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린이 교통안전 대책을 내놓는다. 최근 서울시도 2016년까지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고원식 횡단보도(횡단보도가 좌우 보도와 같은 높이로 만들어진 형태) 설치, 지그재그 차선 설치, 과속 방지시설 설치, 과속 차량 적발을 위한 폐쇄회로(CC)TV 확대 설치, 교통안전 지도사 배치, 등·하교 시간대의 차량 통행 제한구역 확대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스쿨존 어린이 안전지킴이, 교통안전 교육, 어린이 안전체험교실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정부에서는 광복 직후부터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조해왔다.
미 제24군 헌병사령부와 한국 정부의 공동 포스터 ‘어린이 교통안전’ 편(1947)을 보자. “보호하자 어린이, 살피자 보행자”라는 한글 헤드라인과 “Protect Children! Watch Out For Pedestrians”라는 영어 헤드라인을 동시에 쓰고 있다. 당시엔 영어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드물었을 텐데 영어 헤드라인을 병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통안전 강조 운동은 미군과 한국 정부가 공동으로 하고 있는 공익사업의 하나이다”라는 마무리 카피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터. 한국 정부보다 미군이 앞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포스터 제작은 미군 헌병사령부가 주도했음이 분명하다.
이 포스터에서는 섬세한 터치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단연 눈길을 끈다. 군용 트럭이 다가오는데 어린이 셋이 길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고, 주부 둘이서 손짓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을 서로 붙잡으려 는 아이들의 동작이나 주부의 대화 장면이 사진을 찍은 듯 생생히 살아 있다. 크로키 기법으로 순간 포착한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힌 수작이다. 진녹색의 군용 트럭은 어린이의 공놀이 장면과 강렬히 대비되며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장치로 설정되었다.
당시 언론에서도 ‘교통안전 강조 운동’을 상세히 보도했다. “정부에서는 조선경찰대 24군단 미군헌병대 등과 협력하여 8월 1일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교통안전 강조 운동을 전개하기로 되었다(동아일보 1947년 8월 2일).”
“미 제24군 헌병사령부 발표에 의하면 8월 한 달 동안 실시한 교통안전 강조 운동은 대단히 좋은 성과를 걷우고(거두고) 끝맞추었는데(끝났는데) 이를 한층 더 철저히 전개하기 위하여 10월 1일까지 연기하기로 되었다 한다(경향신문 1947년 9월 14일).” 캠페인 기간을 연장했다는 사실에서 교통안전 강조 운동이 대단한 성과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대부분 학교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어 더 안타깝다. 어린이는 머리가 큰 신체 구조 때문에 잘 넘어지고 상황 판단력도 어른보다 떨어진다. 교통사고가 나면 어린이는 어른보다 사망하거나 다칠 위험이 3배나 높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안전에 관련된 정부 기관에만 어린이 교통안전을 맡길 수 없다.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가슴 아픈 사고를 예방하는 데 어른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어린이 교통사고율을 낮추는 데 안전 불감증에 걸린 난폭 운전자들의 대오각성이 특히 필요하다.
글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전 한국PR학회장) 2015.3.16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