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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의 발전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경이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제조업과 ‘위험 감수(risk taking)’였다. 지난 시절 앞만 보며 달려온 개발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2만 달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키워드는 뭘까. 나는 지식정보산업과 ‘위험 관리(risk management)’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지식정보산업의 잘못된 현실을 좀더 면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식정보산업은 대기업 SI(System Integration)업체 중심의 시장구조, 경쟁력 없는 기업이 쉽게 퇴출되기 힘든 산업구조, 전산 담당자들에 대한 잘못된 평가 시스템 등 세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들로서는 일반 소비자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과 관공서를 대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부분은 대기업 SI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한다. 이러한 구조 아래서는 중소 벤처기업이 시장장악력이나 가격결정권을 갖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곧 성장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또 경쟁력 없는 기업을 쉽게 퇴출시킬 수 없는 산업구조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이른바 국가 공공자금이라는 ‘눈먼 돈’이 ‘망해야 할’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여러 종류의 공공자금을 통해 수명을 연장받은 기업은 손해가 나는 사업이라도 당장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참여하기 때문이다.
또 전산 담당자들에 대한 평가 및 감사 시스템 역시 문제다. 특히 공공기관 전산 담당자들은 좋은 솔루션을 도입해 얼마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가보다 예산 절감 실적에 좌우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빌 게이츠가 한국에 와서 사업을 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의 정보통신기술(IT) 종사자들이 공감하는 생각이다.
위험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위험 감수에 익숙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다. 어쩌면 조그만 위험쯤은 감수하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우리의 국민성이 이른 시간 내에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지식정보산업도 양적 성장보다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할 때가 왔다. 국민 인식의 전환과 시스템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향후 몇 년 간을 우리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지식정보산업과 위험 관리, 두 개의 키워드가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서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안철수연구소 대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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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