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민의 고래우화] 숨쉬기 선수가 된 날
웹툰 [신정민의 고래우화] 숨쉬기 선수가 된 날

01 뽀글뽀글 뽁뽀글~ 바닷 속에 살던 때에 고래는 두둥실 두리둥실 헤엄쳐 다녔어요. 바다는 담도 벽도 없이 하나로 이어져 있으니, 확 트인 세상을 마음껏 누볐어요. 그때에 고래는 땅 위 세상의 누구보다도 헤엄을 잘 치는 선수였어요. 하지만 그곳에선 누구나 웬만하면 헤엄을 잘 치기 때문에 굳이 따로 선수를 가릴 필요가 없었지요. 02 고래는 땅세상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아하! 나는 멸치, 새우, 오징어 따위를 엄청 많이 잡아먹는 최고의 사냥꾼이었지. 고래는 땅에서도 사냥꾼이 돼 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숲 속의 토끼 한 마리, 새 한 마리, 심지어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개미 한 마리 잡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03 흠! 땅에선 뭘 잡는 것보다 키우는 게 낫겠어. 고래는 콩이랑 고추랑 호박을 키워 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볕을 쪼이는 일은 하루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지요. 틈날 때마다 잡초도 뽑고 벌레도 쫓아야 해요. 휴, 이건 백 배 천 배 더 어렵군! 닭이나 돼지, 소를 키우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요. 04 음 뭔가를 만드는 일은 어떨까? 고래는 목수처럼 나무를 가지고 뚝딱거렸어요. 그렇게 만든 의자는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고래는 도공처럼 흙을 빚어 보았어요. 그렇게 만든 그릇은 온통 찌글찌글한 데다 구멍도 뽕 났어요. 이번에는 요리사처럼 음식을 만들어 보았어요. 하지만 제 입맛에만 맞을 뿐 모두들 인상을 찌푸렸어요.힝~ 땅세상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나 봐. 05 고래는 풀이 죽은 채 바닥에 축 널브러졌어요. 가슴지느러미는 양쪽으로 쭉 뻗고, 가끔씩 꼬리지느러미를 까딱거렸지요. 만약 이곳이 바닷 속이었다면 고래는 이대로도 물 위에 둥둥 떠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을 거예요. 난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 더구나 잘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 고래는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었어요. 그러다 문득 아하! 소리쳤어요. 06 난 지금 바다에 살던 때보다 훨씬 더 숨을 잘 쉬어! 더구나 한 번 숨을 들이쉬면 공기가 몸 속으로 엄청 많이 들어와서 10분도 넘게 숨을 참을 수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20~30분도 끄떡없어요. 땅세상에선 누구도 나처럼 숨을 잘 쉴 수 없지. 암~! 고래는 크게 더 크게 숨을 쉬다 생각했어요. 사실, 내가 꼭 무얼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어. 고래뿐 아니라 세상 누구든 그저 숨쉬며 살고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아주아주 멋지고 특별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동화작가 신정민은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 , 등의 책을 냈다. 민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고래가 있는 민화展 등을 열었다.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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