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최인아책방’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일일 글쓰기 체험’이라는 수업을 만들었다. 일대일 멘토링이 중요한 수업이라 많은 인원과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그날 참여한 모든 분들과 한 명 한 명 글쓰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이었는데 ‘잠시 쉬다 오세요’라고 말씀드려도 아무도 쉬지 않고 열심히 글을 쓰시고, 내 이야기를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들어주시고, 한마디라도 더 코멘트를 듣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결국 오후 6시까지의 시간도 모자라 한 시간 더 일대일 멘토링을 하고, 추가 질문을 받고, 또 궁금한 점은 나의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시라는 부탁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수업을 끝낼 수 있었다. 글쓰기에 대한 독자들의 열정이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꼭 작가가 꿈이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통해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소중한 대화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다.
그중의 한 독자분은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이 꿈이었지만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늘 시간이 없었고 처음으로 하루 종일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고 고백하셨다. 글을 쓰기 전에는 두려움이 너무도 컸고, ‘과연 내가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작가의 코멘트를 듣는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컸다고. 하지만 글을 한 편 한 편 쓸 때마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코멘트를 들을 뿐 아니라 타인이 쓴 글에 대한 코멘트를 할 때마다 신기하게도 자신감이 샘솟았다고 전해주셨다. 글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거나 힘들기만 한 일이 아니라 ‘나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는 즐거운 일’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여러분의 숨은 끼를 마음껏 발산해보세요. 두려워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내 안의 숨은 끼가 마음껏 종이 위에서 축제를 벌일 수 있도록 내 재능을 펼쳐보세요.” 끼를 마음껏 발산하라는 주문에 모두들 한바탕 웃어주셨다. 본인에게는 ‘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하지만 모인 분들 모두가 하나같이 서로 다른 글쓰기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분들의 재능을 ‘발견’해드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커다란 수확을 해낸 느낌이었다.
<보바리 부인>을 쓴 프랑스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이렇게 묘사했다. “글쓰기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신에게 머물 필요가 없고, 자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나는 남자가 되었다가 여자가 되었으며, 가을날 오후에 노란 낙엽을 밟고 말을 타고 숲을 지나갔다. 또한 나는 멋지고 근사한 말[馬]에, 잎사귀에, 바람에, 주인공이 하는 언어 속에 존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사랑에 빠진 주인공의 눈을 감게 만드는 불타는 태양 안에도 존재할 수 있었다.”
이렇듯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여성이 되었다가 남성이 될 수도 있고, 어른이 되었다가 어린아이가 될 수도 있으며, 동물이나 식물의 입장이 되어 인간세계를 바라볼 수도 있고,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머나먼 과거나 미래에 존재할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제한된 삶의 울타리를, ‘나’라는 경계에 갇힌 우리 삶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 글쓰기는 종이와 펜만으로도 세계를 창조하는 힘을 지닌 언어의 마술이다.
정여울│작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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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