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7주년을 맞아 개성을 다녀왔습니다. 버스는 경복궁을 출발해 파주를 거쳐 도라산으로 달렸습니다. 차창 밖 세상은 온통 푸르름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북녘 땅에 들어서니 돌연 푸르름이 옅어졌습니다.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산은 황토빛 상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표면을 덮은 풀이 간신히 초여름을 알립니다.
개성시내는 남녘의 1960~70년대 농촌을 연상케 합니다. 자동차는 좀처럼 찾기 어렵고 남루한 옷차림의 남녀가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도심을 훑어 흐르는 냇물에는 새카만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습니다. 도시한복판에서 멱을 감다니…
부러운 것인지, 안타까운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남녘에서 오래된 것들이 이곳에서는 현실입니다. 오래된 것들이 갑자기 새로워집니다.
오래된 뉴스들이 생각납니다.
한때는 북쪽에서 누군가가 남으로 내려오면 반도 남쪽 전체가 들썩거린 적이 있습니다. 방방곡곡에서 강연회와 궐기대회가 열려 비분강개, 성토, 적개감이 떠돌아다녔습니다.
불과 20여년 전인 1986년에는 어느 국회의원이 “우리나라의 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제 오래된 뉴스입니다. 몇사람이 탈북해 남으로 온다고 해서 뉴스가 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정치적 견해를 탄압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뉴스가 됐으면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날로 번창하고 개성시민이 잘 살게 돼 ‘헐벗은 개성의 모습이 오래된 뉴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새로운 뉴스를 기다립니다. 개성보다 더 큰 남북합작 기업도시가 태어나 개성을 오래된 뉴스로 몰아내고 그 도시가 새로운 뉴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성휴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