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로마제국은 새로운 땅을 정복하자마자 가장 먼저 길을 닦았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통해 정복지에서 빼앗은 부(富)가 로마로 옮겨졌습니다.
문명은 길로 인해, 길과 함께 발전했습니다. 길이 뚫려야 사람들이 모이고, 교역이 일어나 부가 축적됩니다. 인류 4대 문명지에는 한결같이 사통팔달 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 교역이 활발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길은 인류를 발전시켰습니다. 사람들은 땅의 위와 아래로, 바다의 위와 아래로, 하늘로 길을 깔았습니다. 또한 전화선을 깔아 말길을 열었습니다. 인터넷은 전세계를 연결하는 도로가 돼 정보를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선언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길은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길을 찾지만, 동시에 부를 더욱 늘리기 위한 욕심도 갖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뱃길을 뚫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은 것은 호기심과 탐욕의 결합이었습니다.
길은 현대인에게도 양면적입니다. 산간오지와 도서벽지에 길이 뚫리고 전화선이 깔리면 사람들은 고마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지하철역이 자기네 아파트 인근에 설치돼야 한다며 지역끼리 패를 나눠 다투는 모습을 보면 길이 탐욕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닐 것입니다.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이 문제일 뿐입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7년 전에는 하늘로 길이 나더니 이제는 땅 위로 길이 났습니다. 앞으로 남북 간에는 더 넓고 많은 길이 뚫릴 것입니다.
이 길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 모두가 잘 사는 길이 열렸다”고 환호하지만 일부에서는 “퍼주는 길이 열렸다”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북에서는 “괜한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화의 시대를 열었다”고 한 것은 남쪽을 감안한 말이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고 한 것은 북쪽을 배려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번 열린 길은 웬만해서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미 있는 길을 넓히고, 없는 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민족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그 길을 폐쇄하는 것은, 칼이 범죄에 사용됐다며 칼 사용을 전면금지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밤 맛있는 요리를 맛보지 못할 것입니다.
박성휴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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