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사회가 날로 양극화돼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양극화 뿐 아니라 각 계층간 분화 현상마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지혜 씨가 지난해 내놓은 석사논문을 보면 한국의 최상류층 자녀들은 돈을 향유하고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끼리끼리 뭉치고 있으며 혼맥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씨는 세칭 재벌급 고위관료 자녀 결혼 39건을 조사했는데 그 중 재벌가끼리의 결혼이 15건으로 단연 많았고 재벌과 고위관료 가의 결혼이 8건이었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들 최상위 계층 자녀들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답변해 TV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이 요즘 젊은이들이 파격적인 결혼을 하려 해 세대간 갈등을 빚는 것과는 아주 딴판이다.
또 하나의 사회현상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같은 계층간 결혼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지난 2월 22일자 신문을 보면 신임 판사 97명과 2년 후 임관될 예비판사 90명 등 187명의 법관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모두 실었는데 그 중 여성이 104명으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다.
그것이 근엄한 법관자리여서 새삼 1면을 장식했을 뿐 놀랄 일도 아니다. 수년 전에는 서울대 의대에 여성합격자 수가 남성보다 많았고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중에도 여성이 전체의 41%나 됐다.
여성의 이런 사회진출은 어떤 의미에서나 환영할 일이지만 계층분화를 심화시키는 역작용도 없지 않다. 전 같으면 법관은 태반이 남성이었고 그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의 평범한 규수와 결혼했다. 의사는 간호사와 결혼하는 예가 허다했고 섬마을 선생님은 서울로만 간 것이 아니라 섬색시와 결혼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사는 의사끼리, 법관은 법관끼리, 외교관은 외교관끼리, 교사는 교사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한국 최초의 여성 전투기 편대장도 등장했는데 남편도 같은 공사출신의 동기생 전투기 조종사였다. 이런 현상은 전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계층끼리, 좀더 세분하면 같은 직종끼리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불가피한 사회 현상이긴 하나 계층간 간격을 높이고 사회를 양극화하는 요인도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사 두 사람과 간호사 두 사람이 있다고 할 경우 의사와 간호사가 결혼하게 된다면 두 집의 수입은 비슷하겠지만 의사는 의사끼리, 간호사는 간호사끼리 결혼했을 경우 두 집간의 가계수입 격차는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다. 섬마을 선생님이 섬색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계층간 융합이 이루어지지만 교사끼리 결혼하고 섬색시는 섬마을 청년하고 결혼하게 되면 계층간 벽은 남게 된다. 어떤 사회현상에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양극화와 계층간 분화 현상을 최소화하는 길은 없을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