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국가 3대 비전 중 두 번째 비전은 사회적 지속성 확보다. 사회적 지속성 확보는 저출산·고령화, 일자리, 안전과 환경 등 미래·현재의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저출산·고령사회를 대비해 능동적 사회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과 동시에 인구 감소에 대비해 아동 하나하나를 ‘창의적 인재’로 키울 수 있는 교육·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비용 증가 문제는 의료비의 장기적인 합리화 정책이 필요한 반면, 연금 비용은 내수 유지 차원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신뢰성 강화와 일자리 창출도 필요하다.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하고 보건·복지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고용 규모가 유지된다. 보건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나 일자리의 질이 매우 낮다. 공공보건복지기관 및 서비스의 확충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단위에서 각종 사회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과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일상생활의 안전 보장과 생명의 존중이 필요하다. 사후적 개입보다 예방적 환경 목표 설정을 통해 환경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안전이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을 전제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20~30대 여성의 성평등적 사회질서 요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전략 1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능동적 사회시스템 구축
2017년 출생아 수는 2035년으로 예상한 통계청의 추계치 35만 8000명으로 급락했다. 예상보다 18년이 앞당겨진 것으로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재앙적’ 수준의 인구절벽에 직면한 것이다. 이렇듯 주거, 교육, 독박육아 등 결혼·출산의 높은 기회비용,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혼인 감소와 출산이 급락하고 있다. 출산 친화적 사회 환경을 조성해 출산율을 제고하는 동시에 아동과 청소년 개개인을 ‘창의적 인재’로 키울 수 있는 교육·사회적 환경도 요구된다.
▶ 9월 28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맘 편한 부산’을 찾은 어린이들 ⓒ뉴시스
고령사회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의 노인인구 비중은 2030년을 기점으로 선진국을 추월하고 2060년 이전에 일본을 추월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노인의 삶의 질은 사회관계망, 빈곤율, 건강 상태 등에서 최하위 수준이며 단독가구 증가(2008년 19.7%→2017년 23.6%)로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당연히 노인은 보호 대상이자 인구 감소기에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설정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능동적 사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국정과제를 충분히 반영해도 2060년 GDP 대비 사회지출은 26.9~28.9%로 추정된다. 현재 유럽연합(EU) 28개국 수준(2014년 기준 27.5%) 정도다.
가장 큰 비중은 공적연금 지출이지만 높은 노인 비율과 낮은 연금액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건강보험·요양보험 지출은 9.6%로 양호하나 가계의 사적 의료비 지출을 포함할 경우 사회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고령화 대비 복지재정의 핵심은 무조건적 재정 축소보다 공적연금 비중 확대와 건강·요양보험 비용의 합리화를 꾀하는 일이다. 특히 민간의료비의 억제가 중요하다.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노인 의료비 합리화를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1차 공공의료 및 공공요양서비스 강화 등) 상당한 재정적·사회적 부담이 예상된다. 건강보험 진료비 중 요양병원 진료비의 비중은 2006년 0.3%에서 2016년 9.4%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비용은 정책 변화가 없을 경우 2060년 GDP의 13.2%를 지출하나 비용 절감 시 8.6% 수준으로 4.6%p 감소가 가능하다. 공적연금 지출은 2060년 13~15%로 현재의 유럽 수준에 도달하나 노인인구 비율은 EU 평균 29%, 한국 41%로 12%p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소비층인 청장년층의 인구 감소 상황에서 총인구의 41%에 달하는 1900만 명의 노인들이 적정한 수준의 소비를 하지 않으면 상당한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 이런 이유에서 연금 지출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주거 개선, 노동시간 단축, 기업의 출산 친화적 문화 조성 등 2040세대의 삶의 질 개선도 중요하다. 출산·양육 친화적 환경 조성으로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기업의 성평등 문화 조성도 필요하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공공재정과 가계 부담까지 고려한 총비용의 합리화를 모색하고 특히 공적·사적 의료비 총량과 노인의료비의 합리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주력 소비 인구의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공적연금의 내수 유지 기능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건강한 노후는 고령화 비용 합리화의 주요 수단으로 건강·주거·사회안전망을 노인 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전략 2 사회서비스 공공성·신뢰성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사회정책 분야의 일자리 확충은 노동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동력이다. 특히 보건·복지 서비스 분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 비중이 낮아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간 전체 취업자 증가율은 1.3%이나 보건·복지 관련 업종은 10.3%로 일자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향후 10년간 취업자 증가 예상 업종 중에서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가 부족하고 민간일자리는 임금·복지 혜택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잦은 이직으로 숙련이 형성되지 않아 서비스 품질 개선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분야의 일자리 확충과 질 개선은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및 성별 임금격차 완화, 더 나아가 아동·성인의 인적자본 확충에도 이바지해 경제사회적 외부 효과가 매우 크다.
