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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떤 곳을 지나가는데 밥상공동체와 비슷한 이름이 있어 혹시 원주밥상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것이냐고 물어온 것이다. 확인해보니 밥상공동체와 유사한 이름이긴 하지만 우리가 관여하는 곳은 아니었다. 이름을 도용할 만큼 밥상공동체가 유명해졌는가 하는 뿌듯함이 밀려오는 순간 한편으로 밥상공동체를 믿고 후원하는 분들에게 혼돈을 주지나 않을까 염려도 됐다. 하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독선에까지 이른 내 자신을 발견하고 아차 싶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나누는 일은 독점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또한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잠시나마 우쭐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밥상공동체가 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내가 팀장으로 있는 연탄은행 사업은 연탄이라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검은 석탄 덩어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는 일이다. 우리는 휘발유 가격변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석탄값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연탄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사람들은 존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다시금 연탄이 저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을 정도다.
밥상공동체를 통해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혹시라도 옷에 묻을까 조심했던 연탄을 그들은 품에 껴안는다. 운전자에게 필요한 휘발유 그 이상으로 저소득층 사람들은 연탄을 필요로 한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중 하나가 수혜자를 선정하는 일로 후원자를 만나는 일보다 때론 더 힘들다. 서류상에 나타난 극빈층이 수혜대상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보고 느껴보는 실사가 시간과 후원금의 한계에 부딪치는 실무자들에게는 큰 숙제인 것이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우리의 기부문화가 동정심 유발에 치우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려운 사람을 단순히 불쌍한 존재로 여기고,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정도로 생각하는 셈이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나만 잘살고 나만 보호시설에 들어가 있다고 해서 더 이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웃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사는데 별 불편함이 없는 아파트 생활도, 한 집만 가스 안전사고에 노출되면 수많은 세대가 한꺼번에 피해를 입게 되는 시대다.
남을 돕는 것은 단순히 보람을 느끼는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이 국가나 어떤 단체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기에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또 이웃에 대한 우리의 작은 관심과 기부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사회복지라는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새해에 바라는 소망이 있다면, 우리가 배달하는 연탄 한 장 한 장이 희망의 통로가 되어 어두운 이 사회를 밝힐 수 있는 불꽃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인류의 빈곤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후원자들의 정성어린 마음을 담아 연탄은행 행사장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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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