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저널리스트 마이케 빈네무트는 퀴즈쇼에 출연했다가 50만 유로 상금의 주인공이 된다. 우승 전 그는 ‘상금을 받는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한 달에 한 도시씩 총 열두 도시를 여행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이 말은 현실이 되었고 그의 이야기는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2011년 1년 동안 그는 시드니, 부에노스아이레스, 뭄바이, 상하이, 런던, 바르셀로나, 텔아비브, 아디스아바바, 아바나 등의 도시를 다녀왔다.
남의 이야기 같은가. 퀴즈쇼 우승이라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여행지는 아직 우리 곁에 있다. 마이케 빈네무트의 행운이 행복이 된 건 주저 없이 떠났기 때문이다. 한 달 살아보기는 국내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가까운 국내부터 나라 밖 나라까지 한 달 살기 좋은 여행지를 담았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어떤 식으로 한 달을 사느냐에 따라 숙소의 종류도 달라진다. 제주도는 ‘한 달 살기’의 진원지인 만큼, 도심과 바닷가 올레길 주변 등에 장기투숙숙소가 대부분 마련돼 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전문업체인 ‘자연하우스’는 80%의 이용객이 엄마와 유아, 은퇴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1인 방문자와 모녀 방문이 뒤를 잇는다. 구성이 다양한 만큼 ‘한 달 살기’의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360개의 오름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고, 책방과 도서관에 머무는 사람, 낚시와 골프를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하다.│조선닷컴
한 달 살기 비용 약 100만 원
한 달 집세 평균 약 70만 원
한 끼 식사 마트나 시장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으면 식비가 절감된다.
참고 성수기인 방학시즌에는 숙소비가 10만~20만원 가량 오른다.
강원도 한 달 살기
강릉과 속초를 따라 강원도 해안도시가 ‘느리게 살기’의 대안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도로 유입 인구가 폭증하면서 부동산 가격 역시 폭등했다. 강원도의 경우 제주도 부럽지 않은 자연환경과 접근성을 갖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사회기반시설이 더 좋아졌다. 겨울에는 평창송어축제 등의 지역축제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늘 곁에 있는 해변에서 휴양 등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강원도 한 달 살기’ 펜션을 운영하는 바다정원 펜션 관계자는 “비염이나 알레르기 등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방학을 맞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주인장 부부 역시 강원도에서 지낸 지 7개월 정도 지나면서부터 증상이 호전됐다는 증언이다.│한국관광공사
한 달 살기 비용 약 70만 원
한 달 집세 평균 약 40만 원
한 끼 식사 사 먹느냐 해 먹느냐에 따라 달라짐
참고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에서 1시간 40분에 도착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발리 한 달 살기
수년 동안 전 세계 유목민들이 몰려온 ‘한 달 살기’의 성지다. 외지인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만큼 숙소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신혼여행지로 이곳을 찾았던 이들이 ‘한 달 살기’를 실천해보기 위해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자연도 있지만 와이파이도 되는 도시’라 젊은 노마드들이 선호한다. 처음에는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잡더라도 현지에서 더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다녀온 이들의 설명이다. 2002년 발리를 여행한 뒤 발리의 매력에 빠져 10년간 ‘발리지기’로 발리 전문 컨설팅 회사인 ‘발리지기 닷컴’을 운영하는 한동엽 대표는 발리를 ‘고대 문화와 예술의 감성이 살아 있는 곳’으로 소개한다.│153 tour
한 달 살기 비용 약 90만 원(항공료 제외)
한 달 집세 평균 약 40만 원
한 끼 식사 약 3000~4000원
참고 한 달에 약 3만 원이면 자전거를, 약 5만 원이면 스쿠터를 빌릴 수 있다.
태국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치앙마이는 태국 남쪽에 있는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km 지점에 있다. 때문에 ‘예술가들의 아지트’, ‘떠오르는 한 달 살기 여행지’ 등으로 불린다. 치앙마이에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 대신 예쁜 목기에 로컬 음식을 내주는 식당과 근사한 헌책방이 있다. <치앙마이 반할지도>를 쓴 최상희 작가는 동생과 함께 작은 출판사 ‘해변에서랄랄라’를 운영하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만든다. 그에게 치앙마이의 기억은 ‘다른 여름 나라에 비해 쾌적한 공기와 적당한 습도’로 남아 있다. 주말마다 야시장이 열리는데 볼거리와 먹거리 살거리가 많다. 우산, 보석, 그릇 등을 만드는 수공예가 발달해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볼 수도 있고 소장할 수도 있다.│모두의 여행
한 달 살기 비용 약 80만 원(항공료 제외)
한 달 집세 평균 약 39만 원
한 끼 식사 약 2000~3000원
참고 2~5월은 농지를 태우는 기간이라 공기의 질이 좋지 않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 달 살기
유럽에서 그나마 저렴한 생활비로 장기 체류하기 좋다. 디지털 유목민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노마드 리스트’에서 뽑은 ‘한 달 살기 좋은 유럽 도시’ 중 하나다. 프라하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비교적 관광객이 적어서 인기가 많다. 시내 카페에서 쉽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빵과 와인, 커피와 맥주가 싸고 맛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처럼 온천 문화가 있어 휴양을 즐기기도 좋다. 주말마다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것도 풍성한 볼거리다. <헝가리에서 보물찾기>를 쓴 김병선 교수는 헝가리를 ‘유럽의 동양’이라고 부른다. 그가 찾은 최고의 보물은 우리와 닮은 ‘사람 사이의 정’이라고 한다.│노마드 리스트
한 달 살기 비용 약 120만 원(항공료 제외)
한 달 집세 평균 약 60만 원
한 끼 식사 약 6000~7000원
참고 뼈가 시리도록 추운 동유럽의 혹독한 겨울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