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전래동화와 스트리트 댄스가 만났다. 외교부 공공외교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댄스컬(댄스와 뮤지컬의 합성어) ‘깨비갓쏘울(Kkaebi Got Soul)’을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미처 몰랐던 한국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 깨비갓쏘울’ 공연에 참여한 ‘춤추다’ 팀.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세리, 설영우, 한지혜, 송유리, 정상현 ⓒC영상미디어
한국 전래동화가 스트리트 댄스로 다시 태어났다. 9월 2~3일 총 3회에 걸쳐 서울 마포구 베짱이홀에서 전래동화 ‘도깨비감투’를 스트리트 댄스로 풀이한 ‘깨비갓쏘울’이 공연됐다. ‘깨비갓쏘울’은 춤을 잘 추게 만들어주는 신비한 효능을 가진 도깨비감투가 사라지면서 일어난 도깨비와 ‘몸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스트리트 댄스로 그려냈다.
전래동화 ‘도깨비감투’를 현대식으로 각색한 댄스컬로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한국 도깨비의 왜곡된 이미지를 없애고, 사람들을 돕는 한국 도깨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깨비갓쏘울’은 외교부 국민 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선정돼 활동 중인 ‘춤추다’ 팀이 외국인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 전래동화와 전통 정서를 힙합, 비보잉, 로킹과 결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들의 반응 가운데 우리의 한복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 디안앱(27) 씨는 “한복이 특히 예뻤다”며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종영된 한국 드라마 ‘도깨비’와 비교하며 “드라마와 또 다른 도깨비를 알게 돼 공연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한국 소프트파워 활용한 공공외교
‘춤추다’는 세계 힙합인의 축제인 ‘2015 힙합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락앤롤크루 단원 12명과 국내 메이저급 힙합 댄서 5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송유리(31) 씨는 “한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을 생각해냈다”며 “많은 외국인이 말하지 않아도 몸짓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공연 소감을 밝혔다. 또한 “공공외교 프로젝트는 주로 해외에서 이뤄졌는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어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스트리트 댄스는 한국에서 시작된 춤이 아니기에 한국 정서에 맞게 음악, 무대장치, 의상 등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스트리트 댄스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안무를 맡은 정상현(30) 씨는 “전통적인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시대적 배경, 의상, 음악을 선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스트리트 댄스에 한국 고유의 음악과 의상을 접목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깨비갓쏘울’을 시작으로 ‘춤추다’팀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송유리 씨는 “이번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세계 무대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전래동화 ‘도깨비감투’를 스트리트 댄스로 풀어낸 ‘깨비갓쏘울’ 공연 ‘춤추다’ 팀. 과 공연 포스터 ⓒ춤추다 팀
국민 모두가 외교관 ‘공공외교’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란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를 높여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 활동을 말한다.
정부 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일컫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예술, 원조, 지식, 언어, 미디어, 홍보 등 다양한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외국 대중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사고 감동을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공외교의 기본 방향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공공외교에 한 발 늦게 뛰어든 편이나, 2010년을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존의 정무외교·경제외교와 함께 공공외교를 대한민국 외교의 3대 축으로 설정하고, 공공외교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이 공공외교의 주체로 참여하는 ‘국민 참여형 공공외교’ 사업으로 ▲공공외교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시행자로 참여하는 ‘국민 모두가 공공외교관’ ▲국내외 청년의 자발적·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한 ‘청년 공공외교단’ ▲시니어의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활용한 ‘시니어 공공외교단’ ▲젊은 문화예술 인재를 문화적 불모지인 개도국에 문화봉사단으로 파견해 현지의 문화꿈나무를 발굴하는 ‘글로벌 문화꿈나무’ 등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