일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체코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체코 관계의 발전 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라하 시내 영빈관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바비시 총리는 “1990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면서 2015년 수립된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상호 교역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국방과 방산, 인적 교류 등 각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회담 이후 프라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사업에 우리나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바비시 총리에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 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춘 UAE 바라카 원전의 사례를 들었다. 이에 바비시 총리는 “바라카 원전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은 원전 안정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추후 긴밀히 협의해나가자”고 답했다.
▶ 11월 28일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아르헨티나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 ⓒ청와대
▶ 안드레아 바비시 체크 총리와 회담 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의 프라하 숙소 앞에서 팬이라며 꽃을 전한 체코 여성 ⓒ청와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우군 확보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해 보호무역주의 공동대응과 자유로운 다자무역체제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G20 국가들이 무역과 국제금융체제의 불안요인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및 통상규범의 현대화 논의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일자리 문제 등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내용으로 하는 ‘사람 중심 경제’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 중심 경제가 뿌리내리면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실천적 조치가 필요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정착하기 위해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다”며 G20 국가들의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 11월 28일 저녁 아르헨티나 동포 간담회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30일(현지 시간) G20 양자정상회담 접견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4시까지 단독 양자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하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남북 정상은 지난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6항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합의했고, 문 대통령은 당시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올해 안”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이 군사적 긴장 완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현재의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한미 정상은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도 재확인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위한 또 다른 역사적인 이정표가 되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프로세스가 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긴밀히 공조해가기로 했다.
▶ 1 문재인 대통령이 시릴 라마포사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 문재인 대통령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대통령 관저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조찬 회담을 가졌다. 양국 간 정상회담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두 나라 간 ‘21세기 공동번영을 위한 포괄적 협력 관계’를 체결한 지 14년 만이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와 통상 분야에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비교 우위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 문 대통령과 마크리 대통령은 올해 개시한 한·메르코수르(MERCOSUR, 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협상의 진전을 위해 협력하고 더 나은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지원 체계를 만들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아르헨티나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한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마크리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3 문재인 대통령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일 마타멜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및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관계 증진 방안 등에 대해 협의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부터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는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남아공은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한 경험이 있는 만큼 비핵화 과정에 있는 북한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며 “북한을 설득하고 비핵화로 이끄는 데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네덜란드가 올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을 맡아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데 대한 감사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조만간 열릴 북미 2차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공동노력하기로 했다”며 “네덜란드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끝까지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뤼터 총리는 “긍정적으로 상황 변화를 이끈 문 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두 정상은 지난 2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데 만족을 표하고,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가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뉴질랜드, 인적 교류 확대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4일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해 저신다 아던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나눴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포용적 성장을 이루어온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잘사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포용적 성장’의 국정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이러한 ‘사람 중심’ 가치를 바탕으로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2015년 발효된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 교역 및 투자 증진에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뉴질랜드가 강점을 가진 농업 분야와 한국이 강점을 지닌 인프라 건설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 4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와 기자회견 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5 12월 3일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마오리족 전사와 전통 방식인 ‘홍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또 한국 기업이 건조한 뉴질랜드의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호’가 내년 진수식을 갖게 된 것을 축하하고, 양국 간 방산 분야 협력이 강화되도록 ‘군용물자협력약정서’ 체결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남극 연구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남극조약 최초 서명국인 뉴질랜드의 오랜 경험과 한국의 연구기술을 합쳐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뉴질랜드가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에 대해 ‘자동여권심사(e-Gate) 제도’를 적용해 입출국 절차를 간소화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워킹홀리데이, 농·축산업 훈련비자, 농촌지역 청소년 어학연수, 전문직 비자 등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방안도 협의하고 양국 국민 간 교류를 더욱 넓혀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