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아티스트 7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저마다 다른 계기,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목표만은 같았다. 우리나라를 빛낼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은 어떤 고민과 바람을 품고 있는지 들어봤다.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우리 사회는 직업이든 삶의 방식이든 따라가야 하는 기준이 너무 명확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가야 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대기업에 취업해 결혼을 해야 인생을 잘 사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 중에는 기성세대가 갔던 길 외에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친구들이 많아요.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에게 사기를 꺾는 말 대신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개성이 다른 만큼 저마다 걸어가는 인생의 길도 다 다르잖아요. 우리 사회에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김선문(33)
“디자인 분야에 만연한 ‘열정페이’ 문제 꼭 해결됐으면”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요즘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라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정작 일자리를 찾아보면 아직도 ‘열정페이’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 많아요. 올해부터 최저임금도 오르고 해서 이런 문제가 많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디자인 분야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 같아 아쉬워요. 어느 분야든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디자인 분야도 마찬가지죠. 업계에 관행처럼 퍼져 있는 열정페이 문제가 개선됐으면 합니다.
구한나(23)
“예술을 토론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길 바라요”
우리나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에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오타쿠’ 집단으로 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선입견 때문에 숨어서 작업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예술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선입견이 이런 친구들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어요. 미술이든 음악이든 예술을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예술가들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우리나라의 문화적 힘도 커지리라 봐요.
하혜빈(26)
“젊은 세대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선보일 공간이 적기도 하지만 대중이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적다는 거였어요. 아시아 문화 강국인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이죠. 요즘 젊은 세대는 여유 없이 사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이런 친구들이 예술을 매개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이벤트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문화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많아질수록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기회도 늘어날 테니까요.
최현지(28)
“취업 정보 어디서 얻어야 하나요?”
북 디자이너를 꿈꾸는 휴학생입니다. 디자이너가 꿈이라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했어요. 졸업하기 전에 직무 경험을 쌓고 싶어서 휴학을 했는데 취업할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편집디자이너는 인맥을 통해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인맥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은 어떻게 구직을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디자인 분야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다양한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구제범(21)
“대중에게 아마추어 예술가를 소개하는 갤러리가 많아졌으면”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만한 장소를 찾기가 참 어려웠어요. 교통편이 괜찮은 갤러리는 100만 원 단위부터 시작이고 많게는 10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했어요. 미술이나 음악처럼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자기 작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어요. 정부에서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많이 만들어줄 순 없을까요?
한지민(24)
“미술 작업을 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미술 공부를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따로 작업실을 마련할 정도로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저 혼자 작업할 만한 공간을 찾는 게 어렵더라고요. 돈이 좀 들더라도 작업실을 구해보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전시 작업을 준비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무용이나 댄스는 찾아보면 연습실을 대여하는 곳이 많던데 미술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부족한 것 같아요. 저처럼 미술에 뜻이 있는 학생들이 비용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수지(21)
“설치미술을 위한 공간은 어디 없나요?”
설치미술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미술 분야 대부분이 자기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할 기회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분야가 설치미술이에요. 설치미술이 회화나 다른 분야에 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전시할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플리마켓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설치미술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그런 자리에 설치미술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봐요.
조바다(22)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