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 시장이 수제 맥주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일명 홈브루잉(Home brewing)을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굿비어 공방을 찾아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들어보고 최근 트렌드까지 알아봤다.
“요즘 수제 맥주 애호가가 늘었어요. 커피 마니아들이 자신만의 맛을 찾는 것처럼 맥주 애호가들은 자기 입맛에 꼭 맞는 맥주를 찾아요. 10여 년째 수제 맥주 공방을 운영하다 보니 그 변화를 특히 실감합니다. 과거에는 마니아들이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면 지금은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즐기는 분들이 많아요. 전반적으로 맥주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굿비어 공방을 운영하는 김욱연 대표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맛의 맥주가 생산되면서 이색적인 맛을 찾는 사람도 늘었고, 가볍게 즐기는 술자리 문화가 확산된 것도 한몫을 한 것 같다고. 만취하기 위해서 마시기보다는 술의 맛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직접 맥주 만들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예약만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데,맥주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부터 각종 동호회, 예비 창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미리 예약만 하면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수업이 가능하다. 기자가 찾은 8월 22일 저녁에는 한 대기업 사내 동호회 회원 10명의 수업이 있었다.
▶ 8월 22일 저녁, 금호석유화학 사내 동호회 직원들이 굿비어 공방을 찾아 맥주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수제맥주 만들기는 한 시간의 이론 강의와 한 시간의 실습 및 시음으로 구성된다. 먼저 이론 시간은 맥주를 만드는 기본 원리부터 각종 술의 종류까지 다양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이 평소 술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을 자유롭게 주고받는다. 이런 시간이 지나면 복잡한 맥주의 종류가 한 발 가까이 다가온다.
“술은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 기타 주류로 나눌 수 있어요. 물과 알코올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서 만든 술이 증류주이고, 맥주는 발효주예요. 알코올 발효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죠. 맥주를 만드는 원리는 간단해요. 당에 효모를 넣고 열을 가하면 됩니다. 당은 설탕, 효모는 이스트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설탕만 있으면 효모가 발효되지 않기 때문에 물을 타 희석시키는 거죠.”
효모는 형태에 따라 건조효모와 액상효모, 발효 온도에 따라 상온발효와 저온발효 효모로 구분된다. 상온발효로 만든 맥주가 에일 맥주이고, 저온발효 맥주가 라거 맥주다. 에일 맥주는 라거 맥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고 향이나 맛이 복잡하고 화려한 편이라 인기가 많다.
김 대표는 수제 맥주를 맛있게 마시는 팁도 알려줬다.
“맥주가 차가울수록 맛있다는 말은 틀렸어요. 에일 맥주는 상온에서, 라거 맥주는 저온에서 발효한 맥주라서 최상의 맛을 내는 온도가 달라요. 보통 냉장고에 넣어두면 2도 미만인데, 에일 맥주는 8도, 라거 맥주는 4도 정도가 가장 맛있습니다. 맥주 고유의 맛을 즐기려면 처음 그 맥주를 만든 양조자가 의도한 온도를 지키는 것이 좋죠.”
맥주는 손, 눈, 코, 입으로 마셔야 한다는 노하우도 전해줬다.
“손으로 잡아서 온도를 느낍니다. 눈으로 보면서 색과 탁도를 즐겨요. 어떤 원료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색이 다르거든요. 그다음에는 코로 향을 맡은 다음 입으로 마시면 됩니다.”
거품은 가급적이면 많이 따라 마시는 것이 좋다는 정보도 빠트리지 않았다. 거품이 맥주의 산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서 오랫동안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맥주의 온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거품이 잘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했다.
원리만 알면 쉬운 맥주 만들기
본격적으로 맥주를 만들기 전, 이론 강의를 바탕으로 맥주 상식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시음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에일 맥주와 라거 맥주를 각각 맛보면서 “이론을 듣고 마시니 확실히 차이를 알겠다. 맛있게 마시는 법을 지키며 마시니 더 맛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집에서 스스로 맥주를 만드는 작업을 홈브루잉이라고 합니다. 주재료 중 하나인 곡물은 주로 보리를 사용하지만 밀,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을 믹스하기도 해요. 어떤 물이냐에 따라서도 맥주의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지죠.”
재료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맥주 원액과 설탕, 효모, 그리고 물이 전부다. 깨끗하게 소독한 양조통에 재료들을 넣고 저은 다음 공기를 차단해서 보관한 다음 일주일 정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초보자를 위한 시판 제품이 많다.
“맥주 만들기는 경제적이고 재미있는 취미예요. 자기만의 맥주를 찾아가는 여정 역시 매력적이고요. 또 여름은 맥주 마시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맛있는 맥주와 함께 시원한 여름을 맞아보세요.”
이날 수업에 참가한 회원들은 “평소에 마시던 술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 “집에서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제 맥주 만들기
재료: 양조통, 소독용 에탄올, 맥주 원액, 설탕, 생수, 효모
1 뚜껑이 있어서 밀봉이 가능한 양조통을 준비한다. 에탄올로 깨끗하게 소독한다.
2 소독한 통에 맥주 원액을 붓고 뜨거운 물로 희석시킨다.
3 준비한 생수를 붓고 거품기로 충분히 거품이 나도록 저어준다.
4 발효 효모를 통에 넣고 계속 거품을 낸다.
5 뚜껑을 덮고 밀봉한 다음 상온에서 18~24℃로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다.
굿비어 공방 김욱연 대표
“수제맥주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죠”
ⓒC영상미디어
맥주 만들기 열풍이 뜨거운 이유는?
주말마다 두 시간씩 맥주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약이 꽉 차 있다. 수제맥주를 마시러 왔다가 맛에 반해 제조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만들기가 쉬워서인 것 같다. 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맥아, 홉, 효모 등 재료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직접 만들어 마시는 수제맥주의 매력은?
일단 나만의 맛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해외여행이나 체류 경험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세계의 다양한 맥주를 접하고 있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종류가 한정되어 있으니, 새로운 맛을 즐기려는 갈망이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값을 치르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최근의 트렌드도 수제맥주의 인기에 힘을 더했다. 요즘은 취하기 위해서 마시기보다는 술 자체를 즐기는 미식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맥주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가?
물론이다. 국내 맥주 업계도 전략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주류 대기업은 수제맥주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맥주와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분위기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