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는 지역 문화와 역사·안보 관광자원을 원스톱으로 돌아볼 수 있는 시티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파주시는 2016년부터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파주시티투어버스’도 운영 중이다.
겨울 동안 멈췄던 ‘임진각 평화안보 투어’를 4월 17일 재개됐다. 이날 여행에는 30명이 참여했다. 오전 9시 30분 서울 합정역을 출발해 임진각 관광지,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하루 동안 돌아보는 코스다.
첫 방문지인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바람개비로 유명하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임진각 내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었던 임진각을 화해, 상생, 평화 통일의 상징으로 변모시킨 곳이다. 평화누리에는 2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야외공연장 ‘음악의 언덕’, 호수 위에 떠 있어 운치 있는 카페, 3000여 개의 바람개비가 있는 ‘바람의 언덕’ 등이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수많은 바람개비가 돌아가며 내는 독특한 소리가 재미를 더한다. 아이들은 드넓은 잔디밭에서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여러 조형물도 감상할 수 있다.
▶ 임진각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를 관람하는 투어 참가자들 ⓒC영상미디어
평양으로 통하는 도라산역
2018년 첫 평화안보 투어에 참여하는 관광객들은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임진각에 보관돼 있는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화통(등록문화재 제78호)을 지켜보던 박광익 씨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2018 남북정상회담에 기대가 크다”며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파주 시민으로서 평화가 정착돼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진각 증기기관차는 6·25전쟁 당시 연합군 군수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개성역에서 한포역까지 올라간 열차인데 중공군에 밀려 장단역까지 내려왔고, 후퇴하던 연합군이 북한군이 이용할 수 없도록 열차를 폭파해 화통만 남아 있다. 전쟁의 치열함을 느끼게 하는 유물이다. 증기기관차를 둘러본 투어 참석자들은 “다시는 전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데 크게 공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제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이러한 평화를 바라는 소망이 응축된 곳이 도라산역이다. 분단의 장벽을 뚫고 기차가 힘차게 달릴 날만 기다리고 있는 도라산역은 서울 기점 55.8km에 위치해 있으며,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의선 복원공사를 개시, 2002년 3월에 준공하고 한일월드컵 이전인 4월 11일 완공해 일반인에게 관광코스로 개방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KBS 평화음악회가 열리고,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방문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다. 평양까지 205km를 남겨두고 남한의 최북단에 건설된 도라산역은 경의선 연결 시 세관 업무를 맡게 된다. 민통선 지역이므로 임진강역에서 출입 신청과 연계 관광 신청이 이뤄진다. 개성으로 왕래하던 시절, ‘출경(경계를 벗어나다)’ 수속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지명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도라산은 신라가 패망한 후 고려에 항복한 경순왕이 이 산마루에 올라 신라의 도읍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여 도라(都羅)라 명명됐다고 전한다.
파주시 문화관광해설사 이현경 씨는 “도라산역에 오면 북한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남북이 화해하면 유럽까지 한 번에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이 조금씩 눈앞에 다가오기를 바란다”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씨의 해설을 듣는 관광객들 역시 “통일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도라전망대는 북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는 도라전망대는 송악산 관측소가 폐쇄된 후 1986년 국방부가 설치한 통일안보관광지이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987년 1월부터다.
건물 총면적은 803.31m²로, 관람석(500석)·VIP실·상황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망원경 수십 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개성공단과 개성시 변두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며, 그 밖에 송학산, 금암골(협동농장), 장단역, 북한선전마을 기정동, 김일성 동상 등을 볼 수 있다. 버스가 지나는 길 양옆으로는 ‘지뢰’가 있음을 경고하는 철망으로 막혀 있다. 그 긴장감 끝에 전망대가 있다.
도라전망대는 실향민들에게 특히 의미가 깊다. 북녘 땅을 손에 잡힐 듯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향민, 남북 분단의 현장을 직접 보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 등 연간 80여만 명이 찾고 있다.
실향민 아픔 느껴지는 도라전망대
▶ (좌)‘임진각 평화안보 투어’ 차량, (우)임진각 철조망에 적힌 통일 염원 기록들 ⓒC영상미디어
이현경 씨는 “실향민들도 가끔 평화안보 투어를 찾는다”며 “전망대에서 먼 곳을 가리키며 ‘저곳이 내가 살던 곳’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실향민에게는 눈앞의 고향을 단지 바라만 봐야 하는 안타까운 곳이다.
전망대 바로 옆에는 제3땅굴이 있다. 1978년 발견된 제3땅굴은 길이 1635m·높이 2m·폭 2m로, 1시간당 3만 명의 병력이 이동 가능한 규모이다. 땅굴 앞에는 분단의 역사와 자연생태계 영상을 담은 입체영상물을 상영하는 DMZ 영상관과 비무장지대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관, 상징 모형물, 기념품 판매장 등의 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모노레일을 타거나 걸어서 땅굴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제3땅굴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편이다. 분단 한국을 몸으로 체험하기 가장 적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하를 통해 휴전선 가장 가까이 도달할 수 있다는 점도 관광객을 끄는 요인이다.
임진각 평화안보 투어가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한강에서 시작해 임진강까지 남북의 강이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파주는 교하(交河)라고도 부른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이란 뜻이다. 실제로 파주는 임진강과 한강이 교차한다.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으로 가는 길은 오두산전망대까지 왼쪽에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거기서부터는 남쪽으로 내려오는 임진강이 왼편으로 흐른다. 이처럼 두 강이 만나 어우러지듯 남북의 평화적 만남을 기원하는 여행이 ‘임진각 평화안보 투어’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