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아이스하키 선수였지만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은반을 떠났던 덕 도로시(스위니 분)에게 어느 날 재기의 기회가 주어진다. 피겨스케이팅 전미 챔피언 케이트 모슬리(모이라 켈리 분)와 한 팀이 되어 아이스하키 대신 피겨스케이팅으로 다시 은반 위에 선 것이다. 케이트 또한 자신의 실수로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후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새 출발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처음 두 사람은 사사건건 말다툼을 하지만 그들의 코치 안톤 팜첸코(로이 도트라이스 분)의 정열적인 지도와 피나는 노력으로 조금씩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춰간다. 심판의 편파적 판정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이들은 출전 직전 서로 사랑을 고백하고 격려하며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영화 ‘사랑의 은반 위에(The Cutting Edge)’(1992)는 20년 전 개봉 당시 여주인공 모이라 켈리의 매력까지 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동계스포츠를 상징하는 대표적 러브스토리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허구의 세계임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기도 웃음을 터뜨리기도 감동을 받기도 한다. 주인공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꿈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을 볼 때는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돼 함께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주는 감동은 배가된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올림픽 스토리를 담은 영화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감동 스토리가 늘 일어나는 곳이 올림픽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수놓을 영화 같은 감동 스토리를 기대하며, 동계올림픽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던 네 편의 영화, ‘국가대표(점프스키)’, ‘쿨러닝(봅슬레이)’, ‘미라클(아이스하키)’, ‘독수리 에디(스키점프)’ 를 소개한다.
국가대표(Take Off, 2009)
배우 하정우, 김지석, 김동욱 등이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으로 열연한 김용화 감독의 작품이다. 한국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힌다. 비인기 종목이던 스키점프를 알리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 영화다. 영화 ‘국가대표’는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가 코치로 임명되고 온갖 다른 배경을 가진 다섯 명이 국가대표로서 스키점프에 도전하는 스토리다. 물론 허구가 많이 가미된 영화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스키점프 국가대표의 이야기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 스키점프는 비인기 종목이라 정부의 지원도 미미하기 때문에 당연히 메달권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우리나라 스키점프 국가대표 네 명의 선수와 단 한 명의 코치는 감동 신화를 이뤄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실제 네 명의 선수들은 김현기, 강칠구, 최용직, 최홍철 선수다. 네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2009년 제24회 하얼빈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금 2, 은 1, 동 1개의 메달을 따내 우리나라 스키점프의 역사를 썼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 뜻깊은 이유는 한국 스키점프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막노동까지 해가며 힘들게 노력해온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훈련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소속팀이 없어 당장의 생활비 걱정에 막노동과 각종 아르바이트를 찾아 힘들게 생활해온 선수들도 있었다. 한국에 스키점프 경기장이 무주 한 곳밖에 없던 시절, 인공눈 대신 인공잔디에 물을 뿌려놓고 훈련을 하기도 했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비인기 종목이던 스키점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쿨 러닝(Cool Runnings, 1993)
198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자메이카 대표팀으로 출전한 4명의 봅슬레이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데리스 배녹은 100m 선수다. 그는 서울올림픽 출전을 기대하며 국가대표 출전 경기에 나가지만 아쉽게도 탈락하고 만다. 올림픽 출전을 포기했지만, 데리스 배녹은 우연히 단거리 선수가 동계올림픽의 봅슬레이 종목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코치와 선수들을 모은다. 연습용 썰매를 구해 단기간의 설상 훈련 끝에 예선을 간신히 통과한 그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냉대에서 불구하고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메달 후보로까지 부상한다. 이들은 과연 금의환향하며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미라클(Miracle, 2004)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유명한 승리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미국과 소련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배경은 냉전이 한창인 격변기의 1979년, 소련 아이스하키팀은 15년간 세계 정상을 평정하고 있었고, 미국 아이스하키팀은 1980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감독에 허브 브룩스를 내정한다. 허브 브록스는 오랜 연륜으로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미국 대표팀을 진두지휘하고, 미국 팀은 결승에 진출한다. 결국 아이스하키 결승 리그에서 만난 미국과 소련 팀. 미국 대표팀은 큰 점수 차로 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지만, 종료 직전에 한 골을 추가하면서 4 대 3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독수리 에디(Eddie the Eagle, 2016)
덱스터 플레처 감독의 작품으로 태런 에저튼(에디 역)과 휴 잭맨(브론슨 피어리 역)의 연기가 돋보인 영화다. 영화 ‘독수리 에디’의 주인공 ‘에디 애드워즈’도 영광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나가고 싶었다. 에디는 동계올림픽 출전에 대한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키점프’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과 상처뿐이다. 에디는 어릴 때 한쪽 다리가 불편했고 안경을 써야 할 만큼 시력이 나빴기 때문이다.
영국 스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에디는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한 채 무작정 독일의 스키점프 훈련장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반항적인 성격으로 미국 국가대표 선수에서 퇴출당한 천재 스키점프 선수 브론슨(휴 잭맨 분)을 우연히 만난다. 막무가내로 자신의 코치가 되어달라는 에디의 열정 앞에 브론슨의 결심이 무너진다. 그들은 편견과 비웃음을 뛰어넘어 그들만의 꿈을 이뤄낸다.
‘독수리 에디’는 영국 스키점프 선수 ‘마이클 애드워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영화는 전형적인 역경 극복담이지만, 감동은 예측을 불허한다. 영화는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는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을 메시지로 전한다.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