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는 사분오열돼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 반도에서 통일된 이탈리아를 꿈꾸며 지속가능한 정치체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끝에 1513년 〈군주론〉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백성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논하면서 "당위적으로 행해야 할 것을 위해 실제로 행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사람은 자기 보존보다는 자기 파괴로 향한다"고 주장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통치자는 그 일을 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좋은 정책일지라도 누군가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며, 때에 따라서는 그 반대가 극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마키아벨리는 "악덕이 국가를 지키는 데 필요하다면 그 때문에 비난받는 것에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는 언급도 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악덕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일이 국가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다면 주저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두려워할 것은 오로지 훗날에 있을 역사의 평가뿐이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9월 9일 5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500년 전 이탈리아 반도의 상황보다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헌법 전문에서 인용)"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 있는 정부라면 어느 정부든 그 일을 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드 배치, 통진당 해산, 북한인권법 제정…
우리 국민 안전과 북한 주민 행복 위해 불가피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고도화하며 우리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데 대응해 자위권적 조치의 일환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결정한 것은 우리와 우리 자손의 안전과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또한 우리 헌법의 기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던 통합진보당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 위헌정당 해산 청구를 함으로써 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것은 우리 모두의 안전과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조치였다.
아울러 국회에 발의된 지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북한 인권 관련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토대를 구축한 것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북한 주민의 자유와 행복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지적했듯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음에도 ‘좋은 게 좋지’ 하는 식의 타성 때문에 개선되지 않던 과제들이 우리 사회에는 도처에 널려 있었다. 각종 이익집단과 공직자 간의 유착과 이를 둘러싼 전관예우의 관행을 청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관피아방지법)’을 개정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
구조화된 방위산업 비리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손상하고 국가 방위라는 중차대한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했던 또 다른 적폐였다. 전면적 수사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방산비리를 적발한 것은 ‘만성화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국민 통합 등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자칫 국민의 준법정신을 약화해 법치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는 조치다.
특히 재벌 총수나 고위층에 대한 사면은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비판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연례적으로 반복돼왔다. 사면권의 ‘절제된’ 행사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또 다른 노력이다. 또한 공소시효를 연장해 전직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을 환수한 조치(2016년 9월 현재 2205억 원 중 1140억 원, 51.7%)도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매년 늘어가던 공공기관의 부채를 강도 높은 재무건전성 관리로 2014년 7000억 원, 2015년 14조4000억 원 감축하고, 2012년 220%까지 치솟았던 공공기관의 부채비율도 3년 만에 183%까지 축소했다.
또한 국가 재정 부담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혁해 현직 공무원은 물론 최초로 퇴직 공무원까지 연금개혁 대상에 포함시켜 더 내고(기여율 7→%) 덜 받도록(지급률 1.9→1.7%) 하는 한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 조정(60→5세)해 향후30년간 185조 원, 향후 70년간 497조 원 규모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 경감되도록 했다. 이들 조치는 정부와 함께 일하는 공공기관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으나, 이 또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마땅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공무원연금 개혁, 위안부 협상…
역대 정부가 미뤄온 미해결 과제 과감히 단행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2028년 시행 예정이던 기존 계획을 14년이나 앞당겨 453만 명의 어르신에게 종전보다 2배(9만9000→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다가오는 고령시대에 어르신들의 행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박근혜정부는 어르신들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 2028년 시행 예정이던 계획을 14년이나 앞당겨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다. ⓒ동아DB
한 국가의 생존은 일차적으로는 그 나라의 국방력에 달려 있으나, 더 근본적으로는 그 나라의 경제력에 달려 있다.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한다면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살아남기 어렵다. 국가도 어렵게 된다.
공정한 인사와 취업을 위한 지침을 시행(2016년 2월)해 능력 중심으로 인사 관리를 하는 관행이 확산되도록 한 것은 근로자와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성과연봉제를 확산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과 장년층을 위해 앞으로 5년간 37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토록 한 것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가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위안부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이래 24년이 지나는 동안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의 뜨거운 과거사 현안이었다.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는 데 늘 걸림돌이 돼왔다.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그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은,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을지라도 책임 있는 정부라면 행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김해공항의 수용 능력 부족 때문에 대두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이해관계인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문제였으나, 누군가는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에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가 합의한 대로 객관적 조사 결과에 따라10년간의 해묵은 지역 갈등을 정리했다.
우리의 자손들 세대에는 주입식 교육에 의한 지식보다는 창의성과 인간성을 갖춘 인재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중학교 3년 과정 중 한 학기는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유학기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이다.
글· 임종훈(홍익대 법과대학 헌법학 교수) 201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