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 ㈜디자인농부 김요섬 대표(38)는 6차 산업을 농업으로 디자인해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막대형으로 포장된 일회용 커피를 마시듯 미숫가루, 팥 볶음가루, 검은콩가루를 즐길 수 있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전북 전주시 전북생물산업진흥원 바이오플렉스창업보육센터 내에 있는 ‘디자인농부’ 가공공장에는 1회용 낱개 포장으로 곡물류, 분말류, 차류 등 27종의 상품이 스틱포장기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김요섬 대표가 삼각 티백에 담긴 ‘팥차’를 건네 보이며 “일반 면 포장지 성분의 티백보다 삼각 실크 티백은 망이 촘촘해 찌꺼기를 거의 완벽하게 걸러준다”며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고 산화 방지, 정량 섭취가 가능해 건강식, 아침 대용식으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우리나라 농업시장이 개방되고 있습니다. 우리 농산물은 맛도 좋고 품질도 좋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곡물 고급화 마케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취급하는 농산물은 국산인 데다 80% 이상이 전북 지역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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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가공 상품 제조에 필요한 농산물의 80% 이상은 30여 개 농가와 협약을 맺고 지역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대표는 올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6차 산업인(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으로 뽑혔다.
농식품부가 농업 분야의 생산(1차), 제조·가공(2차), 유통·체험·관광 등 서비스(3차)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 우수 경영체를 ‘이달의 6차 산업인(人)’으로 선정, 지속적인 홍보를 펼쳐오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가 이달의 6차 산업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통계학도에서 농업후계자의 길 선택
김 대표는 검은콩미숫가루 블랙빈, 팥볶음가루, 검은콩가루, 팥차, 통곡물 레드빈 시리얼, 잡곡선물세트 등 가공식품 27종, 쌀·잡곡류 20종 등 모두 47종의 주력 상품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막대형으로 포장된 커피에서 착안해 미숫가루, 팥 볶음가루, 검은콩가루를 보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1회용 낱개 포장으로 곡물류, 분말류, 차류 등의 상품을 제조 생산하고 있다. 휴대와 보관이 간편하고 산화 방지, 정량 섭취가 가능한 이 제품은 100% 국산 재료로 건강한 간식, 아침 대용식으로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디자인농부는 기존 농산물 제품에서 보기 힘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농가와 동반 성장을 이끈 성공 사례이자, 소비자의 기호와 트렌드를 반영한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요섬 대표는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를 하는 친구들과 달리 미래에도 여전히 농업이 중요 산업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농업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후계농(농업후계자)을 지원해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에서 생산자 교육을 받다가 미래농업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배웠다”며 “현대는 소가족 형태로 변화하면서 소비가 줄고, 대체 가공식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형마트의 판매보다 모바일을 통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
농업후계자로 20대 중반까지 농사를 짓던 김 대표에게 어느 날 창업의 기회가 찾아왔다. 전북도가 2014년 9월 30일 개최한 ‘스타 소상공인 공개 오디션’에서 전문 심사위원 7명과 시민 평가단 100명 등 150여 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스타 소상공인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스타 소상공인 공개 오디션에서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우리 농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담았다는 것’으로, 기존의 농산물과 포장에서 차별성을 확실히 했다. 둘째는 ‘도내 영농법인 및 생산농가와 연합해 판매망을 구축함으로써 함께하는 상생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었다. 셋째는 밀이나 수수 등을 제외한 대다수(80% 이상)의 농산물을 도내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스타 소상공인으로 선정되면서 마케팅·업체 시설 개보수·시스템 개선 등의 사업비로 2000만 원의 경영지원금을 받았고, 공개 오디션에 오른 것만으로도 전북 신용보증재단에서 3000만 원의 저금리 특례보증지원을 받았다”며 “이때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스타 소상공인으로 선발된 김요섬 대표는 FTA라는 거대한 파고와 관련, 국내 농업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생각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는 2011년 11월 곡물과 그 가공식품(미숫가루 등)을 개발해 온라인이나 요식업체에 판매·유통하는 소규모 회사를 창업했다. 종업원 8명이 모두 지역 인재로 구성된 이 회사는 2013년 매출액 8억 원을 달성하며 일약 주목받는 소상공업체로 떠올랐다.
▶ 디자인농부가 개발한 가공식품 ‘팥차’가 포장기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자인농부는 농촌진흥청의 국가특허기술인 ‘실크 삼각 티백’ 제조기술을 전수받아 상품의 고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C영상미디어
“콩이나 팥 같은 잡곡은 색깔이 예쁘거든요. 이런 것들을 1㎏ 정도의 소규모 선물세트(총 8종)로 만들어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했어요. 또 찹쌀이나 미숫가루, 콩가루 등도 선물용으로 쓰일 수 있도록 ‘귀한 선물을 받는다’는 마음이 들게끔 포장에 신경을 써 부가가치를 높였습니다. 마침 웰빙이 강조되는 시기라 첫 상품인 ‘디자인 잡곡 5종 선물세트’는 대박이 났습니다.”
