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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미술놀이터 2018’ 보고 듣고 만지는 전시회

‘얼렁뚱땅 미술놀이터 2018’ 보고 듣고 만지는 전시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꽤 오래전 어느 놀이터 한편에서 모래를 주무르며 흥얼거리곤 했다. 모래는 누구나 만질 수 있는 놀잇감이었고 놀이터는 말 그대로 놀이의 장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만지는 놀이보다 보거나 듣기만 하는 놀이가 주가 되고 있다. 어린아이도 손쉽게 스마트폰에 접근하게 되면서 직접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탓이다. 올여름은 유독 긴 폭염도 한몫하는 듯하다. 잠시 더위를 피해 아이가 온몸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얼렁뚱땅 미술놀이터를 권한다. 보고 듣고 만지며 펼치는 상상의 나래로 함께 가보자. ▶ 지난 8월 14일 얼렁뚱땅 미술놀이터를 찾은 아이들이 아크릴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고 있다.ⓒC영상미디어 체험형 전시회 얼렁뚱땅 미술놀이터 2018이 지난 8월 11일부터 9월 16일까지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대상자는 5~10세 어린이. 대상 연령대를 한껏 고려한 만큼 전시장 곳곳이 아이들 위주다. 특히 시각과 청각, 촉각을 중심으로 한 체험미술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앞서 2008년, 2009년에도 재미있는 미술전이라는 이름 아래 미술작가 40명이 이곳에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참가자들이 작품을 마음껏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그러한 콘셉트의 전시가 부족했던 터라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2011년에는 한 달 동안 토요일마다 20명의 아이에게 미술 교육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직접 석고로 신체 일부를 본뜬 작품으로 비워진 미술관을 채워 넣는 방식이었다. 이번 얼렁뚱땅 미술놀이터는 한발 더 나아가 아이가 만지고 그리며 놀 수 있도록 한다. 놀아야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해야 놀 수 있다는 게 신용철 담당자의 이야기다. 어느 아이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술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미술은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작품 수가 적은 대신 장르를 다양화했어요. ▶ 식물이 수도꼭지를 타고 나오는 물소리를 듣고 자라는 정원ⓒC영상미디어 작품은 총 9개. 사운드 아티스트를 비롯해 벽화 작가, 섬유 작가, 목공예가 등 8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1층 입구를 따라 걸으면 작가 정만영 씨의 물소리로 자라~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식물이 수도꼭지를 타고 흘러나오는 물소리를 듣고 자라는 정원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등 각 수도꼭지마다 생생한 소리를 전한다. 아이들이 수도꼭지를 돌리면 마치 진짜 물을 튼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이는 소리로 하여금 떠오른 생각을 마음속에 그리게 한다. 오르막길을 걸어 3층에 다다르면 나머지 작품이 한데 모인 실내 공간이 나온다. 아이들이 체험 순서에 맞춰 작가 박재열 씨의 깜짝이야! 앞에 선다. 작품명이 왜 그런지 궁금해하며 작품 내부로 들어가면 곧 이해가 된다. 작가는 작품 바닥에 나무를 깔고 중간 어느 쯤에 나무 모양의 스펀지를 끼워 넣어, 그것을 밟는 누구든지 발이 쑥 빠져 놀라게 한다. 결코 예상치 못한 함정에 아이들의 웃음꽃이 활짝 핀다. 상상력 길러주는 체험 작품도 놀란 가슴을 뒤로하고 다음 작품을 맞는다. 작가 전영주 씨의 거울아 거울아 놀~자다. 바닥과 벽면에 각기 다른 크기의 아크릴 거울이 붙어 있다. 아이들은 징검다리처럼 배열된 아크릴 거울을 밟고 건너기도 하고, 그것을 들어 자신을 비춰보기도 한다. 어느 거울에 비추느냐에 따라 모습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작가는 아이들이 갖는 궁금증에 주목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에도 관심이 많아요. 다른 친구와 어떻게 다른지, 내 키가 큰지, 옷은 예쁜지, 어떤 몸짓과 헤어스타일인지 궁금한 게 많죠. 하지만 자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살피는 건 쉽지 않아요. 아이들이 전시장 속 거울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는 건 재밌는 일이에요. 