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덥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는 것조차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할 만큼 정말 덥다. 장마가 지나가고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지금 지리산은 만원이다. 전국의 휴가지가 모두 그러하겠지만, 지리산의 거의 모든 계곡도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리산 문수골에서 조용히 머무르고 있지만, 바로 집 앞 계곡에 나가는 것마저 두렵다. 계곡은 온통 삼겹살 굽는 냄새와 술병 등 쓰레기로 가득하다.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지리산을 찾아온 이들의 심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왜 모두 한결같은가?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한국의 휴가철 행태는 삼겹살이나 닭백숙을 곁들인 술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계곡 주변과 청정수를 오염시키는 환경파괴 이전의 문제다.
노동력이 휴식에서 나오니 휴가마저 노동의 일부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문제는 휴식 방법에 참으로 많은 의문이 든다는 데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소득 2만 달러 시대를 꿈꾸고, 생태주의니 ‘웰빙’이니 ‘슬로 푸드’를 얘기하면서도 휴가철 행태의 변화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혹서기의 영양보충은 이미 옛말 아닌가?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가지려다 몸이 망가지고 깊은 내상까지 입어 절대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일지도 모른다.
참으로 덥고도 덥다.
휴가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은 고사하고 몸과 마음의 방전 상태를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모두 일중독보다 무서운 획일화된 ‘휴가중독’에 걸린 것 같아 답답하다. ‘월요병’이나 ‘휴가병’ 모두 휴식을 잘못 취했기 때문 아닌가?
모처럼의 소중한 휴가 기간에 온 가족이 단식이라도 하며 무한질주했던 욕망의 세월을 돌아보며 자기성찰을 하라고까지 주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간곡한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기름기 많은 푸짐한 음식은 되도록 숙소에서 해결하고, 청정 계곡에서는 미리 준비한 시원한 국수나 과일 등으로 점심을 먹자. 건강에도 좋고 쓰레기도 적게 나오니 일거양득 아닌가?
둘째, 계곡 물은 결국 우리 모두의 식수원이니 탁족까지는 좋지만 제발 세제나 샴푸 등을 함부로 쓰지는 말자. 오염된 물은 결국 요식적인 정화 절차를 거쳐 수도꼭지를 통해 우리 입으로 되돌아온다.
셋째, 술만 들이켜지 말고 천천히 녹차라도 음미하며 지리산을 온몸으로 담아 가시라.
짧은 휴가철에 지리산의 푸른 눈으로 세상을 둘러볼 줄 아는 경이로운 지혜를 깨닫지는 못하더라도 지리산을 함부로 대하고 마침내 스스로를 망쳐서야 되겠는가?
마음의 쓰레기를 치우느라 부지 하세월이면, 어느새 또 단풍철의 쓰레기 더미만 쌓일 것이다. 과오가 반복되는 것은 역사만이 아니라 우리의 휴가와 관광 행태 또한 마찬가지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3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오고,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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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