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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찔레꽃 필 무렵이면 동쪽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고 돌겠지만 내 기억 속의 북두칠성은 언제나 동쪽 산마루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요. 아마도 북두칠성이 가장 선명하게 잘 보이기 때문이며, 찔레꽃이 피고 소쩍새가 우는 봄밤에 더 자주 하늘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 소쩍새 우는 봄밤에 아직은 신혼의 ‘예삐’와 ‘나무’가 강아지를 낳아도 꼭 일곱 마리를 낳았습니다. 일곱 마리의 강아지들이 마치 축복처럼 우리 집 앞마당에까지 내려온 지상의 북두칠성이라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요.
예로부터 절에는 칠성각이나 삼성각이 있었는데, 자손이 귀한 이들은 이곳에 가서 삼신할미에게 빌고 또 빌었으니 말입니다. 요즘 나의 모든 상상력이 초저녁 일곱 개의 별자리로 모아지니 마치 밤마다 별점이라도 치는 듯합니다. 특히 문사들에게는 북두칠성의 그 첫 번째 별이 문운을 뜻하는데, 이를 일러 ‘문창별’이라 부르니 더욱 그러하지요.
어느새 지리산에 입산한 지 9년이 되었지만, 이제야 제대로 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는 저 하늘의 별마저 극적인 긴장감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으로 전환할 정도로 여유로워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지리산에 오기를 잘한 것이겠지요.
이왕 나온 김에 얘기를 덧붙이면 또 이렇습니다. 강아지는 ‘예삐’가 낳았는데, 산모는 멀쩡하고 산중의 외딴집 나의 아내가 아픕니다. 그 참 이상하지 않은지요.
그리하여 어차피 소화불량의 시절, 나는 돌팔이가 되어 아내의 몸에 쑥뜸을 놓습니다. 아내의 장문에 쑥뜸을 뜨고, 경락의 시발점인 중완, 변비의 복결, 혈액순환 불순의 중극, 생리통의 혈해, 냉증의 음능천, 자주 오줌이 마려운 삼음교 등 알몸의 혈자리 일곱 군데에 연이어 쑥뜸을 뜨고 보니 하하, 그것 참 아내의 몸에 북두칠성이 떠오르고 별자리마다 봉화가 오르는 것이 아닌지요.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돌팔이의 눈에도 별은 별입니다. 우리 몸의 혈자리가 혹 이 땅의 꽃자리요, 저 하늘의 별자리는 아닌지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구 한 귀퉁이 어디선가 오늘도 굶어죽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꾸 밤하늘의 갈비뼈가 걸립니다.
오체투지의 자세로 돌아누우니 누군가 나의 몸에 침을 놓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똬리를 튼 혈자리 풍지, 또 풍지를 지나 고혈압의 견정, 무기력의 신주, 간장병의 간유, 식욕부진의 신유, 설사의 차료에 침을 맞으니 내 몸에도 또한 은색의 침이 파르르 빛나는 북두칠성이 떠오릅니다.
어디 그뿐인지요. 계곡 건너 저무는 산마을, 집집마다 외등을 켜는데 오호라, 그마저 지상의 북두칠성으로 켜지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앉은자리 그대로가 꽃자리요, 걸어 다니는 지상 최후의 별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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