과거 정부에서는 공공서비스 공급자보다는 민간공급자를 확충해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 국공립어린이집, 공공요양시설 등의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일부 민간시설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은 수준이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서비스 공급자 비중 확대(공공보육시설 및 공공유치원 이용률 40% 달성)를 통해 공공과 민간이 균형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공급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동일한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도 공공병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민간병원보다 약 4~9%p 더 높으며, 민간병원의 낮은 보장률은 결국 가계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간 10조 원 이상의 보육과 유아교육비를 정부가 지출하고 있는데도 민간공급자의 영리 추구 동기로 인해 정부의 막대한 보육지원비의 의미가 상실되고, 가계의 보육비 부담은 여전하다.
따라서 공공서비스 공급자를 적정 수준으로 확충해 양질의 공공일자리를 확보하고 민간·공공기관의 일자리 질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수가체계의 재검토와 민간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개선해 인건비 출혈 경쟁을 막고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 보건복지서비스 일자리 질 개선을 남녀 임금 격차 해소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경쟁의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임을 감안한 공공·민간 상호 협력관계 구축도 필요하다. 적정 수준의 공공사회서비스를 위한 공급자를 확충하고, 수요자 지원 방식의 성과를 재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료│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략 3 일상생활 안전 보장과 생명 존중
국민의 높아진 환경기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세먼지, 대기오염, 유해 매체 대책 등 환경정책 전반의 지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몰카 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 과정에서 기존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등 여성의 일상생활 안전 보장과 대응체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건물의 노후화, 대형화가 진행되고 자연재해 등이 겹치면서 대형 복합사고의 위험이 증가하고, 산업재해 및 교통사고 노출 위험도 여전하다.
환경정책은 예방적 환경 목표를 설정해 환경·경제·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맞춤형 환경기준을 설정하고, 환경 불평등 해소를 위한 환경 정의적 정책 접근 역시 필요하다. 환경 관련 정책 설계·평가에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국민 참여형 환경민주주의도 강화해야 한다.
성평등 측면에서 성별 위계에 근거한 폭력으로서 여성폭력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피해자 관점의 여성폭력 대응시스템 구축과 성인지적 관점의 폭력 예방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안전정책과 관련해 안전을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위험 예방사회를 구축한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피난 계획·행동지침 마련과 사고 후 공동체 복원력 방안을 강구한다. 신종·대형·복합 재난 대비 재난안전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컨트롤타워를 정비한다. 안전 규제 및 감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망사고 절감으로 국민 체감형 안전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산업안전과 산재보험의 범위를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고 원청·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
성장을 위해 복지와 분배의 선순환이 필요
‘포용국가’란 무엇인가?
문재인정부의 사회정책 비전으로 주창돼 국가비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가 사회정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계층도 소외됨이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고루 누리고 개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정의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본다.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정부는 참여정부의 계승자를 자처한다. 참여정부가 주창한 비전 2030을 발전시킨 것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밋빛 구상에 지나지 않으니 재원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복지, 노동, 교육, 주거 등 사회정책 전반의 포괄적 전략을 마련한 측면에서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내용이 추상적이다. 역시 문제는 실행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범정부 추진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공감대를 넓혀나가면서 입법화 과정을 통해 뜻을 관철시켜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
역대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상당한 재정을 쏟아 부었으나 결과가 좋지 않다. 저출산 문제는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장기적으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출산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단기 노동자,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일자리 확충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고용지표가 좋지 않다. 일자리 대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을 위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중요한 대목이다. 이들은 본인의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케어(돌봄)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커뮤니티 케어’라고 하는데, 일자리 창출과 연결시켜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속성장’을 위해 무엇이 시급한가?
가계소득, 노후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주거비용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낙후한 사회정책 부문이 실은 지속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고 가계가 위기에 빠지지 않고 안정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장을 위해 복지와 분배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필요하다.
고령사회 대비책은 무엇이 있을까?
지속적이면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초고령 사회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 연금, 돌봄 등 사회정책 전반의 비용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소득증대를 통해 수요를 증가시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생각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인식이 좀 왜곡돼 있다. 이게 잘 작동되려면 최저임금 보장만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대책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공공투자가 필수적이다. 공공투자가 민간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회 인프라 및 생활 SOC 투자가 중요한 이유다.
‘환경’, ‘안전’ 정책 방향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정부의 탈원전 방향에 대한 오해가 있는 듯하다. 사실 현 정부에서도 원전은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발전량의 30%를 원전이 차지하는데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그러니 현재 상황과 또 중장기적으로 탈원전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좀 더 설득력 있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져야 한다. 가장 큰 안전 대책은 좋은 사회,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창곤│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