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대한민국 육군 홍보대사 최경주, 국민께 신고합니다.
혹시나 하는 분이 있겠지만 맞습니다. 프로 골퍼 최경주입니다.
제 별명 ‘탱크’가 육군 홍보대사에 안성맞춤이라며 지난해 11월 18일 임충빈 육군참모총장님으로부터 홍보대사 위촉패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주로 생활하는 제가 제대로 홍보대사 역을 할 수 있을지 망설였지만 그동안 강연장에서 만난 국군 장병들의 씩씩한 얼굴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신념과 육군이 추구하는 정신이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기회가 날 때마다 홍보대사로서 군부대도 방문하고 대한민국 육군의 활약상을 국민께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첫 소식으로 머나먼 이라크에서 평화 정착과 지역 재건을 위해 땀을 흘리다 돌아온 자이툰부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마알 살라마(굿바이), 아르빌!’
유엔 다국적 동맹군의 일원으로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됐던 자이툰부대(Zaytun Division)는 4년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연말인 12월 19일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막의 세찬 모래바람과 타들어갈 듯한 폭염을 견뎌내느라 구릿빛으로 변한 장병들의 늠름한 모습을 여러분들도 보셨지요.
자이툰부대는 비록 전투부대는 아니지만 네 차례에 걸친 파병 연장으로 베트남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 파병(연인원 1만 8842명)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군의 위상을 드높이고 지구촌의 평화를 수호해온 한국의 강건한 의지를 보여준 모범 부대로 평가되지요. 자이툰부대는 이라크 북동부에 자리한 아르빌 지역에 둥지를 틀고 전쟁의 상흔으로 좌절과 혼란, 슬픔과 절망 속에 빠져 있던 쿠르드인들에게 평화와 번영, 기쁨과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자랑스러운 자이툰부대 활약상 돌아볼까요?
자이툰부대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對)이라크 다국적군 파병 및 재건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한 지 4개월 만인 2004년 2월 23일에 창설됐습니다. 자이툰부대의 정식 명칭은 ‘이라크평화·재건사단(Iraqi Peace and Reconstruction Division)이지요. 자이툰은 이라크어로 ‘올리브’라는 뜻인데 중동지방에서는 올리브가 평화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자이툰부대의 부대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 문양과 이라크의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잎의 조화를 통해 양국 간 우호를 증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자이툰부대는 전쟁이 끝난 직후라 아직 외국 부대에 대한 적대감이 이라크 전역에 팽배하던 2004년 9월, 아르빌 현지에 안착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아르빌까지 1000km가 넘는 거리를 테러 위협 속에서 무사히 이동해야 하는 파발마 작전이 성공을 거둔 덕분이지요. 자이툰부대는 아르빌에 주둔지를 건설한 후 지역 경찰과 정보기관 시설을 현대화하는 한편 군경 치안요원 양성을 지원하는 등 치안유지 활동에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아르빌은 쿠르드족 자치지역으로 다른 곳에 비해 치안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편이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정치적으로도 미묘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평화와 재건을 위한 장병들의 노력은 지칠 줄 몰랐습니다. 자이툰부대는 우선 ‘다기능 민사작전(일명 그린엔젤작전;자국 또는 우방국 군에 의한 대민지원 및 군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제반 작전)’에 역점을 두고 현지인과의 친화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자이툰병원을 개원해 총 8만 8805명의 현지인을 진료하고 ▷아르빌 인근의 낙후된 학교·고아원·양로원 등을 중심으로 40개 마을과 60개 기관에 152회에 걸쳐 시설보수, 전기설치 같은 숙원사업을 해결해주고 ▷어울림한마당, 어린이 친화활동, 벽화 제작 등을 통해 주민들과 축제의 장을 만든 일은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과 쿠르드 문화가 교류하는 가교 역할도 톡톡히 했습니다.
자이툰부대는 현지 주민의 능력개발에도 앞장섰습니다. 먼저 기술교육센터를 설치해 컴퓨터 및 전자제품 수리, 중장비, 특수차량 운전, 자동차 정비, 제빵 등 7개 과정을 두고 기수마다 8주간 매일 5시간씩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병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술교육센터는 16기에 걸쳐 2299명에 이르는 기술 인력을 배출해냈습니다.
자이툰부대는 이밖에도 ▷쿠르드어 교실을 운영하면서 총 7256명에게 문맹 탈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마을운동, 환경, 건설 관리, 체육, 홍보, 도서관 관리 등 32개 분야의 한국연수 과정에 491명의 현지인을 참여시키고 ▷의사와 간호사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62명의 의사와 55명의 간호사를 양성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자이툰부대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이툰부대는 ▷현지에 68개의 도서관과 학교를 신축함으로써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곳곳에 급수시설을 만들어 물 공급이 원활하도록 돕고 ▷보건소, 장애인 재활센터 같은 복지시설을 지어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자이툰부대 향한 찬사들 쏟아졌죠
현지 관습을 존중하고 주민을 먼저 배려한 자이툰부대의 따뜻한 관심은 이라크인의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겠지요. 현지인들은 지금도 자이툰부대에 대해 물으면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합니다. ‘산(山) 외에 친구가 없다’던 쿠르드인들에게 새로운 친구가 되어준 자이툰부대 장병들. 지난 4년 3개월간 이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한 민사작전은 동맹군들 사이에 ‘자이툰 따라잡기’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지요.
지난해 11월 4일 제16기 기술교육대 수료식을 끝으로 모든 민사작전을 마친 자이툰부대는 12월 1일 다국적군의 주요 인사와 장병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무 종결식을 치렀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국적군단의 오스틴 군단장은 “한국의 자이툰부대가 이라크 민사작전과 재건 노력의 표준모델을 제시했다”며 ‘용감한 자유의 수호자’ ‘인정 많은 평화 건축가’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제 자이툰부대가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이툰부대가 아르빌에 새긴 꿈과 희망이 척박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이라크의 밝은 미래를 꽃피울 생명수가 되기를 국민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정리·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