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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에게는 낮은 신이 지배하고 밤은 악마가 지배한다는 통념이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자연히 밤의 상징인 달이 그리 달갑지 않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보름달은 서양인들에게 거의 공포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예를 들어 13일 금요일에 보름달까지 뜨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다. 귀신이나 유령이 나타나는 것 또는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것…, 모두 보름날 밤에 이뤄진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 보름달은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도깨비나 귀신들 또한 달이 없는 밤에나 활동하지 감히 보름달이 뜬 밤에는 나오지 못한다. 우리는 달이 밝으면 ‘달맞이’를 가는 것이다.
추석날 온 가족이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린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마당에 깔아 놓은 멍석에 앉으면 보름달은 동산 위에 걸려 있게 된다. 이 보름달이야말로 ‘태평연월’인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토끼가 달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아마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최초의 SF(Science Fiction, 과학소설)가 바로 달에서 떡방아 찧는 토끼 이야기일 것이다. 토끼는 고구려의 무덤 벽화에도 등장한다.
관심만 가지면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이 ‘토끼’의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이 너무 많다. 보름달 사진을 유심히 관찰해 보기 바란다. 검은 부분이 마치 토끼와 절구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토끼는 왼쪽에 앉아 있다.
천문학 공부의 시작은 달에서 토끼를 찾는 데서 시작된다. 문제는 자기 눈으로 직접 토끼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교사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어떻게 달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에서 달의 크기는 지구의 4분의 1이고 중력은 6분의 1이라는 식으로 숫자로만 배우면서 정작 진짜 달을 유심히 볼 기회를 놓쳐 버린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니 과학은 재미 없는 과목이 되어 버리고, 결국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달에서 토끼를 찾는 일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다. 최근 보름달을 이용한 광고·영화·예술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주의깊게 살펴보면 토끼가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경우가 참 많다. 즉, 필름을 뒤집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작품은 일단 세계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꼭 토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났다 아쉽게 헤어질 때 남기는 “달을 보며 서로 잊지 말자”라는 말 속에는 달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화려한 해보다 은은한 달을 더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이 우리 민족의 특성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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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