팥이 씹히도록 만드는 기술 특허 이전 받아
김 대표는 법인 설립 이후 온라인으로 소포장 판매를 시작하다가 전주시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세련된 디자인의 소포장 선식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영유아용 식품개발 등 공동연구개발을 하게 됐다. 곡물 침출차, 후레이크 등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홈쇼핑 및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김 대표는 디자인농부라는 작명도 ‘농업을 디자인하다’라는 콘셉트로 곡물 가공식품을 상품화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농부’라는 이름은 오직 신뢰와 정직만을 모토로 고귀한 땀의 결실인 농산물에 독창적인 디자인을 더해 생산자의 신념을 더 잘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이름”이라면서 “농산물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눈길을 끌려면 농산물의 포장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농부의 기업 CI(기업 통합 이미지)도 농부라는 고전적 이미지와 디자인이라는 신개념을 조합해 ‘밀짚모자’와 ‘달팽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어 묵묵하게 일하는 농부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곡물류, 분말류, 차류 등을 막대형 일회용 낱개 포장으로 생산 가능한 고도의 제조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밀가루처럼 고운 분말로 이뤄진 이들 제품들이 휴대와 보관이 간편하고 산화 방지, 정량 섭취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에서 분말의 물성(物性)에 따라 수분 함량과 건조 방법을 조절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농부는 항산화물질이 함유된 팥볶음 티백, 팥음료 등 2건의 특허와 함께 우수 상품 인증 8건을 획득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팥음료를 개발 중으로, 단단한 곡물인 팥이 씹힐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확보해 특허 이전 승인을 받았다”며 “농촌진흥청과 생물산업진흥원으로부터 농업 관련 기술특허를 비롯한 연구개발에 관한 지도는 물론, 동결건조기·분쇄기 등 고가의 생산 장비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특히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연구 인력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팥차 개발에서 삼각 티백을 사용해 제품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농촌진흥청의 삼각 티백 국유특허 덕분”이라며 “이전에는 면 포장지를 사용한 티백을 사용했으나, 망이 촘촘한 실크 삼각 티백의 사용으로 찌꺼기가 남지 않고 깨끗하게 차를 우려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디자인농부는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독창적인 감성 디자인을 갖춘 주력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2016년부터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등 5개국에 수출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과 홈쇼핑 등으로 연 매출 약 10억 원을 달성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는 물론, 홈쇼핑이나 인터넷몰에서 디자인잡곡 3종 세트와 명품잡곡 4종 세트가 인기가 높다.
수출이 이루어지기까지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김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차 산업 프로젝트, 전라북도생물산업진흥원에 상품개발 자문을 구하고, 직원들과 밤낮없이 고민한 끝에 새로운 형태의 곡물가루와 시리얼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 김요섬 대표는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 도쿄식품박람회, 파리국제식품박람회 등 세계 3대 식품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시장을 개척한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경기도 주관 ‘G-FAIR 도쿄 전시상담회’에 참석한 모습 ⓒ디자인농부
김 대표는 상하이국제식품박람회(Sial China), 도쿄국제식품박람회(Foodex Japan), 파리국제식품박람회(SIAL PARIS) 등 세계 3대 식품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시장을 개척했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노력의 결과, 대규모 시장인 중국에서 바이어가 나타나 구매의사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중국인들이 팥을 좋아해 기대가 컸으나,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통관이 묶이고 추가 주문이 끊어졌다”면서 “거대한 중국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상하이에 가서 보니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일본 쪽과도 접촉해 성과를 내고 있고, 베트남과는 2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팥음료 개발에 도전 중
김요섬 대표는 요즘 ‘팥차’, ‘팥 시리얼’에 이어 팥을 이용한 야심작 ‘팥음료’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동지 팥죽의 주재료인 팥에는 비타민 B₁을 비롯해 니코틴산·칼슘·인·철분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며 “또한 팥 껍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은 이뇨작용으로 체내 불필요한 수분과 활성산소를 없애 붓기 제거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게다가 “팥은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이 높아 최근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동지에 팥죽을 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설이 있는 것도 팥의 이러한 성분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검정콩, 팥, 서리태콩 등은 세계 10대 곡물에 뒤지지 않는다”며 “해외 바이어들에게 식사대용, 다이어트, 탈모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정도로 한국 곡물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릴뿐더러 이것이 한국의 기후와 토질, 품종 개량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디자인농부는 오는 3월 준공을 목표로 826㎡(250평) 규모의 자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전북생물산업진흥원 바이오플렉스창업보육센터 ‘더부살이’를 청산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국가 특허기술을 이전 받아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하고, 올해 국가의 농업 관련 인건비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올해는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에도 매진해 장차 켈로그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도 백화점 식품매장을 찾아 전 세계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읽으려 노력한다”며 “디자인농부의 47개 상품은 대형 쇼핑몰을 통하지 않더라도 모바일이나 인터넷 포털(www.designnongboo.com) 검색을 통해 쉽게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