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말했습니다.
“어렵게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1년 취준생 생활 끝에 직장을 잡았습니다. 2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직장 생활이 지겹고 힘이 듭니다. 권위적인 상사 밑에서 일 같지 않은 일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파김치가 됩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합니다. 그래서 요즘 전 로또를 삽니다. 돈만 생기면 당장 그만두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제 마음대로 살고 싶습니다.”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책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의 종류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면 요즘은 성실과 근면이란 단어가 경멸의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 그렇게 사는 사람도 제법 있어요.
제가 아는 젊은 부부는 애도 낳지 않고, 외제차를 타고, 거의 두 달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 같아요. 버는 족족 다 먹고 노는 데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자 생각이 다르고 그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습니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도 없습니다. 그걸 판단해주는 스승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가장 좋은 스승이 뭔지는 아시지요?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옳았고 무엇이 틀렸는지는 명확해집니다. 물론 전 근면과 성실이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잘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일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일이란 무엇일까요? 왜 일을 해야 할까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요? 그럼 돈이 충분한 사람은 일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돈 외에 어떤 목적으로 일을 하나요?
대부분 사람들은 바로 답을 못합니다. 별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그냥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일을 해야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일하는 법을 배워야 자기 사업도 하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그래야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공부를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건 많이 다릅니다. 우린 평생 일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학교에서 배울 수 없지요. 그건 일을 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일이란 그런 거구나, 혼자 일을 할 수는 없구나, 다른 사람을 도와야 내가 성과를 낼 수 있구나, 일을 잘하려면 상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부서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고, 자기 생각을 잘 설명해야 하고, 글로 이를 전달할 수 있고,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하고 등등. 자신이 경험하고 느껴야 합니다.
임대료나 받으며 살고 싶다고?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년에 깨지고 야단맞고 온갖 일을 다 당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일을 잘할 수 있고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서서히 일에 눈을 뜨는 것이지요.
임대료나 받으며 살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 한번 그렇게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과연 그게 즐거울까요? 그렇게 평생을 살아도 괜찮을까요? 당신 같으면 그런 사람을 배우자로 얻고 싶나요? 일은 돈을 벌기 위해 하지만 돈벌이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성장합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 사람을 판단할 때 저 사람이 자기 힘으로 밥벌이를 하는지, 한 경험이 있는지를 봅니다.
자기 힘으로 돈 벌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위험합니다.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기 때문에 돈을 쉽게 생각합니다. 또 일하지 않는 사람은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하기 어렵습니다. 게으름은 비뚤어진 마음을 갖게 만들지요. 할 일이 없으면 사람은 망가집니다. 하품이나 하고, 푸념만 늘어놓으면서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사람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합니다. 사람에게 일은 생명과 같습니다. 일이 우리를 구원합니다.
요즘 제 친구들 중 몇 명이 대기업 사장을 하다 은퇴를 했습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게 바로 일입니다. 한때는 그렇게 지겹다고 생각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게 바로 일입니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직원들과 회의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일을 가장 하고 싶어 합니다. 일은 축복입니다. 일자리가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가장 좋은 운동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 젊어집니다. 늙었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일을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 것입니다. 60이 넘은 지금, 저의 가장 큰 소망 중 하나는 죽는 날까지 은퇴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겁니다.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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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