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10여 년간 논란을 끌어온 경인운하가 본격적인 건설단계에 들어섰다. 운하 건설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없지 않지만, 이제는 어떻게 잘 건설하느냐가 과제인 것 같다. 이들 다양한 시각의 논리도 잘 검토해 21세기의 성공적인 운하건설 사례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경인운하는 사실 운하라는 표현 자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짧은 거리의 수로 건설에서 출발했다. 굴포천 유역의 막대한 연례 홍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홍수를 서해로 배제하는 14km의 굴포천 방수로를 계획했고, 이를 한강 쪽으로 3.8km 더 연장해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물길을 만들기로 했다. 본연의 목적인 홍수 피해 해소 외에도 친수공간 조성, 해양관광, 물류 원활화 등 다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두 가지 측면에서 활용 성공도를 검토할 수 있다. 하나는 그 시설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의 장래 변화다. 다른 하나는 시설물 자체의 활용 가능성 여부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경인운하는 주변 지역의 환경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수로 주변 주민들의 친수공간 설치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요구가 높은 데다, 인천, 경기, 서울이 협력해 새로운 물길을 활용하는 한강르네상스 등 해양관광의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운하 연관 지역인 수도권 서북부는 정치적·군사적 이유, 해양과 항만에의 불편한 접근성으로 발전이 뒤처졌지만 현재 이곳은 글로벌 기업의 유치 등으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앞으로 남북교류가 증대되면 이곳은 성장의 활기를 더 많이 띠게 될 것이다.
경인운하는 이처럼 지역경제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도권 서북부가 인천과 김포 터미널을 활용해 중국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인천의 대(對)중국 해운 교류와 더불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경제 교류의 한 축을 이룰 수 있다.
둘째는 경인운하 시설물의 활용도다. 가장 중요한 통행 선박 건조와 활용성에 대해서는 조선공학자들이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의 제시가 이뤄지겠지만,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강-바다(R/S) 선박이 중국 내륙의 대도시로 바로 갈 수 있는 운송로가 열린다면 경인운하는 국제적인 물류시설로서 널리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경인운하는 그동안 시설물 부족과 제도적 미비로 활성화되지 못한 연안 운송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는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상당량의 온실가스 절감 효과도 가져와 녹색성장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한편 경인운하를 건설할 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먼저 인천터미널의 항로 확보와 준설, 운하 내에서의 양방향 동시 통행 확보, 화물운송과 관광선박 운행의 조화, 그리고 운하의 친수공간 시설물 활용을 위한 선착장과 접근로의 설치 등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사전 모의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경인운하는 서해와 한강을 잇는 물길을 열어 21세기에 요구되는 친수공간의 생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물류, 문화, 관광, 레저 등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목표로 한다. 여러 각도에서 펼쳐진 다양한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잘 건설한다면 국제적으로 자랑스러운 시설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