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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추석이다. 모처럼 가족들과 고향으로 간다. 경상도에서 동향 출신의 고향 친구나 동창을 만나면 참으로 반갑게 내뱉는 말이 ‘문디 자식’ 아니면 ‘문디 가시나’다. 친밀감의 표현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쌀도 아닌 ‘보리’요, 나병환자를 비하하는 ‘문둥이’인가?
‘보리 문디’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전라도보다 상대적으로 곡창지대가 적은 경상도에는 보리가 많이 났으니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가난의 의미요, 그 가난을 뛰어넘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들(文童), 즉 보리 먹고 출세공부하는 아이들이 ‘보리 문동’이었던 것이다. 그 ‘보리 문동’이 ‘보리 문둥이’로 격하되다 ‘보리 문디’로 이어져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보리를 먹으며 공부하는 동쪽 사람들’이라는 뜻의 ‘보리 문동인(文東人)’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 ‘갱상도 보리 문디’나 ‘문디 자식’ ‘문디 가시나’가 친밀의 표현이든 비하의 표현이든, 그 이전에 사실은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가 스며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바로 ‘나환자’ 혹은 ‘문둥이’로 불리며 일생을 천대받거나 편견에 시달려온 한센병 병력자들, ‘한센인’들이 바로 그 피해 당사자들이다. 요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센인들의 인권침해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그저 한때 일종의 병을 앓았던 병력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겨우 20여 명 미만의 새로운 한센병 환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마저 리팜피신이라는 약을 네 알 정도만 복용하면 전염력이 완벽하게 사라질 정도로 전염력이 가장 약한 병이다. 이 병은 또 유전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일제 강점기 때처럼 한센인들은 여전히 소록도나 정착촌 등에서 격리되듯 살고 있으며,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혀 인간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하다 보니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편견의 진원지로 경상도가 지목될 소지가 크다. ‘갱상도 보리 문디’라는 말 하나에도 비하와 친밀감이 교차하지만, 한센인들의 입장까지 고려한다면 실로 한마디 말이라도 반드시 가려 써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서정주의 시 <문둥이>가 한센인들의 치욕이 아니라 명작으로 대접받고, ‘갱상도 보리 문디’가 친밀감의 문화적 대명사로 불리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늦어도 너무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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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