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온 편지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편함에 꽂혀 있는 것이 고지서나 청첩장이 전부인 요즘 시대의 편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경화 한국편지가족 회장에게 편지가 지닌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편지가족
한국편지가족은 1982년 국무회의를 통해 구성한 ‘편지쓰기 장려회’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9년 사단법인이 설립되면서 한국편지가족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한국편지가족은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 산하 공식법인으로 2000년대부터 계간 소식지 '편지'를 발간하였다. 어린이와 청소년, 일반, 각 기관 단체, 군부대, 문화 소외 계층 등을 대상으로 편지쓰기 강좌와 현지글 모음집 발간, 편지쓰기 행사, 소통을 위한 마음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으로 편지쓰기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박경화(54) 한국편지가족 회장은 요즘 들어 편지의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고 말한다.
“대화 수단이 정말 다양하죠. 굳이 편지를 쓰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할 수 있는 세상이에요. 이런 세상에서 편지는 그 전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이전의 편지가 의사소통의 대상이었다면 요즘은 내 시간을 할애해서 상대방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더 큰 의미가 있어요.”
편지를 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우선 편지지를 준비해야 하고 편지를 받을 사람에게 어떤 내용을 전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말을 담아야 하고 빼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편지쓰기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불편한 일이죠. 편지가 상대에게 도달하기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꽤 있으니까요. 하지만 편지를 쓰는 과정을 통해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어요. 편지를 쓰는 동안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면 자신의 기분도 한결 나아져요. 편지가 갖고 있는 힐링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죠.”
그렇다면 편지를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편지는 그야말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잣대로도 가늠할 수 없다.”
박 회장은 편지에 특별한 힘을 불어넣는 것은 편지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라고 말했다.
“글씨체가 예쁘지 않아도, 문장력이 없어도 괜찮아요. 시간을 내어 정성껏 쓴 편지는 봉투에 적힌 필체만 봐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어요. 잘 쓴 편지는 화려한 미사여구를 담은 문장이 아니라 가슴속 사연을 한 줄씩 풀어내면서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종이뭉치를 반듯하게 펴는 것과 비슷하지요.”
박경화 회장은 누구보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편지쓰기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편지쓰기가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요. 편지 쓰는 법을 통해 예절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법도 배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편지쓰기의 가장 좋은 점은 편지를 통해 병든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이들이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품고 있는지 강의하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편지쓰기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을 것 같아요.”
5월에 열리는 편지쓰기 공모전
국립공원 50주년 기념 2017 대한민국 편지 쓰기 공모전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해 우정사업본부와 환경부는 4월 5일부터 5월 8일까지 2017 대한민국 편지 쓰기 공모전을 개최한다.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편지나 우리 자연이 잘 보존된 국립공원에서 보낸 추억이 담긴 내용이 주제다. 초등학교 이상 학생 및 일반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누리집(www.k-lettercontest.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감사편지쓰기 공모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5월 감사의 달을 맞아 전국 초·중·고등학생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세대가 바른 인성을 기르는 감사편지쓰기 공모전을 실시한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편지를 작성하면 된다. 기간은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누리집(www.childfund.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