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민생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일자리 창출을 직접 챙기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 특별보고 청취를 부활해 인권 개선을 통한 개혁 드라이브도 걸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5월 24~26일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국정의 밑거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수용률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해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찰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권 개선 및 강화를 토대로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을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여러 지표를 직접 점검하는 시연을 보였다. 일자리 상황판은 일자리의 양과 질을 대표하는 일자리지표 14개, 노동시장과 밀접한 경제지표 4개 등 총 18개로 구성돼 있다. 일자리 상황판은 ‘일자리 양은 늘리고, 격차는 줄이고, 질은 높인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된다”면서 “오늘 상황판 설치를 계기로 앞으로 좋은 일자리 정책이 더욱 신속하게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성장 전략이자 양극화 해소 정책이며 복지정책이란 점을 명심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부문과 협력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기업들의 일자리 동향을 개별 기업별로 파악할 수 있게 하라”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의 추이가 드러나게끔 하고 공공 부문도 월 단위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총괄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위원장 김진표)는 정부부처 업무파악에 나섰다. 국정기획위는 5월 25일 고용노동부, 법무부, 국방부,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등 9개 부처로부터 이틀째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부처 관계자들에게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가능케 할 ‘선순환 일자리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업무보고를 했다. 고용의 질 제고와 관련해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 등 비정규직 문제 해소에 집중했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등 10여 개의 현안을 중심으로 보고했다. 김연명 국정기획위 분과위원장은 “어떻게 교육정책을 짜야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교육부 관계자에게 당부했다.
법무부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인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 브리핑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검찰 개혁을 위한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하면서, 검찰에는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이차적·보충적 수사권만 부여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업무보고에서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이 대거 거론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8월까지 3000억 원 규모의 ‘삼세번 재기 지원펀드’를 만들어 내년부터 운용하는 방안을, 미래부와 방통위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이 대선 때 강조했던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별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5월 24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7개 부처에 대한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재부는 6월 말까지 일자리 충원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의 밑그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정부는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만들기용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협치’도 본격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월 24일 현재 공석인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는 친인척과 핵심 참모에 대한 특별감찰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해 투명한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임기 3년의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인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연합
4대강 보 개방해 수질 개선
‘깨끗한 대한민국’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감축 지시에 이어 녹조 발생 우려가 큰 4대강의 보를 상시 개방해 수질을 개선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6월 1일부터 녹조 발생이 심하고, 체류시간이 길며,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적은 6개 보부터 즉시 개방할 방침이다. 낙동강의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가 해당된다. 녹조 우려가 높지만 물 부족 지역(충남 보령 등 8개 시군)에 물을 공급하는 백제보는 제외된다. 나머지 10개 보는 생태계 상황, 수자원 확보, 보 안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개방 수준과 방법을 단계별로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향후 1년간 보 개방의 영향을 평가해 후속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
아울러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도 추진한다. 이번 감사는 개인의 위법·탈법행위를 적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에 있어 정합성, 통일성, 균형성 유지를 위해 얻어야 할 교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질과 수량, 재해 예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물 관리 일원화’도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환경부(수질), 국토교통부(수량)로 나뉜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되 조직 및 업무 이관 과정에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무조정실에 ‘통합물관리상황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참석
“참여정부 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이명박·박근혜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며국민 통합에 큰 비중을 뒀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 천정배 의원, 안철수 전 대표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 밖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등도 참석했다. 1만 5000여 명의 일반시민도 추도식을 함께했다.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