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민의 고래우화] 좋은 기분을 나눈 날
웹툰 [신정민의 고래우화] 좋은 기분을 나눈 날

01 바다를 떠나서 땅 위에 올라와 사는 동안 고래에게도 고래만의 것이 생겼어요. 내 방, 내 책상, 내 밥상, 내 거울, 내 신발 세상에, 내 것이 이렇게나 많다니! 아마 고래 중에선 최고 부자일 거예요. 하지만 한편으론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에 살 땐 바닷물이 다 내 것이었어. 어딜 가든 맘껏 입에 머금고, 몸 곳곳을 청소하고, 몸을 둥둥 띄울 수 있었지요. 02 그렇다고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지. 고래가 입에 머금었던 물을 상어나 고등어도 마시고, 새우, 꼴뚜기, 홍합이 게워낸 물로 고래가 입을 씻기도 했으니까요. 가만 보면, 지금 내가 숨 쉬는 공기도 꼭 그렇군. 고래가 내뱉은 공기가 바람 타고 날아가 누군가의 콧속으로 들어가고,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하품이 다시 고래 입 속으로 들어와요. 03 따지고 보면 세상의 물과 공기는 다 함께 쓰는 거니까 고래는 커다란 머리를 끄덕끄덕했어요. 화장실 변기에서 내린 물이 세상을 돌고 돌아 북극곰이 마시는 물이 되고, 먼 옛날 공룡이 뀐 방귀가 오래오래 돌고 돌아 사람이 마시는 공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고래는 창 밖을 보았어요. 길도 마찬가지야. 그 위를 누구나 걷고 뛰니까.산과 나무와 꽃도 마찬가지야. 누구나 함께 보니까. 04길을 걸으며 기분 좋은 음악을 듣던 고래는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옳지!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막힌 방법이 있어. 고래는 이어폰을 코에 꽂고, 귀를 꼭 막고,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입을 쩌억~ 벌렸어요. 음악 소리가 크게 크게 퍼질 줄 알았지만 뭐야? 저 고래가 좀 이상해졌나 봐.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나갔어요. 05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은 고래는 그 맛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옳지! 어디선가 주워들은 좋은 방법이 있어. 고래는 숨을 끝까지 들이쉬고, 똥구멍을 꼭 막고, 입을 쩌억~ 벌려 힘차게 트림을 했어요. 맛난 향기가 솔솔~ 나올 줄 알았지만 윽! 고래가 화장실을 삼켰나 봐.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달아났어요. 06 아휴, 어떡해야 내 좋은 기분을 모두와 함께 나눌까? 궁리하던 고래는 손뼉을 딱 쳤어요. 내가 숨 쉬는 공기가 온 세상에 다 퍼지니까 고래는 살랑 부는 바람에 기분 좋은 휘파람을 살짝 실어 보냈어요. 히힛! 입가에 번진 미소도 함께 띄워 보냈어요. 바람이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일주일쯤 걸린다지? 기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후우~! 숨을 내쉬어멀리 멀리 민들레 꽃씨를 날려 보냈답니다. 동화작가 신정민은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 , 등의 책을 냈다. 민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고래가 있는 민화展 등을 열었다.

201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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