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이 아닌 숲 교육이라니…. 긴장도 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행복열차’에 탄 이영호(가명·중2) 군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산림청은 지난 8월 26일 교육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함께 ‘숲으로 가는 행복열차’의 첫 운행을 시작했다. 행복열차는 청소년들이 1박 2일 동안 열차를 타고 자연휴양림을 찾아가 숲 체험, 생활상담, 문화탐방을 하는 현장체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치유의 목적이 강하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결손가정이거나 학업중단 상태 등 학교생활 적응에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첫번째 행복열차는 무궁화호로 대구의 28개 중학교 학생 51명과 함께 남해 편백휴양림으로 떠났다. 아이들은 대학생 멘토와 어울려 숲에서 놀고(나무와 허그, 원시림 산책, 요가 명상, 촛불 의식), 먹고(유기농 재료로 음식 만들기), 자는(자연휴양림 속 통나무집) 자연 속의 일상을 통해 배려·소통·공감 등 관계능력을 키우고 학생들 스스로 생활태도를 바꾸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숲해설사는 둘러앉은 학생들에게 생강나무·졸참나무·편백나무 등 나무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뭇잎을 따서 씹어보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조별로 다양한 모양의 나뭇잎을 따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한 조는 탁자 위에 작은 돌들을 쌓더니 그 위에 나뭇잎을 덮었다. 해설사가 작품 이름을 물으니 김영식(가명·중2) 군은 “무덤”이라 말하며 “안 좋은 것들, 나쁜 마음들, 나쁜 행동들을 묻었다”고 했다.
안 좋은 게 뭐냐는 질문에 “담배 피우고 친구 때린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강당으로 옮긴 아이들은 편백나무와 장식품을 활용한 목공예 놀이에 빠졌다.
매월 1~2회 열차 1량 지정… 내년 2월까지 10회 운행
숲속에서 ‘글놀이에 빠지다’란 프로그램도 이색적이었다. 대상은 ‘산’이라는 주제로 시를 쓴 이곡중학교 이종혁 군이 받았다.
“공기가 맑다 / 나무는 많다 / 아주 덥다 / 시원하다 / 공기는 변한다 / 나무는 숨쉰다 / 날씨는 바뀐다 / 나는 변한다 / 나는 숨쉰다 / 날씨는 맑다.”
저녁을 장식한 마지막 프로그램은 약초연구가인 최진규 박사가 맡았다. ‘도사’로 알려진 최 박사는 엉덩이까지 내려온 긴 머리와 가슴까지 내려온 수염으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든 재료가 단단한 졸참나무였다”라는 말에 학생들은 나무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도 했다. 참나무는 사람뿐 아니라 장수하늘소나 풍뎅이 등 곤충들이 가장 좋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주의를 기울였다. 최영도(가명·중2) 군은 “친구를 때린 일로 여기 오게 됐다”며 “지루할 줄 알았는데 숲속에서 놀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숲이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을 많이 준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행복열차는 내년 2월까지 매월 1~2회씩 열차 1량을 지정해 총 10회에 걸쳐 운행한다. 한편 열차가 떠난 8월 26일 산림청·교육부·코레일은 KTX 동대구역에서 숲‘ 으로 가는 행복열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노 조절, 자존감회복 등의 효과를 분석해 앞으로 운영 범위와 내용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글·박지현 기자 201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