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한국관광공사 사내 학습동호회 키즈여행연구회는 5세 미만 아이들이 즐겁게 여행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단체다. 키즈여행연구회의 노하우를 공개한다.
가족여행은 전 세계 레저여행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키즈(Kids)’가 소비시장의 파워키워드로 등극하면서 향후 키즈여행 시장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 키즈여행연구회는 한국관광공사 내 만 5세 미만 자녀를 둔, 여행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자녀 동반 가족여행을 넘어 아이들이 환영받는(Welcome Kids) 여행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키즈여행연구회 정미연 회장은 “아이와 손잡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부모들은 여행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친화적인 여행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결성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아이들과 함께 국내외 여행지를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키즈여행 시설&서비스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아이와 체험활동하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체험활동
아이와 여행을 할 때 아이 눈높이에 맞는 시설이 중요하다. 체험활동 역시 자연을
몸으로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좋다.
●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돼서 아이와의 여행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기차여행은 기차역 방문과 기차를 타는 경험으로 아이들이 좋아한다. 단 짐은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 과일 따기 체험활동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인기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체험이다. 수확한 과일로 잼이나 피자, 주스 등을 만드는 체험활동도 좋다.
● 집에서 요리 체험을 시키고 싶지만 주방 청소 등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요리 체험이 가능한 여행지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은 쿠키나 초콜릿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 아이들은 흙과 숟가락 하나만 있어도 몇 시간을 즐겁게 놀 수 있다. 시골마을의 폐교를 단장해 놀이학교나 미술학교를 조성하면 근처 도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
●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활동을 꼽으라면 단연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놀이다.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관찰하고 먹이도 주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키즈여행연구회
아이와 숙박하기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숙박
아이와 함께 숙박하기 좋은 곳은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아도 다칠 염려가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 침대형 객실에서는 아기 침대나 침대 안전가드가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다만 아기침대는 혼자 누워서 자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 한옥이나 온돌방은 아이와 숙박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위생적인 마룻바닥, 마음껏 구르고 자도 좋은 푹신한 이불이 있어 부모 역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
● 아직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해외에는 저상형 침대를 갖춘 다다미룸이 많다. 저상형 침대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요와 이불보다는 푹신해서 잠자기에 편하다.
● 요즘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갖춘 캐릭터룸이 인기다. 화려한 캐릭터룸도 좋지만, 서랍잠금장치, 모서리보호대 등 유아 안전용품을 잘 갖춘 객실이 더욱 좋다.
아이와 화장실 가기
몇 만 원으로 웰컴키즈 환경의 화장실 만들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음식점과 관광지, 숙박업소에서 어린이 전용 화장실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조금만 신경 쓰면 아이들이 편한 화장실을 만들 수 있다.
● 화장실을 개조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비품만 구비해도 아이들에게 너무 편하다. 유아 변기 커버(1만~2만 원), 유아 겸용 변기 커버(3만~4만 원), 발 디딤대(1만 원 미만), 유아 욕조
(1만~2만 원대), 유아 욕실화(5000원 내외) 등 5만 원이면 웰컴키즈 환경의 화장실이 완성된다.
● 가능하면 공공장소는 유아용 변기와 소변기, 유아용 세면대를 갖춘 화장실이 좋다. 예쁜 디자인보다는 아이 혼자서 사용하기 안전하고 편한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같이 가기 좋은 화장실은 고속도로 휴게소와 백화점·마트의 가족사랑화장실 등이 있다.
● 어른 화장실에 아기용 의자가 있으면 편하다. 아직 혼자 서지 못하는 어린 아기와 화장실 갈 때 특히 유용하다. 또 기저귀교환대는 아직 혼자 서지 못하는 아기들에게 필수이다.
● 유아용 낮은 세면대를 갖춘 화장실은 찾기가 의외로 어렵다. 비누, 핸드워시도 아이 손이 닿는 곳에 있어야 한다.
● 아이와 외출하면 항상 짐이 많은데, 화장실에 가방걸이나 소지품 보관대가 있으면 부모들이 좋아한다.
키즈여행 고수들의 생생 여행 노하우
Q 아기가 아직 낮잠을 자는 시기라 여행 일정을 짤 때 항상 애매해요. 낮잠 자는 아기와 여행 노하우가 있나요?
A 그 애매함 100% 공감해요. 이런 방법이 있어요. 먼저 차량 이용 시 최대한 아이의 낮잠 시간에 맞춰 이동하고, 유모차 산책이 가능한 여행 코스를 물색하세요. 숙박여행의 경우 숙소에서 함께 쉬어가면서 여행하세요.
