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right[/SET_IMAGE]인간은 끊임없이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일까? 사람의 생활은 끊임없이 발전만 해온 것이 진짜일까? 이 청명한 가을날에 나는 참으로 뜬금없는 물음을 해본다. 그런 물음을 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은 또 참으로 어이없게 택시 안에서 들은 라디오 뉴스 때문이다.
“김치 수입 크게 늘어.”
내 입에서는 내가 평소에 어이없거나 좀 황당할 때면 나도 모르게 쓰게 되는 말투가 바로 튀어나왔다.
“이게 뭔 소리여?”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 아니던가? 우리나라 음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안 만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만든다고? 그러면 김치는 결국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라고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우리나라 고유 음식이라 하더라도 외국에서 수입해 먹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 담그기를 싫어하거나 김치 담글 시간이 없거나 김치 담글 줄 모르는 것 중 하나에 해당할 터인데, 좌우간 김치 담그기가 싫어서든 시간이 없어서든 김치 담글 줄 몰라서든 이도 저도 아닌 돈이 없어 김치 못 담가 먹어서든, 자꾸 외국에서 사다 먹어 버릇하면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 중 김치 담글 줄 아는 사람은 남아나지 않게 되는 것 아닐까. 개인들로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음식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아니, 벌써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이제 김치는 김치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니. 그리하여 내가 말하고 싶은 요체는, 김치 하나의 예만 봐도 이 시대 사람들이 사실은 김치 하나도 담가 먹을 능력조차 없는, 다른 말로는 김치 사 먹을 돈만 벌 줄 아는 사람 혹은 돈 버는 기계들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또 김치에서 촉발된 ‘무능력론’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것인바, 혹 우리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갖는 기술만 수년간 전수받아온 결과 오직 그것,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달리 말해 돈 잘 벌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기술만 향해 전력질주하는 ‘무식한’들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싶은 것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를 보면 이건 우리 사회가 혹시 무능력자, 혹은 무식한들을 의도적으로 양산해 내고 있지는 않은가 싶은 강력한 의구심이 드는 예를 번번이 보게 된다. 그리하여 무능력자 혹은 무식한들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 혹은 물신이 되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란 오직 ‘돈’에 연결되는 바, 백번 양보해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다녀 돈 많이 번다고 쳐도 그는 결국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돈 버는 것 하나뿐이니 그를 어찌 무능력자 혹은 무식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잃지는 말자는 것이다. 내가 혹 돈 버는 기술자 되는 기술 연마하느라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 것도 생각할 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보자는 것이다. 내 손으로 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혹시 지금 내가 못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돈하고는 상관없지만 내가 생각했던 많은 좋은 생각들을 혹시 지금 내가 더 이상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가장 발전했다고 여겨지는 내 삶이 사실은 돈 아니면 하루도 지탱할 수 없게 되고 만 것은 아닌지.
내 집이 무너져도, 내 집의 물건이 고장나도 그저 전화번호 하나 누르는 기술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사실이 그렇다면 현대의 물질문명이라는 것은 제가 주인이 되기 위해 사람을 무능력자로 만들어 갔던 것은 아닌지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묻게 된다. 김치를 왜 수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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