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근자 미국의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한국을 봐라’란 말이 자주 튀어 나오고 있다. 행정부뿐만 아니다. 워싱턴의 주요 인사들도 ‘한국을 봐라’를 곧잘 애용하고 있다. ‘한국을 봐라‘는 물론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이다.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를 칭찬하는 뜻에서다. 한국을 칭송해주는 말이니 듣는 우리도 나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5일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이라크 문제를 얘기하는 중에 “한국도 오랜 기간(전쟁 후) 민주화를 이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민주화의 등불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미 행정부 내 최고의 네오콘(신 보수주의자)으로 통하는 딕 체니 부통령도 지난해 7월 27일 한국전(6·25전쟁) 정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면서 “한국전에서 미국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오늘날 한국의 번영과 민주주의가 입증해 주고 있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찬사뿐이 아니다. 지금은 물러난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은 아예 그의 집무실 책상에 위성에서 밤에 찍은 한반도 사진을 넣어두고 있었다고 한다. 반도의 남쪽 반은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가득한데 북쪽 반은 시커멓게 돼 있는 사진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와 공산 독재를 하는 나라의 사는 모습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증거로 이 한반도 사진을 자주 거론했다고 한다.
미국 지도층의 갑작스러운 이런 찬사들은 이라크 사태로 곤경에 처한 미국의 입장을 변명하기 위해 동원된 사례용이다. 이라크 사태로 가뜩이나 몰려 있는 공화당 정부의 입장을 변호하는 데는 한국이 더없이 좋은 예가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라크 사정이 지금 이렇지만 결국에는 한국처럼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란 희망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라크 사태를 변명하기 위해 동원됐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칭찬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라크와 관계없이 한국이 누리는 오늘의 번영과 민주주의 성취는 세계의 모범으로 인정돼 마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2~3년 전만 해도 지금 한국을 극구 찬양하는 이들 당국자들이나 미국의 유력 신문들에 등장한 한국에 관한 표현들은 한결같이 불편하고 사납기까지 했다. “두개의 한국(남한과 북한)이 미국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 북한 외교의 지속적인 옹호자” 같은 말들은 그나마 점잖은 뉴욕 타임스가 언급한 것들이고 당시 미국 지도층 인사들에게 한국은 대단히 위험하고 불편한 나라였다.
이런 표현들은 물론 대북한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한국간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고 ‘한국을 봐라’는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를 말하는 것임으로 서로 모순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국에 대한 평가와 인식이 미국의 필요에 따라 이렇게 노랗게도, 파랗게도 색칠이 된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말들에 그때그때 일희일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