작가는 아이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더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거울 효과를 가졌으면 한다는 기대감도 덧붙였다. 거울 놀이에 지루해질 무렵 또 다른 통로가 등장한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어디로든 구멍이다. 김은애 작가는 폐현수막을 오리고 붙여 이 동굴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수막이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폐현수막은 버려진 이야기다. 작가는 버려진 이야기들을 모아 새로운 이야기 동굴을 열었다. 어디로든 구멍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살고 있어요. 우리가 지난날 한 번쯤 들어본, 맛본, 맡아본, 만져본 이야기들이에요. 아이들이 이 안에서 잠시 놀면서 저마다 이야기 구멍들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동굴 끝엔 작은 색종이와 색연필이 준비돼 있다. 아이들이 동굴 안에서 보고 느낀 점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색종이를 낙서로 가득 채운 뒤 동굴 표면에 붙이는 아이들은 나름 진지한 모습이다. 추운 곳에만 있을 법한 이글루가 전시장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불빛이 반짝거리는 투명 이글루 속으로 아이들이 기어 들어간다. 윤은숙 작가는 꿈꾸는 이글루에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우선 이글루를 재현한 재료가 아이들의 놀이 수단이 되길 바랐다. 아이들이 북극곰 모양의 터널을 통과해 이글루에 도착하고, 그곳에 누워 반짝이는 빛을 보며 이글루 외벽에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이때 다양한 그림이 겹치면서 꿈꾸는 이글루는 재미난 이글루로 변해간다. 이와 함께 교육적인 내용을 전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 당연히 생존해야 할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윤 작가는 놀이의 도구이자 교육적 도구로 만들었다면서 재미를 주는 것에서 나아가 어린아이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을 함께 심어준다면 이 작품이 더 멋진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 어린이들이 에듀케이터와 함께 대롱대롱 추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색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 라이트 박스 위 모래로 자신만의 그림을 만들 수 있다.ⓒC영상미디어 이번엔 문이다. 문과 문이 길게 이어진 길을 지나다 보면 문틈 사이로 다른 문을 마주한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은 한 평(3.3㎡) 남짓한 크기다. 윤필남 작가는 아이들의 방 너머를 통해 아이들이 진짜와 가짜의 가치를 깨달았으면 했다. 윤 작가에 따르면 영화 룸에서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란 아이는 무한한 상상으로 세상과 만난다. 아이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며 자기를 무는 모기는 진짜고 TV 속 토끼는 가짜라고 말한다. 작가는 요즘 아이들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탓에 실제 접촉이 사라지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직접 바라보고, 감촉을 느끼고, 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물했다. 조금 복잡해 보이는 하얀 모형들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 원도심에 위치한 집들을 미니어처로 재탄생시킨 작품 우리 동네 한 바꾸다. 여상희 작가는 이 동네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특별하게 기억, 기록해보고자 했다. 이 밖에도 정만영 작가의 대롱대롱 추 그림 그리기, 박경효 작가의 모래그림모래? 등 아이들의 촉감을 살려줄 작품들이 있다. 전문 에듀케이터(전시교육자)가 전시 내내 곁을 지키며 체험을 도와주는 점도 이번 전시의 장점이다. 단, 전시체험은 회당 10명 이하로 가능하니 이 점 유의해두자. 전시 체험 안내 대상 | 유아(5~7세), 초등학생(1~3학년) 형태 | 화~금 단체 신청 관람, 토~일 개인 신청 관람 시간 | 10:00~16:00 (30분 단위 출발, 하루 11회, 1시간 소요) 인원 | 회당 10명 이하 신청 방법 | 민주공원 누리집 신청 담당자 확인 전화 관람료 입금 예매 확정 관람 당일 현장 확인 후 입장(관람 희망일 최소 일주일 전까지 신청 및 입금 확인 필수) 요금 | 3000원(회원 할인가 2000원) 문의 | 051-790-7473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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