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center[/SET_IMAGE]암·뇌졸중·치매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열렸다. 각종 난치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혀 신약개발의 새 지평을 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류성언 박사팀을 만났다.
암·뇌졸중·치매 등 불치병들은 과연 극복될 것인가? 인간의 생로병사를 규정하는 비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풀렸다. 영광의 주인공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단백질체시스템연구센터 류성언(43) 박사 연구팀.
류성언 박사팀은 11월15일 암·뇌졸중·치매 등 각종 난치병의 원인인 활성산소가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면 이 단백질이 구조를 바꿔 활성산소를 막는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활성산소란 생명체가 호흡을 통해 ATP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과정에서 세포 내에 만들어지는 부산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활성산소는 세포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세포의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활성산소를 매개로 한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류 박사다.
류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지난 1991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써 <네이처>와 <뉴욕타임스> 1면에 소개될 만큼 일찌감치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활성산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하버드대에서 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1994년 무렵. ‘단백질 분해 효소의 저해제’에 관한 연구를 하던중 세포의 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성산소의 매력에 이끌려 활성산소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 1954년 미국 과학자들에 의해 활성산소의 유해성이 입증된 이래 활성산소는 인간의 각종 질병과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받았습니다. 최근 이 활성산소가 면역 활성 및 세포 사멸 등 세포의 여러가지 기능을 조절하는 전령(메신저)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활성산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유해한 작용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엔진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확실한데, 그 엔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류 박사는 지난 2001년 ‘스위치 단백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밝혀내면서 국제 생명공학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는 박테리아에 존재하는 ‘옥시-R’라는 단백질이 활성산소가 많아지면 스스로 항산화 단백질 생성을 촉진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가 활성산소가 줄어들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스위치와 같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스위치 단백질’이라는 표현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이 연구는 일단 형상된 단백질 구조체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학설과 달리 활성산소가 단백질 구조체 자체를 바꾼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신호전달 물질인 활성산소의 작용 과정을 밝혀내 세포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암·뇌졸중·치매 등 여러 질병의 치료방법 개발의 돌파구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단백질의 구조가 활성산소와 결합하면서 완전히 바뀐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저 자신도 믿지 못했어요. 계산상의 실수인 줄 알았죠.”
류성언 박사팀의 이 논문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적 학술지 <셀>에 실렸다. 류 박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달 뒤 세포 내 산화환원 상태에 의해 조절되는 열충격단백질인 Hsp-33의 3차구조를 밝히는 논문을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에 게재해 다시 한 번 국내외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B]활성산소 메커니즘 연구의 최고 권위자 [/B]
지난 2001년 논문을 통해 스위치 단백질의 역할과 구조적 원리를 밝혀내며 활성산소 연구의 초석을 마련한 연구팀은 지난 3년간 구조 스위치가 어떻게 활성산소를 감지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지, 구조 스위치와 세포 기능 변환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스위치 단백질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매진했다. 그 후 연구팀은 마침내 스위치 단백질인 ‘옥시-R’가 0.1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에 자신의 3차원 구조를 바꿔 항산화 단백질의 대량생산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활성산소 과다에 대응한다는 메커니즘을 입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네이처>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 전문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칩니다. 보통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수정을 요구받죠. 하지만 이번 논문의 경우 단 한 차례의 수정도 요구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희가 심사단에 연구 결과를 설명해 줘야 할 정도였어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단백질체시스템연구센터에서 석·박사급 연구원 90여 명을 이끌고 있는 류 박사는 “15년 안에 우리 센터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하는 것과 뇌졸중·암 등 관련 질병의 진전 과정에서 활성산소의 스위치 현상을 분석해 이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이자 계획”이라고 말한다.
“우리 센터 연구원들의 인적 구성이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열심히 노력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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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