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는 극복과정과 방식에 따라 많은 사회적 갈등을 낳기도 한다. 10여 년 전의 외환위기가 가져다준 엄청난 구조조정 및 고용조정 충격의 여파로 우리 사회가 치렀던 사회적 비용을 반성하면서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경제주체들이 모여 위기극복 방식에 합의를 이룬 것이 지난 2월 23일 발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노사민정 합의 이후 지역 및 산업현장에서는 노사민정 합의 선언들이 확산되고 있고 개별 사업장에서는 노사 간 상호양보에 의한 임금조정과 일자리 나누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노사민정 합의 정착을 위해서는 모든 관련 주체들이 몇 가지 특별한 노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임금의 삭감과 반납이라는 임시적 조치들을 임금체계 개편으로 바꾸어야 한다. 물론 기존 임금체계의 개편은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한 복잡한 사항이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일시적인 임금삭감이 대졸 초임만 삭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사회적 형평성 논란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도 없다. 그렇기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유지와 임금조정 간의 교환관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세계 최장 수준인 실근로시간의 단축, 직무 및 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안정 강화 등 관련 이슈들을 통합적으로 모아 노사정이 공동으로 개선하려는 작업을 해야 한다.
둘째 노사민정 합의는 매우 광범위한 합의사항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행방안과 그에 대한 점검에 있어서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을 지닌 부분이 많다. 합의정신을 지속적으로 살리고 합의의 실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노사민정이 세부적인 이행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몇 장짜리 합의문을 몇 백 장의 이행 매뉴얼로 바꿀 수 있는 정성과 능력이 노사민정 간에 발현될 때 합의의 사회적 구속력이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아직 우리 경제는 전면적인 세계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들어서지는 않았다고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 현재보다 위기국면이 심화될 상황에 대비한 노사민정 간 위기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기업 구조조정을 할 경우 이것이 기존 합의의 폐기로 이어지지 않고 그 합의의 연장선에서 추가합의로 나타날 수 있으려면 사전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글·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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