Q 아이와 식당을 이용할 때 항상 눈치가 보여요.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A 가고 싶은 식당이 있으면 먼저 전화로 아기 의자가 있는지 문의합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스티커북 등)을 챙겨갑니다. 식사 후에 아이가 먹을 간식(과자, 견과류 등)도 챙겨가고요. 아이가 너무 통제가 안 되고 운다면 밖에 나가서 달래보고 그래도 안 되면 음식을 포장해서 나옵니다.
Q 아이가 여행만 가면 잠을 설치는 편이에요. 아이와 숙박 시 노하우가 있나요?
A 낯선 여행지에서 아이들이 쉽게 잠들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친숙한 무언가(애착물)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의 애착물을 챙겨가세요.
Q 이제 아기띠를 하거나 유모차를 탈 나이가 아닌데, 여행 중 잘 걷지 않는 아이 어떻게 할까요?
A 아이와 부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놀이로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걷기 싫어할 때, “햇빛 피해서 누가 누가 잘 걸을까?” 또는 바닥 타일 색깔이나 모양을 살펴보고 “금 안 밟고 걸어보자, 빨간색 벽돌만 밟고 걸어보자” 등의 놀이로 지루함을 해소할 수 있어요.
아이와 밥 먹기
식당의 작은 배려에 엄마·아빠는 감동한다!
ⓒ키즈여행연구회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 특히 외식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과 음식에 흥분하기도 하고, 외출을 하는 날은 낮잠 시간이나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세심하게 아이들을 배려하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 아기 의자가 없는 식당에서는 밥상보다 아이가 먼저 올라간다. 아이와 함께 식사하기는 독립적으로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좌식룸이 좋다. 다만 좌식룸에는 유아 의자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 식당에서 좌식룸에는 부스터나 유아용 의자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 아기 의자에 앉으면 아이 혼자 식사할 수 있어서 좋다. 아이들에게 식사 예절을 익힐 기회를 줄 수도 있다. 테이블이 있는 아기 의자는 혼자 앉는 시기부터 쓸 수 있어 편하고, 테이블이 없는 아기 의자는 좀 더 위생적인 느낌이 들어 좋다.
● 유아 식판, 유아 식기, 유아용 컵 등이 있으면 부모들은 편하다. 아이들은 식기를 떨어뜨리거나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유리컵은 불안하다.
● 유아 놀이방을 갖춘 식당은 부모에게 편리한 서비스다. 컬러링북과 크레용을 아이에게 건네는 식당은 더욱 좋다.
● 유아용 식기가 따로 준비되지 않은 식당에서는 포크라도 달라고 요청한다. 유아용 식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부모가 많아야 유아 식기를 갖춘 식당이 늘어난다.
● 아이들을 위한 놀잇감이나 놀이공간을 제공해주면 좋다. 나아가 어린이 메뉴가 따로 마련돼 있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욕심 버리고 최대한 여유롭게 일정 짜는 게 중요하죠”
정미연 키즈여행연구회 회장
주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키즈여행연구회는 다섯 명의 정회원(한국관광공사 직원)과 한 명의 외부 회원(여행사 키즈투어 팀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주말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국내 키즈여행 인프라와 콘텐츠를 점검했고, 그 답사 결과를 바탕으로 얼마 전 동호회 자체적으로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키즈여행 시설&서비스 가이드북>을 펴냈습니다. 향후 KTV 국민방송과 협업으로 ‘네이버 맘·키즈판’에 키즈여행 관련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여행의 목적은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임을 항상 명심하세요! 아이가 여행지의 멋진 풍경에는 관심 없고 바닥의 나뭇잎 하나를 궁금해하더라도 옆에서 지켜봐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항상 변수가 생길 수 있어요.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기상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죠. 아쿠아리움 같은 실내 여행지나 키즈카페를 미리 찾아두면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하기 좋습니다.
아이들과의 여행을 계획하는 <위클리 공감> 독자들께 한말씀 부탁드려요
우리나라는 인프라나 콘텐츠 면에서 상대적으로 아이와 여행하기 양호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노키즈존’이 이슈가 되면서 아이와 함께 식당을 이용할 때 주변 시선이 달라졌음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많은 식당이나 숙박시설, 여행지에서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건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의 경험들을 업계나 지자체와 공유한다면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