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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바다 생선 가운데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귀하고 비싼 탓에 ‘금대구’라고 불리며 ‘귀족어족’으로 꼽힌다. 머리부터 꼬리, 내장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지난겨울 거제대구가 30여 년 만에 최대 풍어를 맞았다. 거제시의 대구 판매장과 대구탕·대구 횟집에는 금방 건져 올린 대구 맛을 보기 위해 몰려온 손님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구는 이제 거제도의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3년 전만 해도 1만 마리에 못 미쳤던 거제대구 어획량은 지난겨울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연근해 어족인 대구가 거제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거제시와 거제수협이 20년 동안 대구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부터 이 지역 바다에는 대구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산란기 어미 대구를 마구 잡아 올린 데다 1987년 낙동강 하구둑이 준공되면서 인근 바다 생태계가 바뀐 탓이었다. 거제수협(055-682-4170)의 통계를 보면 1988년 경매에 부쳐진 대구는 1만3,574마리였고 1993년부터는 그마저 사라져 버렸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졌고, 거제시와 거제수협은 묘안을 찾아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공수정란 방류사업. 모천 회귀성 어족이라는 대구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었다. 거제 앞바다에서 부화한 거제대구는 동해에서 2∼3년간 충분히 살을 찌운 다음 북태평양 베링해까지 올라갔다 겨울철이 되면 산란을 위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렇게 해서 고향인 거제 앞바다로 돌아온 서너 살배기 대구는 60㎝ 정도로 훌쩍 커 있다. 이곳 바다의 겨울철 수온은 섭씨 5∼9도로, 대구알이 부화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수협·경남도·거제시가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6년 1월. 어미 대구 1,500여 마리를 구입해 인공수정란 2억4,000만 개를 만들어 바다에 방류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구를 방류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연구진이 알아낸 바로는, 대구알과 정액의 비율이 잘못돼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994년에는 1,092만 원을 들여 수정란을 방류했지만 잡힌 대구는 81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거제시와 거제수협의 20여 년에 걸친 노력은 3∼4년 전부터 서서히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방류사업을 계속해온 결과 2001년 1,297마리, 2002년 3,361마리, 2003년 9,588마리, 지난해에는 무려 3만1,873마리가 잡힌 것이다.
거제에서 대구 ‘금어기’에 해당하는 1월 한 달 동안 조업이 허용되는 어선은 모두 66척이다. 보통 정치망의 일종인 호망으로 조업한다. 조업 방법이 비교적 원시적인 덕분에 대구 자원은 고갈되지 않고 더욱 늘고 있다.
[SET_IMAGE]3,original,center[/SET_IMAGE][B]거제대구 부가가치 100억 훌쩍[/B]
거제수협 방류 담당 김양호 계장은 이렇게 말한다.
“2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계속한 결과 2~3년 전부터 어획량이 늘었습니다. 그러자 어민들도 수정란 방류사업의 효과를 실감하고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거제시가 효과를 보자 경상남도가 지난해 처음 7cm 크기의 대구 치어 1만 마리를 방류한 데 이어 부산시와 부산시 강서구도 올해 수정란 방류사업에 동참했다. 특히 치어의 생존율(1%)이 수정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시는 어린 새끼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한다.
“두 개, 하나. 허이야~ 8만! 세 개, 하나. 허이야~ 7만!”
금어기인 1월, 전국에서 대구잡이와 위판이 유일하게 허용되는 거제시 외포항. 위판장 한 편에 산더미처럼 쌓인 대구상자가 차례차례 위판대에 오르면 경매사와 상인들의 눈이 반짝거린다. 이때는 위판장에 구경나온 관광객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경매사가 ‘허이야~’ 하고 몇 초간 예시음을 내면 중매인들은 부지런히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낸다. 한 건의 낙찰이 이뤄지는 데 채 10초도 안 걸린다. 위판이 끝난 대구는 소매상들에 의해 즉석에서 팔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배달을 위해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된다.
대구 성수기인 1월에는 하루 평균 위판장에 나오는 대구가 500여 마리에 달한다. 한창 많이 잡히던 지난 12월과 1월에는 하루에 3,000여 마리가 나오기도 했다. 거제시 장목면에 사는 전용돈(46) 씨는 지난 1월 마을 앞바다 4곳에 설치한 그물에서 하루에 무려 200여 마리의 대구를 건져 올렸다고 한다. 그날 잡은 대구는 지난해 겨울 내내 잡은 것보다 많은 양이었다. 전씨는 “돌아온 대구 덕분에 겨울이면 한산하던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거제수협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 말까지 거제의 대구 어획량은 10만1,200마리. 그 전해의 3만1,873마리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수협을 통하지 않거나 2월 중순까지 잡힌 대구를 감안하면 대략 11만 마리를 훨씬 넘을 것으로 거제수협은 추산했다. 거제수협 김양호 계장은 “거제에서 올해 대구로 올린 부가가치는 대략 10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거제수협을 통해 팔리는 대구의 평균 경매가는 마리당 3만~4만 원입니다. 대충 계산해도 올 겨울 대구 판매액은 45억 원을 넘을 것입니다. 여기에 주변 식당 매출 등 관광으로 인한 수입까지 포함하면 거제시는 올 겨울 대구로 100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셈입니다. 어민들의 소득도 가구당 4,000여 만 원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늘었을 것으로 봅니다.”
대구 어획량이 늘자 자연히 외포항 위판장은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대구가 많이 잡히면서 거제를 찾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발맞춰 거제시는 ‘대구 관광상품화’에 적극 나섰다. 거제시는 지난달 대구를 시어(市魚)로 지정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한·일어업협정 이후 어장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여름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어 거제 어촌은 한동안 시름에 빠졌어요. 하지만 대구가 풍어를 이루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구를 거제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지역경제의 활력소로 삼으려고 합니다.”
거제시청 공보담당자의 말이다. [RIGHT]백창훈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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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