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화훼농업인을 늘리기 위한 돌파구로 수출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를 대상으로 가격경쟁력이 있으면서 품질이 우수한 장미, 선인장 등을 수출하고 있다. 첨단시설을 이용해 우수한 품질을 유지한 결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 화훼시장의 접목선인장을 70% 공급하고 있는, 접목선인장 종주국이다. 접목선인장은 서로 다른 선인장 두 개를 접목 시킨 것으로, 비모란이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적색의 품종이 만들어졌으나 현재에는 황색, 오렌지색, 분홍색, 복합색 등 다양한 색상의 품종이 만들어지고 있다. 원색의 품종들은 엽록소가 거의 없어 자가 영양이 불가능하므로 대목에 접목해 재배한다.
접목선인장은 주로 수출 목적으로 생산된다. 일정 기간 이상 자라면 개화하나 꽃보다는 접수되는 선인장의 색을 즐기는 마니아가 많다. 색 돌연변이 발생과 인위적인 육종에 의해 만들어진 품종들로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 내에서 영양번식에 의해 재배되고 화훼작물로서 이용된다.
한국이 세계 선인장 시장을 장악한 비결은 적극적 품종 육성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적극적인 품종 육성을 통해 국내 보급률을 높였고 이를 통해 접목선인장 30년 수출을 견인했다.
그 결과 1980년 말부터 2015년까지 111품종을 개발해, 품종 자급률 100%를 달성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달성하며, 30년 누적수출액 66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우리 선인장 품종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를 비롯한 30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색과 모양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고 선호도가 높아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선인장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경사도 있었다. 3월 28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에서 재배한 접목선인장이 별도의 격리재배를 통한 검사를 거치지 않고 호주로 즉시 수출되는 길이 열렸다고 발표했다. 접목선인장의 호주 현지 격리재배가 면제된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다.
격리재배란 수입 식물의 병원체 감염 여부 확인이 어려울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시설에서 격리 상태로 재배하면서 검사하는 검역 조치를 말한다. 호주는 세계적으로 식물 검역이 까다로운 나라 중 하나로, 호주의 식물 검역 당국은 접목선인장을 중급 위험 품목으로 분류하고 수입 후 3개월 동안 격리재배 시설에서 재배하면서 병충해 검사를 한다. 이러한 검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 선인장의 품질이 높은 것이다.
‘농업 명품화’로 돈 버는 농업인 늘려야
선인장 사례는 농업도 연구 개발에 투자 하면 수출 성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ICT 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ICT 융복합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 보급을 통해 시설 원예 농산물의 수출을 늘리려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말 수출 전문 스마트팜 온실 신축 사업 추진을 발표하고 사업자 공모를 시행했다.
시설 원예 작물은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주 시장으로 수출량 측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 등에 힘입어 향후 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출 확대를 주목적으로 하는 시설 원예 농가를 대상으로 온실 신·개축 비용을 지원해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에서는 작물의 생육 정보와 환경 정보 등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생육환경을 점검하고 적기에 처방함으로써 노동력, 에너지, 양분을 덜 투입하고도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장미, 국화 등 신품종 개발로 승부
화훼류 수출의 인기 상품인 장미·국화·백합은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주요국 수출 실적표 참조). 주변국 도매가격 시세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신품종 개발이 필요하다. 기술을 통해 화훼 수출을 늘리려는 노력이 일선 기술원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은 ‘농업 명품화’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미, 국화, 선인장 등 화훼류 신품종을 개발해 국제시장의 수출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장미는 29%에서 40%로, 국화는 30%에서 45%로 국산 품종 보급률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해외 바이어를 발굴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 박람회 참가를 통한 홍보,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 분석, 해외 현지 시범재배 확대 등을 추진해 매년 100만 주 이상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출 및 수입 종묘의 대체를 위해 다양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의 신품종 개발, 농가 보급을 추진한다.
드론을 이용한 병충해 방지 기술을 선보이는 등 첨단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과 신품종을 국내외에 보급·수출할 수 있도록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은 2015년부터 시작된 경기수출화훼협력단과의 긴밀한 연계로 고품질 생산과 생력화 기술 개발, 재배 및 수출 단계의 애로사항 해결 컨설팅, 수출에 적합한 고부가 신규 품목 개발을 이뤄냈다. 이를 통해 육성 품종을 활용한 절화 수출을 확대하고 돈 버는 농업인을 대폭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로즈피아 장미 성공 비결은 ‘신시장 개척’
▶ 로즈피아 이광진 전무
선인장과 더불어 장미는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상품이다. 장미 수출로 유명한 로즈피아는 국내 장미 수출 의 80%를 차지한다. 로즈피아 이광진 전무는 “국내의 경우 가격 변동이 심하지만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 화훼는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해 끝없이 노력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며 “신시장을 개척하고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즈피아는 수출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련을 이겨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2012년에는 엔화 가치가 폭락해 또 한 차례 타격을 입었다. 로즈피아는 수출단가 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었다. 1년간 20여 차례 일본 현지를 찾아 가격 협상을 한 끝에 장미 단가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수출단가는 송이당 70~80엔(약 750~1080원)으로 일본산 장미 가격의 70%다. 일본산 가격의 40%에 불과했던 처음 수출 당시와 비교하면 놀랄 만한 성장이다.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크게 작용했다. 이 전무는 “소비자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품종을 선정했다”며 “첨단시설에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재배한 결과 우수한 품질의 장미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즈피아는 실내시설에서 장미를 재배해 과학적 영농이 가능하며 병충해를 예방하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이 전무는 시설 장미의 장점에 대해 “외부 기후의 영향을 덜 받고 한 해에 수차례 생산이 가능하며, 환경 조절로 우수한 품질의 장미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무는 “농업인의 재배기술 향상과 해외에 우리 꽃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 국내 장미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로즈피아 공장의 모습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