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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은 여전히 옛 풍경화에서나 봄직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곳의 미래는 밝다. 잠재력 있는 천혜의 자원이 풍부한 덕분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후 정선군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자연조건을 지역경제의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곳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이유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기억 속에 박제된 시골장일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은 버려야 했다. 강원도 정선읍 봉양리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장터는 제법 추운 날씨에도 아침부터 활력이 넘쳤다. 장바닥 여기저기 강원도 산골의 흙냄새를 머금은 듯한 산나물과 농작물이 널려 있다.“더덕? 만 원이야. 몸에 좋아. 내가 직접 산에서 캔 거야. 사다 신랑한테 해줘 봐. 피로도 없어지고 힘이 넘쳐 주체 못할 거야. 그럼 새댁도 좋을 것 아냐?”
산나물들로 좌판을 벌이고 앉은 한 할머니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너스레다.
시장에는 짚으로 짠 방석과 망태기, 화분걸이도 보인다. 그 옆에 양은그릇이며 곰방대, 화로, 맷돌, 인두, 자리틀 등 골동품을 늘어놓은 만물상 노인이 그 말을 이어받았다.
“이런 물건은 봤수? 도회지 사람들이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걸? 실내장식으로 그만이야~.”예나 지금이나 장터는 즐겁다. 물건구경도 좋지만 사람구경도 그만이다. 먹을거리마다 인정도 넘친다. ‘아라리오의 고을’ 강원도 정선 5일장의 분위기는 해가 머리 위로 떠오르면 한층 왁자지껄해진다.
[B]정선 최고의 관광상품… 사시사철 성시 이뤄[/B]
정선 5일장의 역사는 그리 깊지 않다.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1966년, 산나물을 내다 팔았던 것이 시작이란다. 현대의 바람을 타지 않아 자연환경이 보존되었고 청정지역으로서의 명성은 이어졌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난 산나물은 유독 유명세를 타게 됐고, 정선 5일장도 관광상품으로 발전한 것이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정선 5일장은 끝자리가 2일과 7일인 날은 어김없이 열린다. 소문만 듣고 잔뜩 기대를 품었다면 그 규모에 실망할 수 있지만 자연산 산나물에 후덕한 인심, 아스라한 향수는 장바구니에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넘쳐난다. 대충 둘러보는 데 30분, 꼼꼼하게 돌아다니려면 2시간 가량 걸린다.
시장 번영회(033-563-6200) 김부흥 회장은 “2007년까지 정선 5일장 환경개선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곳 상인들은 신토불이 확인증을 명찰처럼 달고 물건을 팝니다. 관광객들에게 순수 토종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최대한 토종의 맛을 간직하면서 한편으로는 시장 현대화도 꾀할 생각입니다. 새로 아케이드를 세우고 바닥과 벽면은 전통 문양으로 장식할 예정이죠. 휴식공간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늘릴 생각입니다.”
정선군은 철도(중앙선)와 연계해 정선 5일장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했다. 이로 인해 봄부터 겨울까지 외지 관광객이 정선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겨울에는 정선 5일장과 연계된 철도 운행이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4~11월 성수기에는 5일장 기차가 북적거릴 정도다. 성수기 하루 철도 이용객은 2,000여 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정선 5일장은 자연산 산나물과 상인들의 훈훈한 인심 말고도 옛 장터의 향수로 그득하다. 강원도 각지에서 몰려온 토산품이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덤으로 선물해 준다. 옛날 대장간의 농기구, 검정고무신, 짚신도 구할 수 있다.
봄이 오면 정선 산골에서 채집한 냉이, 달래, 참나물, 곰취, 참취 등 각종 산나물이 미각을 자극하고, 여름이면 찰옥수수와 감자 등이 인기다.
주요 먹을거리로는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와 찰옥수수, 정선 특산품인 황기백숙이 진미다. 만물이 풍요한 가을에는 고추, 다래, 산초 등 산열매들이 눈길을 끌고, 겨울에는 뜨거운 콧등치기국수와 메밀전병에 곁들인 옥수수술 한 잔이면 등골까지 뜨뜻하다. 제법 날씨가 추울 때는 납작한 의자에 궁둥이를 붙이고 먹는 감자전 등 지짐이 종류를 맛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김원창 정선군수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5일장의 유발효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정선 5일장이 1999년 관광상품화된 이래 지난해까지 약 55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고요. 게다가 연간 40억 원에 이르는 주민소득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철도공사와 협력해 꼬마열차 등 5일장과 연계된 철도여행상품을 더욱 확대할 예정입니다.”
[SET_IMAGE]4,original,center[/SET_IMAGE][B]‘정선아리랑제’ 한민족 축제로 재도약[/B]
정선 5일장에 정선의 산물이 모여든다면 정선사람들의 정신적 버팀목은 역시 정선아리랑이다. 정선아리랑은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로 그 가운데 가장 충실한 민요적 음악언어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SET_IMAGE]5,original,right[/SET_IMAGE] 정선군은 지역의 또 다른 문화관광상품으로 정선아리랑을 키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매년 4월에서 11월까지 정선 장날에 맞춰 정선아리랑 창극을 무대에 올린다. 또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는 20년째 정선아리랑의 명맥을 잇기 위한 후학 육성이 한창이다. 정선아리랑전수회 장석배(58) 회장은 “현재도 40여 명의 관원이 배우고 있다”며 “정선아리랑을 세계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정선군은 ‘정선아리랑제’를 국가적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도 실행에 옮겼다. 당장 올해 이를 전국 최대 소리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외 아리랑 관련 공연단체도 대거 초청할 계획이다.
김원창 군수는 이와 관련해 “‘한민족아리랑축제’를 통해 아리랑의 발원지인 정선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사철 님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70여 년 전, 강 양쪽에 살던 처녀, 총각이 장마로 인해 만나지 못하는 애틋함을 표현한 노래다. 이를 지켜보던 지유성(池有成 일명 지장구 아저씨)이라는 뱃사공이 그들의 애달픈 사랑을 정선아리랑 가락에 실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우라지에 서 있는 노래비의 사연이다.
그러나 정선아리랑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 시원은 조선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조 충신들이 숨어 살면서 멸망한 왕조에 대한 안타까움을 슬픈 곡조에 실어 부른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그 이후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의 한 많은 삶을 노랫말로 엮어 정선아리랑 곡조에 맞춰 불렀다. 지금까지 채록된 가사만 해도 무려 1,200여 곡이나 된다.
두 갈래 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흐른다는 의미의 아우라지는 남한강 1,000리 물길을 따라가는 뗏목 시발점으로도 유명하다. 정선을 대표할 만한 관광지인 이곳은 바로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은 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어 정선 5일장과 함께 최고 절경을 연출한다.[SET_IMAGE]6,original,left[/SET_IMAGE] [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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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