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얼마 전 <세월>이라는 책을 펴냈다. 신기하게도 책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그대로 뽑아 블로그에 올려 놓은 사람을 발견할 때의 반가움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 결코 얼굴을 알 수 없는, 그러나 교감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 그런 면에서 인터넷은 위대한 발명품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너무 많다. 작은 글귀 하나를 자기식으로 오해하거나 인신공격으로 가득 찬 댓글들을 볼 때면 사람과 사람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고독한 섬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짧은 정보와 지식으로 남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 나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사람, 그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는 비겁하지 않고 비뚤어지지도 않은 바른 용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참 많은데, 칭찬과 위로의 말보다 욕설과 험담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일까?
일본 사람이 많이 사는 서울 동부이촌동에는 맛있다고 입소문난 한 일본 음식점이 있다. 나는 친구들을 데리고 그 집에 한 다섯 번쯤 갔다. 정말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이었지만 맥주를 빼놓고는 한국 술을 팔지 않는 것이 흠이었다.
기분 좋게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저녁, 나는 친구들과 그 집에 가서 안주를 잔뜩 시켜 놓고 정종을 시켰다. 양은 적은데 1만5,000원이나 했다. 그것을 다 마신 뒤 조그만 플라스틱병에 담긴 집에서 담근 매실주를 꺼내 한 잔 따르는 순간 종업원이 오더니 플라스틱병을 확 낚아채는 것 아닌가? 여기서는 술을 가져와 마시면 절대 안 된다면서 내뱉는 불친절한 말투와 몸짓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기분을 망친 우리는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주인에게 넌지시 일렀다. 우리가 못 알아들을 사람도 아니고 같은 말이라도 그렇게 불쾌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종업원을 좀 꾸짖어 달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런데 음식점 주인은 우리의 바람을 눈앞에서 저버렸다.여기는 절대 술을 가져와서는 안 되는 곳이고, 당신 같은 사람들은 다시 안 와도 된다는 것 아닌가?
정말 아연했다. 좀 너그러우면 안 되나? 웃는 얼굴로 ‘다음에는 술을 가져오지 마세요’ 하면 어디 덧나나? 인터넷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악의에 찬 댓글을 올리는 사람의 심성과 닮은 주인의 불쾌한 얼굴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는 안 가리라는 맹세 아닌 맹세를 했다.
이런 사소한 심성들이 중요한 순간에 사람을 살리고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비뚤어지지 않은 밝은 마음씨와,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편견 없는 융통성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우리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그깟 외국 유학은 보내서 뭐 하나?
정말 영어는 유창하게 못해도 된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키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