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난 추운 날씨에도 미세먼지가 위협을 주고 있다. 지난 11월 8일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을 보였다. 더불어 아침 기온이 급강하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 호흡기 건강이 우려되고 있다. 겨울철이 되자 중국 내 공장 가동과 민간 난방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황사가 찬바람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것.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인 미세먼지 대책에 다시 고삐를 당기고 있다.
▶ 지난 11월 8일 서울 광화문의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 ⓒ뉴시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섰다. 2016년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서울과 전국 모두 26㎍/㎥였다. 이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고 있는 기준 10㎍/㎥보다 높다. 또 세계 주요 도시인 영국 런던의 11㎍/㎥와 비교하면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두 배 이상이고, 일본 도쿄의 13.8㎍/㎥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높은 실정이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정부는 민간과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11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빅데이터 기반 국민체감형 미세먼지 대응서비스’를 KT와 함께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97개 시·군에 설치된 323개 측정소에서 측정된 정보가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 기반 국민체감형 미세먼지 대응서비스’를 통해 미세먼지 측정 장소가 5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KT가 내년 1분기까지 서울 및 전국 6개 광역시 주요 거점 1500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측정 장소를 확대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1월 10일에는 발전·산업, 자동차, 대기 측정·모델링, 건강 분야 등 민간 전문가들과 미세먼지 관련 시민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 지성 역할을 맡을 ‘미세먼지 대책 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같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했을 만큼 적극적이다. 지난 5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5일 만에 ‘3호 업무지시’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 응급대책으로 노후 화력발전의 일시 중단(셧다운)과 미세먼지 대책기구 설립을 직접 지시했을 정도다.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3호 업무지시로 내린 미세먼지 응급대책에 대해 “취약계층의 최대 관심거리인 미세먼지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적 의제로 설정하고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3호 업무지시’ 열흘 뒤인 5월 25일, 이번에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가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합동 TF를 구성·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을 통해 사회적 의견을 총 세 차례에 걸쳐 수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12곳이 합동으로 내놓은 것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이다.
내년 3~6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셧다운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기본 방향은 특단의 미세먼지 감축조치 및 고농도 위해성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속도감 있게 추진될 단기 대책과 2022년까지 추진될 중장기 대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정부가 마련한 이 같은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한국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총량을 30% 감축하고, 2016년 258일에 달했던 미세먼지 나쁨(50㎍/㎥) 초과 일수(전국 합계)를 2022년에는 78일로 70% 줄이겠다는 것이 바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목표다.
종합대책 중 2018년 상반기까지 빠르게 진행될 단기 대책과 계획을 살펴보자.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간 내 오염도 개선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대응한 응급 감축조치와 일상생활 주변에 대한 관리 강화를 우선 실시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인 2018년 3월부터 6월에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5기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꼽히는 공사장과 불법소각 행위 등 일상생활 주변을 집중 점검하고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경우 차량 2부제와 사업자 운영 조정 등 비상저감조치도 시행할 계획이다.
2018년 상반기까지 정부는 현행 50㎍/㎥인 미세먼지 나쁨 기준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인 35㎍/㎥ 정도로 강화할 계획이다. 학교와 어린이집 등 민감 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의 실내 미세먼지 유지 기준도 신설한다. 또 올해부터 2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어린이 통학 차량을 LPG와 CNG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차로 교체해나갈 계획이고, 체육관이 없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총 979개)에 2019년까지 실내체육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특히 보다 정확한 미세먼지 정보 제공을 위해 학교 주변을 중심으로 도시대기 측정망을 확충하고 간이측정기 보급 시범사업도 함께 해나갈 예정이다.
단기 대책과 함께 2018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진행될 중장기 대책도 담겼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관리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석탄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믹스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공정률이 낮은 석탄화력발전소 9기 중 4기(당진 2, 삼척 2)는 LNG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을 협의하고, 5기(신서천 1, 고성 2, 강릉 2)는 최고 수준의 환경관리를 실시한다. 또 30년 이상 노후한 석탄발전소 7기는 현 정부 임기 중 모두 폐지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61기 중 31기에 대해 방지시설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배출허용기준을 약 2배 강화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수도권 중심의 미세먼지 감축대책에서 벗어나 수도권 이외 지역의 대규모 배출원 밀집지역의 관리도 강화된다. 2016년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 나쁨 일수는 서울이 13일이었던 것에 비해 충남은 25일이나 됐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수도권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배출 총량제’를 수도권을 포함해 충청과 광양만권 사업장으로까지 확대 실시한다. 또 제철과 석유정제 등 미세먼지나 유해물질을 다량 배출할 가능성이 큰 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 역시 강화하고, 2018년부터 총량제 대상물질에 현행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외에 ‘먼지’를 추가해 수도권에 먼저 적용할 방침이다.
중국과 미세먼지 감축 위한 국제 공조 강화
2018년 하반기에는 미세먼지와 오존 생성에 기여하는 질소산화물에 대한 ‘배출부과금’ 제도를 새로 도입해 질소산화물 등에서 전환되는 2차 생성되는 미세먼지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대책도 마련돼 있다.
2005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추진한다.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의 확대 등을 통해 전체 노후 경유차의 77%에 해당하는 221만 대를 폐차할 계획이다. 현재 전체 경유차 927만 대 중노후 경유차는 286만 대로 31%나 된다. 이런 노후 경유차가 전체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57%에 이른다. 또 운행 중인 경유차의 경우 질소산화물 기준을 신설해 2021년 수도권에 우선 적용하고, 정밀검사 시 매연 배출허용기준도 2018년부터 기존 15%이던 것을 8%로 강화한다.
2022년까지 전기와 수소를 연료로 운행하는 친환경차를 200만 대 보급하고 이를 위한 급속 전기 충전 인프라 1만 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2018년 하반기에는 이와 함께 비산먼지 신고사업장에 대한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이 의무화된다. 선박 및 항만 미세먼지 배출관리도 강화한다.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기준을 현행 3.5%에서 0.5%(2020년까지)로 강화하고 선박의 친환경 연료(LNG) 전환도 지원한다. 국민들이 생활하며 매일 만나게 되는 도로상의 먼지를 줄이기 위해 현재 1008대인 도로 청소차량을 2100여 대로 2배가량 늘릴 예정이다.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주변국과의 관계는 연구 협력 수준에 그쳤던 게 현실이다. 이런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우선 실질적인 오염 저감을 위해 중국과 공동으로 2020년까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 지역(베이징·텐진·내몽고·허베이·산둥성) 대기질 공동조사·연구를 확대한다. 또 2021년까지는 중국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 환경기술 실증사업을 강화하는 등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 기반을 통해 기존 한중 간 장관회의 의제였던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 정상회의 의제로 격상시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양국 간의 협력 의지를 담은 공동 선언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미세먼지 협약 체결 추진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2022년까지 총 7조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중장기적 계획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미세먼지 문제가 풀지 못할 난제는 아니다.
조동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