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휠체어·보조기… “아프다고 가족 아닌가요?”
피플 반려동물 휠체어·보조기… “아프다고 가족 아닌가요?”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가 반려견 요크셔테리어 또또를 공개했다. 또또는 열일곱 살 노견으로 잘 걷지도 먹지도 못한다. 어떤 일에도 의욕이 없다. 전현무는 또또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하고 거동에 도움을 주고자 휠체어를 제작해줬다. 이 에피소드는 시청자의 공감과 안타까움을 샀다. 동시에 반려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반려견이 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도달했을 때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도록 돕는 모습이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한 진심 어린 행동이었다. ⓒC영상미디어 또또에게 휠체어를 제공한 곳은 펫츠오앤피(Pets ONP). 동물의 보조기구와 의족(Orthotic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김 대표는 국내 최초 동물재활공학사가 됐다. 동물 재활,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김 대표는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보조기와 의수족을 만들어주는 의지보조기 기사로 일했다.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어획용 그물에 걸려 꼬리를 잃은 돌고래에게 인공 꼬리를 만들어주고 재활 훈련을 함께하는 내용이었다. 문득 어릴 적 키우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문틈에 끼어 다리를 못 쓰다가 얼마 안 가 생을 마감한 녀석이었다. 그때 의족이 있었다면 고양이가 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동물을 위해 의수족을 만드는 곳이 있는지 궁금했다. 우리 집 개,고양이에게 장애가 생겼다는 글은 간간이 보였어도 장애동물에게 보조기를 만들어주는 곳은 없었다. 국내에서는 동물 재활 전문가를 찾지 못하자 해외 업체에 문의했다. 미국의 한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는 바로 미국으로 가서 기술을 터득했다. 놀라운 점은 한국에서는 전무한 동물 재활이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라는 점이었다. 사람이 장애를 가지면 재활로 극복하듯 동물의 재활도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펫츠오앤피를 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이 왜 수십만 원짜리 휠체어를 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물며 수의사들도 수술을 했는데 보조기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를 만들지, 굳이 장애동물 보조기구를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에 애정을 갖고 어딘가에서 이러한 장치를 원하는 사람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의사들도 꾸준히 설득해갔다. 이 일이 꼭 필요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요. 저는 의지보조기 기사로 전문성이 있었으니 누구보다 잘할 자신도 있었고요. 동물 재활의 기본은 사람에서 시작해요. 사람과 동물의 몸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인체 해부학이 먼저 발달해 수의학에 적용됐듯 재활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동물의 성향과 패턴이 사람과 달라 공부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죠. 펫츠오앤피 직원들은 모두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 기술자들이다. 사무실 1층은 의수,족 전문 숍이다. 모두 김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1층은 사람, 2층은 동물을 위한 보조기구를 제작한다. 여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내 최초 동물재활공학사의 사명감이랄까. 사람을 위한 보조기구 기술은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반면 동물 보조기구는 아직 수요가 크지 않아 기술개발이 더디죠. 사람을 위한 보조기구 기술을 동물에 접목하면 동물 재활용품 개발도 멈춰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 펫츠오앤피를 찾는 반려동물은 80%가 개다. 그중에서도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슬개골 탈구로 많이 찾는데 모두 집 안에서 생긴 사고 질환이다. 소형견이라면 대다수가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유는 가정의 미끄러운 바닥에서 뛰어다니기 때문. 심한 경우는 수술을 하고 후유증이 남아 펫츠오앤피를 찾는다. 보통 3개월가량 보조기를 사용하면 완치가 되지만 영구 장애로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견의 디스크도 많다. 실내 생활에서 자주 미끄러지고 사람이 안 좋은 자세로 안으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이렇듯 질환 대부분이 사람에 의해 생기는 셈이다. 국내 동물 재활 개념이 도입되기 전, 몸이 불편한 동물들의 삶은 비극적이었다. 보조기구는 떠올리기조차 어려웠으며 꼭 필요한 경우는 수입에 의존했다. 장애동물에게 가장 많이 내려진 방법은 안락사였다. 대안이 없어 방치는 또 다른 방법이 돼버렸다. 즉 장애를 가지고 살거나 죽거나, 극단적 선택지였다. 때문에 유기도 적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했든 주인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극단적 결정을 내리기보다 휠체어 등 보조 용품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요. 보조기구 사용이 조금은 불편해도 사람과 동물 모두 좀 더 나은 생활을 가져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여전히 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진다. 장애동물은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펫츠오앤피가 부산지점을 연 건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가족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도 있었다. 그동안 지방에서 아픈 반려동물을 데리고 서울까지 발걸음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반려동물 재활을 위해 펫츠오앤피를 찾으려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동물병원의 진단서 발급이다. 병원의 진단에 따라 처치해야 오판이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진단서를 받았다면 김 대표와 상담에 들어간다. 집안 환경이나 제작 용품에 따라 옵션을 정하고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제품을 고르는 것. 반려동물의 본을 뜨고 일주일의 제작 기간을 거치면 제품이 완성된다. 반려동물은 완제품을 테스트하고 재활에 들어간다. 아픔도 함께 이겨내면 기쁨의 나날이 된다 김 대표와 인터뷰하는 가운데도 한 반려가족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 주인의 품에 안겨 있을 때는 몰랐는데 시츄는 바닥에 내려놓자 걸을 때마다 다리를 절룩였다. 열여덟 살 노견이었다. 나이가 많은 동물은 아파도 수술이 힘들어요. 마취에서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그럴 때 펫츠오앤피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보조기구를 사용해 몸을 보호하고 지지하면 수술하지 않고도 더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보조기구는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든 노견들에게 밥 먹고 대소변 보는 일상생활을 조금 쉽게 해주는 거예요. 최소한의 삶을 제공하는 거죠. ▶ 1 반려견의 보행을 돕는 휠체어 2 슬개골 탈구, 십자인대 손상, 관절염 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무릎보조기 ⓒ펫츠오앤피 지금까지 개,고양이 등 6000여 마리가 김 대표의 손을 거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골든 리트리버 동순이다. 홍역을 앓던 동순이는 동물병원에 버려졌다. 처음에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했는데 사지 휠체어로 재활에 성공했다. 지금은 보조기 없이도 잘 지낸다고 하니 이만큼 보람된 순간이 어디 있을까 싶다. 반려동물은 예쁘고 사랑스러울 때만 곁에 두지 않는다. 애완동물이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가족,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간다. 물론 가족은 아프다고 외면하지 않는다. 기쁨은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아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했던가. 펫츠오앤피는 반려가족이 반려동물의 아픔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란다. 가족이 함께 이겨내면 아픔의 날들이 기쁨의 나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펫츠오앤피의 사명은 동물 장애가 발생하지 않게 하고 장애가 생긴 동물은 조금이라도 편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요즘은 치료법이 좋아져서 장애가 잘 생기지 않아요. 반려동물을 기를 때 한 번쯤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아프다고 가족이 아닌 건 아니라는 점을요.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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